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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현관 13여울고양이 14나비잠자리 다리 16물 도서관 18호금조 21모린 호르(Morin khuur) 22숨은그림찾기 24흐미 26늙은 手巾 28실연 박물관 29장마 30비익조 32액자 속의 이별 33메르헨 34마리 362부비밀 정원 41먹태 42검은 봄 44달빜의 달빛 46기벽 48고마리 폐쇄화 50빈 관 52이명(異名) 54실내 낚시터의 가죽잉어 56전광판 파도 58우울한 부케 60공갈 젖꼭지 61일요일의 고아 64오무아무아 66머뭇머뭇, 희끗희끗 683부혀 73파도의 교실 74심야 극장의 그랑블루 76촌충 79느닷없이 80Color Hearing 82스르륵 84페이지 터너 85태양나침반 86새벽 4시 ― G.G에게 88백로의 백로 90억새라는 새 91야래향(夜來香) 92붉나무 94귀면각 96봉안담 98서하(西河) 1004부새벽의 회화나무 103보라매 104예루살렘귀뚜라미 106자작나무, 골고다 108밤의 반얀 트리 110사해 두루마리 112오디오북 114테이블은 듣는다 116제 이름이 낯선 118붉은, 120작품 해설 121깊은 곳을 본 자(She who saw the deep) _ 송재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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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체의 경계를 건너는 작은 존재들가르릉을 버리니아가미가 생기더군요담을 넘지 않으니부레가 부풀어요긴 꼬리 감추니어이없는 지느러미가 돋았죠―「여울고양이」에서『다만 보라를 듣다』는 신비로운 동식물과 사물 들이 가득 차 있는 한 권의 백과사전 같다. 시의 제목들만 살펴보아도 ‘여울고양이’, ‘나비잠자리’, ‘물 도서관’, ‘호금조’, ‘모린 호르’, ‘귀면각’, ‘비익조’처럼 이름조차 낯선 존재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강기원 시인은 이들을 발견해 오래도록 들여다본다. 각자의 형태와 색이 고스란히 담긴 그들의 이름을 곱씹어 보고, 그들의 표면을 구성하는 색과 형태를 하나하나 분리해 상상한다. 고양이의 눈을 닮아 ‘여울고양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민물고기는 강기원 시인을 통해 아가미, 부레, 지느러미가 없었던 이전의 모습, 울음소리와 긴 꼬리를 가졌던 고양이라는 전생을 얻는다. 강기원 시인의 시에서 이렇듯 경계를 넘어 다른 존재로 변신하는 장면은 자주 등장한다. 이런 변신을 통해 강기원 시인이 거듭 발견해 우리에게 보여 주는 것은 모든 존재가 필연적으로 가진 ‘모호한 경계면’이다. 고양이 눈을 가진 물고기처럼, 다섯 손가락뼈를 가진 고래처럼. 서로 다른 종이 가진 형태적 유사성이 암시하는 변신의 가능성이다. 강기원 시인의 시에서 변신은 소멸과 영생을, 유한한 신체를 벗어나 무한한 생을 상상하게 한다.■ 나는 오로지 빛깔만을 듣는다내 말만큼 느린 지중해 가시달팽이만이천 마리 가시달팽이를 끓여 얻는 손톱만큼의 보라달팽이의 피, 말이 되지 못한 고통의 진액나는 다만 보라를 듣는다―「Color Hearing」에서강기원 시인에게 ‘색’은 외부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가 아니라, 시인의 시선이 외부에 닿을 때 새롭게 생겨나는 감각의 세계로서 꾸준히 다뤄져 왔다. 이번 시집에서 강기원 시인은 색으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모험을 지속해 나가면서도 색을 소리로, 소리를 색으로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감각의 전이를 시도한다. 호금조의 샛노란 노랫소리, 빙하처럼 싯푸른 비명, 불에 끓여지는 가시달팽이의 보라색 소리. 이러한 감각의 전이를 두고 송재학 시인은 해설을 통해 “비명을 싯푸른 색채의 문양으로 전이시킨다는 것은 일종의 기록”이라고 말하며, 강기원의 색채 감각이 비로소 “고통의 치유라는 메커니즘”으로 확장되었다고 그 변화의 의미를 짚는다. 강기원의 시에서 말하지 못한 고통, 끝내지 못한 울음, 들어 줄 이를 찾지 못한 웅얼거림은 존재가 죽고 사라져도 색이 되어 영원히 남는다. 날것 그대로의 고통을 고스란히 담은 색은 다시 영원히 빛바래지 않을 소리가 되어 시인의 귀에, 그리고 우리의 귀에 닿는다. 죽어도 죽지 않고 못다 한 질주를, 노래를, 기다림을 계속하는 색채의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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