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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HEENT 13사물 시는 작게 말한다 19조형 시는 골지 위에 쓴다 22공상과 포위 25공백의 광선 33아날로그 39벌 신(Bee God) 46콕토의 검색 58자율의 오도 1 61자율의 오도 2 62자율의 오도 3 63자율의 오도 4 64자율의 오도 5 65자율의 오도 6 66자율의 오도 7 67자율의 오도 8 68자율의 오도 9 69자율의 오도 10 702부좋아하는 것들을 죽여 가면서 73태화강 오후 86갈증 92스몰 토크 99밀실 102모래주머니의 S와 돕는 연인들 104루지, 언더 트리 108interlude 113가장 다정한 116asap 118선경 121공주 1303부html ghost 135루블 140기숙사 144검은 옷의 혼선에 서서 146크로나 150스키를 타는 것 154수조를 보는 것 158크로나 164Loveless 169크로나 176푸른빛이 페달을 181물방울치과 1851227 188발문│송승언(시인)숨은 길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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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새로운 곳에서 태어나는 사람들지루함 속으로 더 흘러가기로 할 때나는 머리채를 잡힌다.나는 달아난다.―「좋아하는 것들을 죽여 가면서」에서일상의 사전적 의미는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다. 일상을 살아갈수록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구성한 것들에 조금씩 익숙해진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평온함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 낯설 때 느꼈을 긴장감은 점점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임정민 시의 인물들은 낯섦에서 익숙함으로, 긴장됨에서 평온함으로 흘러가기 마련인 일상의 흐름을 정반대 방향으로 거스른다. 그들은 삶이 지루해지려는 찰나, “머리채를 잡힌” 채 “달아난다.” 누군가 그 뒤를 쫓는 것이 아닌데도 끝없이, 적극적으로 도망친다. 인물들의 도망은 쫓기고 내몰리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닌, 망치를 들고 지루한 것들을 부수며 무뎌져 가는 시간의 감각을 날카롭게 벼리는 적극적인 행위이다. 내게 익숙한 것들, 익숙해서 좋은 것들을 죽여 가면서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임정민 시 속 인물들은 그리하여 매일 새로운 곳에서 태어난다. 그들은 언뜻 보기에 낯선 것들에 둘러싸여 떨고 있는 약한 존재처럼도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이곳에 도착했다. 다시 내일이 되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날 것이다. ■ 이야기들과 대화하기썩은 치즈와 전원생활의관계가 움직이는 것을 목격했다나는 시계를 보았다벽에 걸려 있었다―「밀실」에서임정민 시의 인물들은 혼자 있는 법이 없다. 늘 이야기와 함께 있다. 이때 이야기는 책상 위에 놓여 누군가에게 읽히기를 기다리는 고요한 대상이 아닌, 스스로 말하고 움직일 수 있는 생명체에 가깝다.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제각각인 것처럼, 이야기도 저마다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썩은 치즈와 전원생활의 관계”처럼 서로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들이 인물들의 시선에 의해 한 편의 이야기로 새롭게 완성되기도 하고, 안데르센 전집과 같이 오래된 이야기가 인물들에게 새삼스레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이야기는 때로 내 손바닥 위 작은 공간에서만 움직이는 초식 동물 같고, 때로는 강변을 함께 거닐며 지친 아이를 업어 주는 든든한 어른 같다. 이야기의 크고 작은 기척을 모두 눈치채는 섬세한 감각을 지닌 임정민 시의 인물들은 이렇게 묻는다. “너는 알아챌까?” “과연 그럴까?” 그들은 우리가 혼자 있을 때에도 실은 무수한 이야기에 둘러싸여 있음을 알려 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 역시 이야기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말하고 움직이는 이야기와 함께 걷고 웃고 떠들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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