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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오늘을 담은 6개의 시선
김유정 문학상 대상 수상작은 『변신 이야기』에 돌아갔다. 조건, 상황 같은 인간적인 계산 없이 '사랑'이 지닌 본능을 깨우는 작가의 감각적인 시선이 깃들었다. 함께 수록된 5편의 우수작 또한 작가들 남다른 시선이 담겨있다. 우리의 오늘을 바라보는 개성 있는 시선을 맛볼 수 있는 단편집.
소설/시 우솔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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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5
수상 소감 9 수상작 박서련, 「변신 이야기」 13 수상 후보작 김채원, 「태양에서 멀리」 47 박민경, 「별개의 문제」 71 예소연, 「추운 뺨에 더운 손」 99 최은미, 「상리」 123 함윤이, 「굴은 구르지 않는 돌」 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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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물감으로 우리가 잊고 있던 사랑의 ‘실감’을 깨우는 솜씨라니.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사랑’을 처음인 듯 배운다.” 「변신 이야기」의 주인공은 “노래를 특출나게 잘하는 사람이 있듯이, 요리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사람도 있듯이” 사람이 아닌 것으로 변신을 잘하는 사람이다. 현실을 초과하는 상상력을 문장 하나로 현실에 접합하는 작가의 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시작한 소설은 변신을 특별히 잘하는 주인공이 겪어온 삶을 비춘다. 펫 로스를 겪은 가족을 위해 반려동물로 변신하거나, 영화나 드라마의 동물 출연자가 되는 일, 희귀 동물로 변신해 부자나 연구자들의 관찰 대상이 되는 일 등. 그러나 이 모든 일에서 주인공은 ‘적합하지 않다’는 감각을 느낀다. 그것은 주인공의 변신 능력의 뛰어남과는 상관이 없다. 반려동물과 가족과의 애착, 동물 출연자를 대하는 프로덕션 사람들의 태도, 관찰자와 관찰 대상자라는 시선의 위계, 자본의 흐름 등, 그를 둘러싼 관계의 문제와 좀 더 밀접하게 연관된다. 현실 사회에 대한 날카롭고 선뜩한 메타포가 지나간 뒤, 주인공이 맡게 되는 일은 파란목비바리뱀이 되는 일이다. 멸종위험개체인 파란목비바리뱀 수컷을 발견한 연구원들은 약혼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나’에게 파란목비바리뱀의 암컷이 되어 번식을 도와줄 것을 의뢰하고, ‘나’는 이를 수락한다. 약속한 날이 되고, ‘나’는 파란목비바리뱀 암컷이 되어, 세상에 하나뿐인 파란목비바리뱀 수컷 앞에 선다. 그리고 처음으로 맛보는 강렬한 사랑과 압도감을 느낀다. 이후 벌어지는 일들은 그간 박서련이 ‘사랑’을 얼마나 꼼꼼히 매만지며 써온 작가인지를 새삼스레 깨닫게 한다. 사랑의 압도감, 온전함, 초월감, 그리고 대책 없음, 끔찍함, 자칫 폭력적일 수 있는 강인함. 뱀으로 머무는 동안 즉 사람이 흐릿해져가는 동안 ‘나’에게는 사랑의 온갖 모양이 부딪치고, 그를 통해 우리는 하성란 소설가의 추천사처럼 “‘사랑’을 처음인 듯 배우”게 된다. 설득하거나 설득당하려는 절차를 포기하지 않고 최대한 신중하게 선정된, 귀하고 명예로운 작품들 수상 후보작 역시 ‘고문에 가까운’ 과정을 거쳐 선정된 수작이다. 모든 작품이 뛰어나 만장일치에 이를 수 없었다는 심사평의 고백이 이 과정의 어려움을 짐작케 한다. 김채원의 「태양에서 멀리」는 학원가 마약 공급책 소녀를 주인공으로 독특한 문장으로 젊은 의식 세계를 탐사하게 한다. 선과 악 너머에 있는, 나와 가까운 것들에 대한 손 뻗음. 그리하여 만들어지는 하나의 의식세계가 매력적이다. 박민경 「별개의 문제」는 자영업에 뛰어든 남편을 따라 피자집을 시작하게 된 일러스트레이터가 주인공이다. 피자집에 대한 무책임한 ‘별점 테러’와 그림책 의뢰 속 그려내야 하는 ‘별’이 강한 대조를 이루며 진행되는 한편, 끝까지 독자의 긴장을 놓지 않게 하는 사건의 전개가 흥미롭다. 예소연의 「추운 뺨에 더운 손」은 25년 전 친구였던 기문을 다시 만난 주인공이 그와 함께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25년 전 그들과 그들의 어머니들에 엮인 이야기들이 소설 속 ‘지금’에 도달하여 다시금 매듭이 되고, 그 매듭에 다시 ‘더운 손’이 얹힌다.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심사평의 말처럼 ‘믿음을 가지면 보이는 것들’의 힘을 소설로서 구현하고 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최은미의 「상리」는 마을의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는 일에 대해 군청 공무원과 마을 법률 대리인 간의 심리전이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소설이다. 평온하고 조용해 보이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사람의 의식 세계 속 다종다양한 감정을 패를 꺼내듯 보여주는 장면들은 작가의 인간에 대한 이해를 짐작케 한다. 심사 결과와 무관하게 가장 많은 얘기가 오간 작품은 함윤이의 「굴은 구르지 않는 돌」이다. 예술가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동굴을 배경으로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을 하게 된 주인공이 동굴 안내원인 민영으로부터 동굴에서 있었던 실종 사고 이야기를 전해 듣는 구조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동굴이라는 배경과 이전 시대의 폭력적인 남성성과 지금 이곳의 화자와의 대비. 그리고 그것을 촬영-녹음하는 매체로서의 예술가의 배치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고, ‘서늘한 우화의 형식이 분노를 소설적으로 승화’시키는 작품이다. · 심사평 사람이 자유자재로 동물로 변한다는 개연성 없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그 비개연성을 끝까지 모르쇠로 밀어붙이자, 알레고리를 초과하는 알레고리 소설 하나가 우리 앞에 떡하니 주어지는 형국이었다. 형식에 있어서는 발랄한 문장의 기백과 패기, 그리고 거침없으나 매끄러운 전개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고, 내용에 있어서는 의인화의 해를 입지 않은 비인간 동물성 탐구, 돈을 위해 매일매일 변신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알레고리, 그러면서도 주제에 완전히 종속되지는 않는 일탈적 상상력에 대한 감탄이 줄을 이었다. · 수상 소감 그리 멀지 않은 때인데도, 이 소설을 쓰던 시기를 돌아보면 아득하다. 내 삶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였다. -라고 쓰고 다시 생각건대 나는 삶의 어느 때를 이야기하든 그때가 내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기였다고 말하곤 하는 것 같다. 너무 쉽게. 지나온 모든 자리가 어두웠기를 오히려 간절히 바라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러나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다정했던 과거들을 부정하려는 게 아니라, 지금이 마침내 밝다고 고백하고 싶어서다. 욕심이 많아서 바로 이 순간조차 가장 빛나는 때일 거라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럼에도 이 영광이 너무도 눈부시다고 느낀다. 밝은 자리로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당신도 그러기를 바랍니다. _박서련(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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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의 「변신 이야기」를 나는 사랑 이야기로 읽었다. ‘나’는 뱀이 되어 뱀에게 사랑받고 그 뱀을 사랑한다. 인간일 때 주고받던 사랑이라는 말이 그 몸에서 비로소 실감이 된다. 박서련은 낯선 몸의 사랑을 충분히 보여주고 그 몸 안에서 벌어지는 욕망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 사랑이 절실해질수록 우리가 믿어온 ‘인간’이라는 조건이 얼마나 보잘것없는가를 묻게 된다. 어떤 몸으로든 변할 수 있지만 사랑하는 이를 되찾을 몸으로는 변하지 못한다. 그 몸으로 사랑한 일은 돌이킬 수 없다. 박서련의 상상력은 대범하면서도 상실이라는 급소까지 파고든다. 끝까지 이야기를 밀고 가는 힘은 사랑에 대한 작가의 흔들리지 않는 믿음에서 왔을 것이다. 이물감으로 우리가 잊고 있던 사랑의 ‘실감’을 깨우는 솜씨라니.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사랑’을 처음인 듯 배운다. - 하성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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