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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서 너희를 불렀다
하상만
걷는사람 202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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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누군가 그립긴 한데 얼굴이 없다
캠핑 의자
텃밭
식탁에서
엄마는 기분이 좋고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
밥하기
젖은 손
당신은 미래에서 온 사람
초원
자연
최승자의 시를 읽는 밤
지난날과 다르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잘 있습니다

그분은 외로웠을 거예요
외로움은 힘이 셉니다
오늘 누가 죽었어요
세를 들어 살았다

2부 계속 노래하는 것이 벌이 될 줄은
옥수수
연못
나라는 관성
여전히 그 잔으로 차를 마시는 사람이 있다
4

한번
다녀간 자리
커피를 남긴다
크로스바
병든 몸은 병든 몸으로 돌아간다
따뜻한 종소리
5만 2천 년 전 손바닥 벽화
콩나물김치국밥
내일
나는 나와 함께 걸었다
다섯 마리의 개

3부 아무도 그립지가 않은데 외롭다
당신은 내 방의 불을 켜지 못하지
아무도 그립지가 않은데 외롭다
남은 것을 생각한다
사과
나는 나랑 친하다
좀 더 많은 말을 한다
오래 좋아하는 것이 벌이 되는 것을 보았다
나의 슬픔은 힘이 없고
사랑한다고 말할 때 모든 걸 사랑하는 것일까
산책
언젠가 만나겠지
몸이 아니면 마음이라도 아플 것이다
어디로 가는 걸까
한 사람
오래 들여다보았다
외로운 사람
마음

4부 마음도 낡고 오래된 것이 되어 간다
벚꽃 지는 날
행복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이 정도면 괜찮아
사랑이 있는 곳에 평등은 없다
생각들
나는 나와 살아간다
밥을 적게 먹었다
창유리
당신은 이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지
선물
당신이 찾고 있는 것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가족
다섯 개의 별

해설
나와, 함께, 춤을
―임지훈(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시 외우는 것을 좋아한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다. 힘들 때면 외운 시를 기도처럼 중얼거린다. 그러면 견딜 만해진다. 여행을 갈 때는 시집을 가지고 간다. 시를 읽기 위해 여행을 가는 편이다. 장소를 바꾸면 시의 느낌이 달라지니까.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순간을 좋아한다. 시에는 그런 것이 많다. 2005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 청소년 교양서 『과학실에서 읽은 시』 『문학시간에 읽은 시』 등을 펴냈고 김구용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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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166g | 125*200*10mm
ISBN13
9791192333106

책 속으로

집에 들어가기 싫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집 말고 다른 장소를 갖고 싶어서

회사 집 회사 집
무한 반복이 싫어서

캠핑 의자를 산 너의 마음도
나의 마음 아닐까

가을이 오고 있네
가을이 오면 플라타너스 커다란 잎들이 너의 의자 옆에서 마구 뒹굴고 그럴까

혼자였는데 더 혼자가 되고 싶은 이 마음은 뭘까
--- 「캠핑 의자」 중에서

아버지는 병원에 계시고
어머니는 우리를 불러 모았다

춥다,
너희 아버지가
이렇게 따뜻한 사람인 줄 몰랐다

우리는 다 모였으나
아버지만큼 따뜻했을까
---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 중에서

어느 날 어머니는 무언가를 끓이다
냄비를 태우고 말았다. 그냥 수세미로는
지울 수 없었던, 어머니의 부탁으로 나는
힘들게 그것을 지웠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실수는 할 수 있으니까.

다른 날엔 무언가 끓어 넘쳤다. 쯔쯔,
아버지는 혀를 차시며 화를 내었다.
정신이 어디 가 있느냐면서,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이제 동시에 무언가를
할 수가 없구나, 어머니는 잠시 맥을 놓았다.
아버지의 타박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신에게 풀죽은 모습으로.

나는 먼 옛날의 어머니처럼 여러 개의 음식을
동시에 한다.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아직 젊다. 하지만 나의 이 젊음이
어머니를 기억하게 한다.
--- 「밥하기」 중에서

노인을 본다
나의 미래를 본다
섬뜩하다

옆에 있는 미래를 보고도
현재는 변하는 게 없다

미래가 후회하는 과거를
현재가 살아가고 있다

사라진 다음 후회하지 말거라

아버지는 과거에 대해 말한 거지만
미래에 대해 말한 것

과거를 바꾸기 위해 미래에서 날아온 사람처럼
아버지가 서 있다
--- 「당신은 미래에서 온 사람」 중에서


그분은
당신이 탄생시킨 모든 것에 대해
사랑을 말하십니다.
사랑해서 낳은 거고
나 혼자 외로울까 다른 이를 낳은 거라고.
세상에 없던 우리를
먼저 사랑했다고 합니다

태어난 것이 아니라
태어남을 당한 것입니다.

그분은 자신을 사랑했을 겁니다.
그래서 외로웠을 거예요.
--- 「그분은 외로웠을 거예요」 중에서

소리가 들리는 내 왼손을 향해
내 다리를 붙잡고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서서
허공으로 머리를 뻗었습니다
목이 빠질 정도로 뛰어올랐습니다

그동안 울었던 것은
다른 고양이를 찾고 있었던 걸까요

자기 목소리인데
자기 목소리인 줄 모르고
내 다리에 엉겨 붙었습니다

외로움은
쓸쓸함은
힘이 셉니다
--- 「외로움은 힘이 셉니다」 중에서

외롭다는 말을 종이에 적었다

종이에 적어 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에게도 할 수 없어서
종이에 적어 본 것이다

책상 위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었다
나와 햇살이 오래 들여다보았다

--- 「오래 들여다보았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걷는사람 시인선 61
하상만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 출간

“아무도 그립지가 않은데 외롭다
헤어진 사람도 없는데 외롭다”

모두가 갇히는 낯설고 외로운 ‘혼자’의 세계
모순적인 감정의 근원을 다독이는 담백한 시


2005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하상만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가 걷는사람 시인선 61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하상만 시인은 『간장』『오늘은 두 번의 내일보다 좋다』 등의 시집과 『과학실에서 읽은 시1,2』『문학시간에 읽은 시』 등의 교양서를 쓴 국어 교사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시인은 소소하고 담백한 목소리로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었으며 이번 시집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는 결국 모두가 ‘혼자’라는 세계에 갇혀야 하는 필연적인 외로움에 대한 질문이다. 외로운 “‘나’와 말해지는 ‘나’ 사이의 대화”이며 이러한 의사소통은 “그간 소외시켜 온 내 안의 정서들에게 올바른 이름과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큰 울림을 준다.”(임지훈 문학평론가)
하상만 시인의 오랜 화두는 외로움이다. 시인의 일상은 “내가 쓴 글을 내가 읽고/내가 부른 노래를 녹음해서 듣는”(「나는 잘 있습니다」), “혼자였는데 더 혼자가 되고 싶은”(「캠핑 의자」) 날들이다. 그는 외로움 속으로 자신을 깊게 밀어 넣는데 “혼자 있지 않아서/쓸쓸했”고, “혼자 있지 않아서/외로웠던”(「나는 잘 있습니다」) 외로움의 역설을 발견하고 그러한 외로움의 감정을 사랑으로 치환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시인이 가지고 있는 외로움은 다정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 한 편 한 편이 “시의 공명통”을 이루어 “현을 흔드는 미세한 소리들에도 전폭적으로 반응할 줄 알게”(손택수, 추천사) 한다. 내가 아닌 타인의 외로움을 직접적으로 위로하는 것이 아닌, 본인의 근원적인 감정에 가닿고자 노력하면서 결국 타인의 마음까지 파장을 일으키는 기묘한 노래가 된다.

시인이 호명하고 있는 감정들은 슬픔, 외로움, 쓸쓸함, 괴로움, 우울함 같은 비관적인 정서들이다. 그러한 정서들의 원천에는 인간은 결국 “태어난 것이 아니라/태어남을 당한”(「그분은 외로웠을 거예요」) 필연적으로 불행한 존재이며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면서/살아남는”(「병」)다는 불편한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 시집 해설을 쓴 임지훈 문학평론가는 이러한 “부정적 정서들은 나의 삶을 위협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나의 삶을 구성함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어떤 것”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이와 같은 정서들은 나의 삶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하나의 사례인 셈”인 것이다. 시인은 “오래 아프면/아픈 몸이 정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인간 중심의 모든 비관적 감정들을 포용하며 “살살 달래 가면서 친구처럼 지내”(「병든 몸은 병든 몸으로 돌아간다」)게 되는 지혜를 터득한다.

시인은 시라는 장르가 결국 질문의 형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왜 어떤 사람은 백 년을 살고/어떤 사람은 삼십 년을 못 사는 것일까” “지은 죄도 없는데 고통스럽게 죽는 것은/모르는 죄가 있기 때문일까” “왜 어떤 사람은 떠나고 나서야 가슴에 남을까”(「여전히 그 잔으로 차를 마시는 사람이 있다」) 같은 연쇄적인 질문은 이번 시집 전체를 관통하고 있으며, 질문 자체가 대답이라는 명제를 떠올리면서 시집을 읽다 보면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외로움이란 해소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근원적 질문에 도달할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본인의 외로움에게 어느덧 말을 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누구보다 ‘나’와 ‘나’의 대화가 진실된 소통이며 그로 인해 어느덧 그 자체로 위로가 되었음을 말이다.

시인의 말

어떤 감정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데
외로움은 예외였다
쳐다보지 않아도 그쪽에서 늘
바라보고 있었다
2022년 4월
하상만

추천평

외로움이 다정하다. 외로움은 시의 공명통이어서 현을 흔드는 미세한 소리들에도 전폭적으로 반응할 줄 알게 한다. 심지어 가청권 바깥으로 밀려난 여리고 흐릿한 이름들과 기억들, 저 너머로 추방당한 숨결들에 제 얼굴을 찾아 줄 줄 안다. 미래의 성과를 위해 현재를 말소시키는 것이 당연한 세계에서 외로움은 잘 벼린 지각의 한 방식이기도 하여 아슴아슴한 통증을 통해 우리는 희미하게 존재하는 사물들의 기척과 기미, 기운을 찾아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시인에게 외로움은 그래서 결핍과 부재의 흔적이면서 동시에 자기인식으로서의 가능성을 품은 꿈의 장소가 된다. 「사랑한다고 말할 때 모든 걸 사랑하는 것일까」처럼 언어에 대한 근원적 회의가 ‘변두리 잡초’에게 ‘돌나물꽃’이란 이름을 찾아 줄 때 상추로만 단일화된 「텃밭」의 일상은 더욱 풍성해지고, 무한반복의 나열적 삶에 놓인 「캠핑 의자」의 소모되는 차이를 성찰할 때 가치 있는 차이의 가능성이 회복된다. “우울함에 피곤함이 도금”된 자본과 속도의 휘황찬란을 통과하는 시는 또한 직선이 아닌 커브여서 “돌 때 부드럽지 못하고/쇳소리를 내며/불꽃을”(「나라는 관성」) 튀기기도 한다. 시의 외로움이 일으키는 불꽃은 마침내 “무엇이 남는다면 결국/쓸모없는 것으로” 폐기되는 쓸모의 왕국에서의 ‘다시 만날 약속’을 잊지 않기 위한 「산책」으로 이어진다. 언뜻 수월한 것으로만 보이는 산책은 웅숭깊고 다감하며 여럿 미감들이 와서 놀게 하는 의미의 공터를 품고 있다. 「크로스바」의 부조리를 알게 된 높이뛰기 선수가 국어를 가르치고 저녁에는 퇴근하는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고 시를 쓴다. 방풍나물에「젖은 손」 끝의 향이 묻어나는 시집에 하마터면 코끝이 닿을 뻔했다. - 손택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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