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서(自序) 1부사물들 13식물원에 와서 쓰는 동물원 시 15경계 문지르기 17발바닥 공원 20팀워크 22기본값 24크리스마스로 시 쓰기 27눕기의 왕 30미스치프와 시쓰기 32토끼잠 34산 책 37꿈속에서도 시인입니다만 2 41코로나 시대의 낭독회 44입장들 46결말들 482부반려돌 53가장 좋은 저녁 식사 54혼코노 56비 오는 날의 다중 우주 59구조주의 60반납 63정리하지 않은 게 정리 66프랑스 댄서 69숨바꼭질 74상한 두부 한 모 76비상구 78유기농 엄마 79수중생활 82네모 없는 미래 853부무한리필 89자는 동안 92들고 가는 사람 94과대포장 96덕수궁에 왔다가 들어가지는 않고 98심은 꽃 100파꽃 102모조 꽃 105병원에 갔어요 106똑똑 108조건 가정 111발 빠짐 주의 114유턴하는 생활 116뺑뺑이 맑음 119남은 부분 1224부죽은 나무 심기 127새로움과 거리에 관한 하나의 견해 129신인과 대가 132과일 교도소 134탈의실 136앨리스 나라의 이상함 138밀봉된 캔의 역사 142침묵에 가까운 일 미터 144세탁기 연구 145책상 연구 148독자 연구 150악몽은 사적인 동물 152모자(속에 사는 사)람 154팔자 주름 157초능력이 니체 159작품 해설-최선교(문학평론가) 16
|
임지은의 다른 상품
|
우리도 왕이 될 수 있어시집의 제목 『이 시는 누워 있고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는 수록 시 「눕기의 왕」의 한 구절(“이 시는 지금 누워 있고/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로부터 왔다. 이 시는 ‘누워 있을 것’의 의지를 당당하고 뻔뻔하게, 나른하고 단호하게 진술하는 작품이다. 어떤 이유로 눕는다거나, 누워 있었기에 어떤 일이 생겼다거나 하는 인과가 뒤섞인 채 우리는 시의 화자와 시가 음…… 누워 있었군…… 하는 사실만을 마음에 아로새기게 된다. “아침이 돼서야 이를 닦는다/ 누워 있었기 때문에……” “다른 걸 하려면 할 수도 있는데/ 안 하는 거다// 왜? 누워 있으려고”라는 식. 결국엔 “졸음”까지 “데리고 와 같이 눕는다”(「눕기의 왕」). 이 단순하고도 어딘지 웃음이 나는 임지은식 문답을 상상해 본다. “어제 뭐 했어?” “누워 있었어.” “왜?” “누워 있으려고.” 일상의 어떤 구간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세계. 아마도 그 단순하디 단순한 대답을 하는 사람의 얼굴은 뿌듯함으로 빛나고 있을 것만 같다. 문학평론가 최선교는 해설에서 “이건 시집의 자세이기도 하지만, 시집을 읽는 사람이 따라 할 수 있는 자세이기도 하다.”라고 제안한다. 좋은 걸 좋다고, 지금 하는 걸 하고 싶어서 그냥 한다고 말하는 시인의 화법과 보법을 따라 읽고 살기. 그것이 어쩌면 ‘뭔가의 왕’이 취할 법한 자세 아닐까. 너무 열심히 사는 세상에서 하는 딴생각임지은은 묻는다. “다들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거야?”(「기본값」) 우리 모두 대부분 현실에서 이런 질문을 들으면 이렇게 되받아 말할 것이다. “너도 열심히 살잖아.” 시 속 화자의 친구 역시 비슷하게 말한다. “너도 밥 먹고 시만 쓰잖아”(「기본값」). 시인은 ‘열심’이 기본값이 아닌 ‘보통’이 보통인 시대를, ‘대충’도 괜찮은 세상을 바라지만, 시인이 되돌려받은 친구의 말마따나 세상의 이모저모를 관찰하고, 머릿속에서 떠도는 생각 채집에 숨 가쁜 이가 바로 그 자신이다. 시집 『이 시는 누워 있고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에는 온통 그가 가장 열심이고 열중했던, 치밀하고 찬란한 딴생각들이 우글거린다. 그가 가장 즐거워하는 딴생각은 역시 당연한 것들을 불러내 요리조리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일인 것 같다. 소인국에 놀러 온 걸리버처럼, 작은 언어들을 데리고 즐거워하는 (반쯤 누운) 시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는 정말로 타국에서 놀러 온 이방인처럼 빛나는 눈으로 언어를 대한다. “한국어는 뜨거운 국물이 시원한 것만큼 이상합니다// 여기 자리 있어요, 가/ 자리가 없다는 뜻도 있다는 뜻도 되니까요// 그럼 여기 나 있어요, 는/ 내가 있기도 없기도 한 상태입니까?”(「혼코노」) 이방인으로부터 익숙한 세상의 질서가 지적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즐거운 딴생각으로 인해 숨겨진 진실이 끌려나오기도 한다. 임지은의 시집은 이런 밀고 당기기로 우리를 그의 딴생각 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그의 딴생각이 만든 낯선 시선으로 시집 바깥의 세계를 돌아볼 때, 우리는 아마 조금 다른 마음을 품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