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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011
살청밖에 없는 13 / 고사리 밭 14 / 헬리콥터 15 / 벼랑 아래 낚시꾼 16 / 외로운 세포 17 / 보라성게 18 / 남과 여 19 / 산란 20 / 달과 시 21 / 누명 22 / 각별한 사람 23 / 범벅에 꽃은 저라 24 / 봄비 25 / 삼천포 26 / 꿈 첩첩 27 / 선지 28 / 하루살이 29 / 눈보라 30 2010/2006 여우비 33 / 장편(掌篇) 34 / 놀이야 어느 땐들 35 / 강과 달 36 / 걱정 37 / 황금 연못 38 / 지상의 문 39 / 후렴 40 / 하늘 난간 41 / 가뭄이 없다면 적실 몽리(蒙利)도 없는 것 42 / 혈서 일필 43 / 물가재미식해 44 / 나른한 협곡 45 / 어두워질 때까지 46 / 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 47 / 바쁜 등기 48 / 장마 49 / 화륜선 50 2005/2001 부석 53 / 수상한 접선 54 / 너의 문안에 대답할 수가 없다 55 / 파르르 56 / 산벚 57 / 아침 58 / 황룡사 59 / 서호 일박 60 / 가족 61 / 황사 속에서 62 / 함박꽃 장례 63 / 12007515 64 / 염소 65 / 진해 66 / 여를 감싸다 67 / 여울 바위 아래 고요가 산다 68 / 달랑 69 / 저 차도 달리고 싶다 70 / 쾌청 71 시인의 말 | 골몰의 시학 ― 열 줄의 실행 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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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식 앞에 선 시어
머리맡에 식구들 둘러 세운 밤 어둠에 들뜬 창밖 벌레에게 덮어씌우는 누명도 ‘모른다’라는 포박이 없는 굴레였다 -「누명」에서 최근 한국 시는 긴 호흡과 줄글의 리듬을 가진 시가 전통적 시 형식을 대체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시의 규정적 형식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여기며, 일련의 시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새로운 감각의 시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형식을 파괴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형식으로 작용하면서 일부 시는 지나치게 길어지고, 필연성 없는 산문성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김명인 시집 『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가 품은 10행 내외의 시들은 최근의 풍토에서 시의 형식과 내용이 갖는 길항 관계에 대한 시인 나름의 고민이며 동시에 해답이기도 하다. 시집에서 시 1편은 10행 내외의 길이로 1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또한 여운을 남기는 공행과 끝맺음으로 짧고 간결한 시에 대한 독자의 요구를 충족한다. 김명인 시인이 고집한 열 줄의 형식은 최근 시에 대한 단순한 반작용은 아니다. 긴 시간 동안 여문 시의 발화이자 형식의 취득이다. 시인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시인의 작품 중에서 짧은 형식을 저 스스로가 불러온 시편을 여기에 모았다. 『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는 짧은 시행으로 묵직한 메시지와 날 선 이미지를 선보인다. 시인 김명인의 통렬하고도 여유로운 시 세계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바다 앞에 선 시인 무적 짧으니 외로움아, 믿지 마라, 철 지난 마음 안아 나르려고 사투리까지 벌거벗었으니 너는 어디 가고 섬들만 어둠 속에 비스듬히 잠겼다 -「저 차도 달리고 싶다」에서 시인은 바다를 그리워하고 바다와 다투며 바다 앞에서 고독해진다. 그리고 다시 바다를 찾는다. 시인에게 바다는 자신에 맞는 형식을 때마다 달리해 찾아오는 ‘시’ 그 자체로 존재한다. 시인은 “벼랑 아래 선 낚시꾼” 같은 자세로, 한없이 겸손하게 그러나 때로는 강인하게 시라는 유기체를 기다리며 끌어올린다. 낚시의 대부분은 실패의 시간이기에 “벼랑 아래의 포말은 언제나 먹먹하”며, “파도 소리 좀처럼 수그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노련한 낚시꾼답게 바다 앞에서 허둥대지 않는다. 그렇다고 오만하지도 않다. 다만 기다리며 견딜 뿐이다. 시인은 말한다. “오랫동안 시를 써 왔다는 말이 어째서 / 오래오래 잘 살았다는 말로 들리는 걸까?” 시집은 2015년부터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2001년을 향하는 역순의 구성을 취했다. 관찰과 숙고의 자세를 취하는 최근의 시에서부터 타인을 향한 아리고 쓸쓸한 시선이 돋보이는 2000년대의 시까지 한 권의 신작 시집에서 시인의 파동이 만들어 낸 거대한 물결을 볼 수 있다. 『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는 짧은 시의 모음이라고 하여 결코 소품으로 머물지 않으며, 오래 묵은 시들의 집합이라 하여 시적 긴장을 풀지 않는다. 그것을 행로 모를 먼 바다로 나아가는 시인의 기품 있는 자세라고 불러도 온당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