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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발 이별의 능력 해변의 얼굴 검은 해변 두 명의 아이 더 작은 사람 소수점 이하의 사람들 얼굴의 몰락 일요일 해변의 얼굴2 하얀 해변 호르몬그래피 하룻밤 두꺼운 무지개 얼굴의 탄생 목 음악 같은 가로수 관리인들 제2부 다정함의 세계 숲속의 키스 옆에 대하여1 옆에 대하여2 옆에 대하여3 옆에 대하여4 오늘밤은 106호에서 시작되었다 신비한 귀고리 고양이군의 25시 소녀 고양이군을 만나다 고양이군의 수업시대 초대장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소녀의 기도 말라깽이 L의 식탐 척추에 대해서 지옥 훈련 너의 발성 원반 던지는 사람 제3부 착한 개 당신의 표정 당신과 당신 옆모습 구름 전쟁 한 사람1 한 사람2 한 사람3 눈사람 비에 대한 감정 소란과 고요 탁자가 있는 풍경 시체가 되다 모모의 아침 모자이크 유령의 집 놀이의 발견 닭고기 파티 개들의 합창 비 오는 날 제4부 코러스 손 다섯 살을 떠나며 혀 옷장의 보석 건배! 세월 순간의 의미 빛과 그림자 깨끗한 거리 꿈꾸는 광장 다음날 신비한 일 모르는 사람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해설ㅣ시뮬라크르를 사랑해 - 신형철 |
김행숙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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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존재가 없는 세계를 노래하는 느낌의 공동체
시인은 화자의 너머에 존재하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귀신처럼 화자의 내부를 통과한다. 그것은 이제 서정에서 일탈하여 다른 서정에 도달한다. 이 미묘한 화자의 위치야말로, 그녀의 시가 가진 낯선 서정의 비밀이기도 하며, 이제 우리가 도달해가는 ‘현대시’의 어떤 징후이기도 하다. _이장욱(시인, 문학평론가) 전통적인 독법에 따라 어떤 의미나 이미지를 포착하려는 시도조차 무의미하고 무모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낯설고 모호한 시들이 한국 현대시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이름이 있다. “서정적인 것에 대한 자의식, 긴장이란 면에서 2000년대 시인의 등장 이전에 독보적인 자기 목소리를 냈고 직관이 아니라 프로그램으로 쓰는 시인”(신형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행숙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1999년 『현대문학』 6월호에 「뿔」 외 4편의 작품을 발표하며 시단에 나온 김행숙 시인은 당시 심사위원인 조정권, 김사인씨로부터 “풍부하고 유려하게 시적 몽상을 수행하는 능력”을 인정받으며, “이는 사물과 정황의 내밀한 동향에 스며들 수 있는 눈과 귀가 트여 있음으로써 가능한 것이며, 나아가 그는 ‘봄’과 ‘들음’을 언어로 치러내는 법을 나름대로 터득하고 있다”는 평을 들은 바 있다. 등단 이후 4년 만인 2003년, 『사춘기』(문학과지성사)를 펴내면서 시인은 전통적인 의미의 서정시와 뚜렷이 구분되는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하며 활발한 시작 활동을 펼쳤다. 의미나 이미지보다 느낌과 감각을 살린 그녀의 시는 “풍부하고 유려”한 “시적 몽상의 수행”의 작법을 상황과 장치로 활용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시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장욱씨가 밝힌 바와 같이 “서정에서 일탈하여 다른 서정에 도달한” 시인의 행보는 “ ‘현대시’의 어떤 징후”가 되었고, 이 첫 시집을 통해 그녀는 “시를 쓴다는 것은 윤리학과 온전히 무관한 사춘기적 ‘경계’에 머문다는 뜻”임을 보여주었다. 이제 그 ‘사춘기’를 지나 다시 4년이 흘렀다. 그리고 그녀의 두번째 시집 『이별의 능력』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336권으로 나왔다. “경계에 걸려 흔들리는 불안한 감성”이 첫 “시집의 미학을 조준”(이장욱)했다면, 이번에 나온 새 시집 『이별의 능력』에서 그녀의 시는 그 경계를 넘나들며 “시뮬라크르들을 사랑하라”고 “은은하게 권유하고 발랄하게 유혹한다.”(신형철) 이별의 능력▶사랑의 능력▶시인의 능력 김행숙 시인의 언어는 특정한 시적 의미로 수렴되지 않고 의미의 바깥으로 흩뿌려진다. 그래서 그녀의 언어는 “원심적 언어, 기표와 기의의 빗금선 위를 유유히 미끄러지면서 흘러다니는 언어”로 표현되곤 했다. 그녀의 시는 의미 확정을 통한 단일한 해석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 낯선 언어 앞에서 독자들은 당황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행숙의 시가 매혹적인 이유는 다른 것에 있다. 그녀는 “ ‘세계’를 느낌의 조각들로 분해하고 ‘나’를 개별적인 느낌들의 도체(導體)로 개방”한다. 이러한 작업 속에서 헛것들이 쏟아져 나오고, 세계가 분해되며 ‘나’도 해체된다. 결국 그녀의 시는 없는 존재가 노래하는 없는 세계가 되는 것이다. 김행숙 시인의 시에 등장하는 사물이나 현상은 ‘상징’이 아니며, 그것을 수식하는 형용사는 실존적인 뉘앙스를 풍기지 않는다. 그녀의 시는 특정한 느낌의 전달만을 목표로 할 뿐이다. 이러한 특정한 느낌을 신형철씨는 “시뮬라크르”로 설명한다. 또한 그는 “시뮬라크르로서의 대상을 포착하는 섬세한 감각, 혹은 대상을 시뮬라크르화하는 방법론적 가벼움이 그녀의 시를 특별하게 만든다”고 덧붙인다. “한없이 사소해지기를 원하는 시, 정말이지 순수한 헛것들에게만 헌신하는 시,” 그것이 바로 김행숙의 시가 가진 매력이자, 김행숙 시의 문을 열기 위한 하나의 열쇠라는 것이다. 한편 신형철씨는 해설의 서두에서 『이별의 능력』이라는 시집의 제목을 ‘사랑의 능력’이라 해도 좋았을 것이라고 한다. 사랑이라는 것은 “느낌의 세계 안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 분명히 존재하지만 명확히 표명될 수 없는 느낌들의 기적적인 교류, 어떤 느낌 안에서 두 존재가 만나는 짧은 순간”이다. 그는 이것을 “느낌의 공동체”라 명명하였다. “느낌의 공동체”는 서로 사랑하는 이들만이 구성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랑은 능력”인 것이다. 김행숙 시인의 시가 그것을 증명한다. 김행숙 시인은 “어떤 특정한 느낌의 세계에 입장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 느낌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녀의 시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저 시가 보여주는 느낌의 조각을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김행숙의 시를 만남으로써 “느낌의 공동체”의 구성원이 된다. 이것은 “사랑의 능력”이 행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시인의 능력’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녀의 시가 난해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가 그만큼 협소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시가 혼란스럽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자아가 그만큼 진부하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에게 그녀의 시는 은은하게 권유하고 발랄하게 유혹한다. ‘시뮬라크르들을 사랑하라.’ 김행숙 시의 정언명령이다. 그리고 이것은 시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시만이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