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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우편 일관된 생애 얼음처럼 불멸의 개 음악에게 요구할 수 있나? 아직 눈사람이 아닌 튀어나온 곳 을지로 아침들의 연결 비밀 초점 표백 2부 내 인생의 책 신발을 신는 일 전봇대 뒤의 세계 택시에 두고 내렸다 개폐 괄호처럼 필연 종말론사무소의 일상 업무 깜빡임 은행에서의 다다이즘 交叉路 야간근무자 영숙의 독심술 3부 샌드 페인팅 영원회귀 승강기 양치기의 삶 밤에는 역설 손톱 바다 이제 바닥에 긴 몸을 붙이고 잠을 자려는 욕망 외에 다른 어떤 것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개에 대하여 가면을 쓴 아이가 조용한 의자를 닮은 밤하늘 월인천강 대답하는 사람 4부 근린공원 유물론자의 거울 사려 깊은 여성들 유엔안보리 유리컵을 던질 때 식물의 그림자처럼 천국보다 낯선 박스 물질적인 생년월일 구원 위험구역 기린과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의 사이에서 밤으로의 긴 여로 5부 영원한 증인 동물사전 개들의 예언 영원에 가까운 삶 무간도 일치 복종하는 힘 소울 키친 밤의 부족한 것 두번째 강물 움직이는 바다 밤의 독서 |
Lee, Jang-wook,李章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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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권의 책
아무래도 나는 어제의 옷을 다시 입고 오늘의 외출을 하는 것이었다. 거짓된 삶에 대하여 계속 무언가를 떠올렸다. ―「일관된 생애」 부분 “모든 것은 이미 배달되었다.”(「우편」) 시집 첫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내일의 내가 이미 씌어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따라/살아”(「내 인생의 책」)가듯이, 우리는 “정기적으로 식사를” 하고 “같은 목소리로 통화를 하”고 “비슷한 슬픔에 빠”지는 “일관된 생애”(「일관된 생애」)를 지속하고 있는 하나의 희미한 덩어리일지도 모른다. 그 ‘덩어리’의 세계는 이 시집에서 이를테면 영원한 “눈”이 내리는 “겨울” 같은 곳이다. 그렇다면 우리 하나하나의 삶은 “눈송이”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삶이 ‘접힌 페이지’처럼 드러나지 않는 이유, 그러니까 낱낱의 눈송이를 쉽게 “해독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영/눈이 내리고 있기 때문/너무 많은 글자가 허공에 겹쳐 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이 적혀 있는 책”은 “수만 명이 겹쳐 써서 새까만 표지”인 데다 “목차가 없고/제목이 없고/결론은 사라”진 채 혼자 서가에 꽂혀 있지만, 우리에게는 “눈송이 하나가 내리다가” “딱/한 문장”에 멈추듯이(「내 인생의 책」), 덩어리에서 “불쑥” 유일해지는 어떤 순간을 포착하는 서로가 있다. “증인들은 […] 내리는 눈송이들의 궤적을 다 기억합니다.” 나는 여전히 어딘가에 도착하고 떠나고 다시 도착했는데 실은 그것이 나의 모든 것 ―「구원」 부분 많은 것들이 ‘명백한 척’을 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 사이를 바라보며 찰나에 밑줄을 긋고 수수께끼를 충실히 겪어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때로 “내리는 눈의 마음을./자기 자신을./단 한 글자도”(「영숙의 독심술」) 읽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덩어리인 것들, 그 “정지한 세계”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세계”를 차라리 “사랑하려고 했”다면 곧 “매우 견고한 침묵을 갖게”(「얼음처럼」) 될 것이다. 그러나 일관된 생애에 찾아드는 “한 번 몸을 돌리면 모든 게 바”뀌는 교차로(「交叉路」), “어둠이었다가/순식간에 동이 트는 세계”(「깜빡임」), “뜻밖의 곳에서/뜻밖의 것들이 튀어나”(「박스」)오는 이 모든 순간들의 “증인”이 되는 일은 너무나 신비롭다. 눈보라 속 한 송이 눈의 궤적을 포착하듯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배경이 되는 곳”에서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행인”)처럼 세상이라는 배경에 흡수되었던 누군가는 “문득” “난데없이” “순식간에” “행인들 가운데서” “불쑥/정확한 말을 내뱉”으며 ‘태어난다’(「영숙의 독심술」). 증명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나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그것이 세계라고.(「을지로」)” 소설이 아니라서 가능한 이 시집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저자가 시인이자 소설가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겠다. 여러 평론가들은 이장욱의 시와 소설이 매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매끄럽게 해석되지 않는 공백의 지점들”(조연정)을 포함하고 있다고 짚곤 한다. “세상의 모든 기차역에 서 있는 사람”(「영원에 가까운 삶」)인 듯 ‘허공 자체인 것’을 말하려는 시도가 소설집[『기린이 아닌 모든 것』(2015)과 장편소설 『천국보다 낯선』(2013)]과 이 시집에 수록된 동명의 시들(「기린과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의 사이에서」 「천국보다 낯선」)에서 얼마나 다른지 어떻게 변주되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이장욱’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축구가 도달할 수 없는 야구의 의의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야구가 도달할 수 없는 축구의 가치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축구가 아닌 야구가 있으며, 야구가 아닌 축구가 있지요. 저는 그것이 세상의 아름다움이자 신비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맥락에서, 시가 할 수 있는데 소설이 할 수 없는 것, 또는 소설이 할 수 있는데 시가 할 수 없는 것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시의 심연과 고도를 품고 있는 소설들을, 그리고 소설의 품과 구체성을 지닌 시들을 많이 보아왔으니까요. 단지 시와 소설은 서로 다른 모듈들로 이루어진 체계라고 할 수는 있을 듯합니다. 그러니 서로 다른 매력을 발생시키는 것이겠지요. 저는 제 삶과 정신과 감성의 힘이 허용하는 한, 그 상이한 매력들 속으로 조금씩 더 깊이 들어가보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이장욱, <2014년 3월 ‘이달의 소설’ 선정 인터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