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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클라리넷 연주법 13눈이 내리고 고양이가 울부짖는 새벽 14나무 인간을 만난 영화 애호가의 일생 16너무 헛기침이 많은 노배우의 일생 18비품 보관 요령 24영화 애호가를 만난 나무 인간의 일생 26잘 만져 본 내일 28포도나무 기르기 수업 31짙은 안개가 낀 밤의 숲 34잠수함(혹은 우주선)을 탄 함장의 일생 36지구에 사는 어떤 신의 영수증 39무덥고 춥고 밝은(혼잣말) 412부이원론적 세계 45거위 소녀 46완벽한 개업 축하 시 50파란 코끼리 58심야 공사 60말벌이 나타나면 창문을 활짝 열자 63훔쳐 쓰기로 결심하는 시 66남미적인 모양의 구름이 있는 해변 76뽈 베흐가의 옥탑방으로부터 78마지막으로 한 번 덜 하는 82동물들 84유령들의 밤 당구 86러시아 동화 90바나나 우유 영혼 92겨울 화분 키우기 933부참외의 시간 97현실적인 잠 102평화연립주택 입주자를 위한 안내서 104미라와 미래 111평화연립주택 102동 102호, 여름 112정리 113참외의 시간 116새의 부리가 부드러운 돌을 두드렸다 118부재중 1254부벌들 벌들 벌들 129멜랑콜리 아이스크림 130나는 두루미의 친구 132이 책이 더 많이 대출되기를 바랍니다 136어른의 양치법 140제빵의 귀재 142코끼리식 식사법 144그림 그리기 준비 149그러나 노랗고 무거운 150작은 공터의 미래 152저택 관리인 154지구에 사는 어떤 신과 나뭇가지 155디디와 디디의 밤 모텔 158바다로 가는 밤 보트 160비가 오는 세계 162레몬 빵 레시피 163나무들 164멈춘다 166뭉게구름 아래의 말벌 167작품 해설 169검은 노트의 문장을 들고 거리를 걸으며 참외와 거위의 ‘as if-미래’를 생각하는-생각하지 못하는, 가능성-불가능성의 이원론을 밟고 걸어 다니는 코끼리의 식사법과 연립주택 102호 정리하기-잠자기, 의미-의문의 자리와 글쓰기의 방식을 타진하기_ 조재룡(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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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된 헤맴우리 바다 깊숙이 들어가고 있는 거 맞지? 그래 맞아. 그런데 왜 우주로 가고 있는 거 같지, 이거 우주선인가? 아니 잠수함 맞아. 아니 아니 이거 우주선 아냐? 아니 아니 잠수함 맞아.―「비품 보관 요령」에서강보원의 인물들은 자주 헤맨다. 그들은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현실이 바다인지 우주인지 확신할 수 없다. 몸을 실은 잠수함이 “빨갛고 동그랗고 울퉁불퉁한”(「잠수함(혹은 우주선)을 탄 함장의 일생」)지 정확히 기억해 내지 못한다. 공간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자신과 상대가 내뱉은 말에 대해서까지도 강보원의 인물들은 쉽사리 진실을 가려낼 수가 없다. 모든 말을 반대로 내뱉기로 한 남자와 여자가 있고, 장난 끝에 남자가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여자는 이렇게 답한다. “너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거야?”(「참외의 시간」) 어떤 가정으로도 명백한 참을 가려낼 수 없는 장난의 끝에는 오직 무수한 헤맴만 있을 뿐이다. 강보원은 화자와 문장 들을 끝나지 않는 헤맴 속에 놓아둠으로써 이들을, 그리고 독자들을 오롯이 시 안에 붙잡아 둔다. 시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동안 우리는 강보원이 탐구하는 문장의 가능성들과 새로운 시적 질서를 천천히 가늠해 볼 수 있게 된다. 만화적 인물들의 무용한 몰두징징이의 클라리넷을 부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사람이라면 낙지처럼 손가락을 모으고(낙지는 손가락이 없으므로) 손등을 구부려 손 전체를 클라리넷을 감아 쥔 낙지의 촉수처럼 만든다 그리고 입술을 쭉 내밀고 클라리넷을 부는 것처럼 양손을 입술의 앞쪽에 위치시킨 뒤 박자에 맞춰 들썩인다 ―「클라리넷 연주법」에서강보원 시의 인물들은 얼핏 만화 캐릭터처럼 보인다. 만화 《스펀지밥》의 낙지 캐릭터 ‘징징이’처럼 클라리넷을 불어 보고자 시도하는 화자가 나오는가 하면, ‘너무 헛기침이 많은 노배우’의 일과를 늘어놓기도 하고, 어질러진 방을 정리하려고 방구석에 놓인 벌집부터 옮기는 ‘나무 인간’이 등장하기도 한다. 당장이라도 떠들썩한 사건에 휘말려 우스꽝스러운 결말을 맞을 것 같은 인물들이지만 그들은 고요히 자기만의 일에 몰두한다. ‘징징이’의 발 모양처럼 다섯 손가락을 모아 보기도 하고 ‘징징이’가 서 있는 방식대로 발을 모아 보기도 한다. 이런 몰두 끝에 얻는 효용이라면 “바다 속에 잠긴 기분 짭짤한 소금 맛 내게 팔과 다리 두 개 정도씩 부족하다는 감각” 정도다. 효용이 없어 보이는 일에 몰두하는 일을 바라보는 것은 안타까움과 슬픔으로 다가오지만, 그것을 꿋꿋이 계속하는 인물들을 바라보는 일은 곧 단단한 용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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