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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경위
심사평 수상 소감 제5회 문지문학상 수상작 2014년 8월 이달의 소설 윤이형_루카 선정의 말(강동호) 이달의 소설 2014년 3월 이장욱_ 기린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선정의 말(이광호, 강동호) 4월 정지돈_ 미래의 책 선정의 말(우찬제, 김형중) 5월 이상우_ 888 선정의 말(우찬제, 김형중) 6월 김덕희_ 급소 선정의 말(김형중, 강계숙) 7월 정용준_ 개들 선정의 말(이수형, 조연정) 9월 조해진_ 번역의 시작 선정의 말(조연정, 강동호) 10월 황정은_ 웃는 남자 선정의 말(우찬제) 11월 정소현_ 어제의 일들 선정의 말(강계숙) 12월 백수린_ 여름의 정오 선정의 말(우찬제) 2015년 1월 손보미_ 임시교사 선정의 말(이광호, 강계숙) 1월 조해진_ 사물과의 작별 선정의 말(우찬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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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세상을 살 수는 없다. 언제나 누군가의 뼈는 상한다. 깨닫기는 했으나 나는 모른 척하고 싶었다.
---「루카」중에서 어떤 일들은 그저 어쩔 수 없고 어떤 일들은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으며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어떤 사람들과는 함께 살 수가 없다. ---「루카」중에서 공항에 도착해서야 그 소리가 내게만 들리는 사라진 사람들의 언어라는 걸 나는 깨달았다. 아직 번역할 수 없는 먼 곳의 언어였지만, 뚜렷하게 감각되는 위로이기도 했다. ---「번역의 시작」중에서 아무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그는 그냥 하던 대로 하겠지. 말하자면 패턴 같은 것이겠지. 결정적일 때 한 발짝 비켜서는 인간은 그다음 순간에도 비켜서고…… 가방을 움켜쥐는 인간은 가방을 움켜쥔다. 그것 같은 게 아니었을까. 결정적으로 그,라는 인간이 되는 것. 땋던 방식대로 땋기. 늘 하던 가락대로 땋는 것. 누구에게나 자기 몫의 피륙이 있고 그것의 무늬는 대개 이런 꼴로 짜이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직조해내는 패턴의 연속, 연속, 연속 ---「웃는 남자」중에서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커다랗고 굵은 글씨로 노트 한가득 써놓았다. 그녀의 글씨는 동글동글하고 끝이 날렵해 경쾌한 느낌을 주었다. 그 문장을 경쾌하게 따라 읽어보려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제의 일들」중에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선반 위의 분실물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정말로 세계에서부터 분실된 존재들인지도 몰랐다. 동의 없이 그들을 이 세계로 밀어내고는 향유할 기억과 움직일 수 있는 자유를 빼앗아간 뒤 결국엔 이 어두컴컴한 병원 로비에 방치한 그 최초의 분실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자의 잔인함에 가까운 무신경을, 끝까지 책임을 지지 않는 게으름을, 뒤늦게라도 그들에게 이야기를 되돌려주지 않는 고집스러움까지, 그 모든 것을…… ---「사물과의 작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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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실패를 통해
다시, 사랑을 이야기하는 수상작 「루카」 이 책에는 수상자 윤이형을 포함해 총 11명(이장욱?정지돈?이상우?김덕희?정용준?조해진?황정은?정소현?백수린?손보미)의 소설 12편이 실렸다. 11명의 작가는 등단 10년 이내의 젊은 작가들로 한국 문학의 현재를 촘촘히 채우고 있다. 수상작 윤이형의 「루카」는 동성애 커플에 관한 이야기다. 윤이형은 그 둘을 둘러싼 사회의 시선 그리고 두 사람이 겪는 내면의 고통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일에는 그 모든 것들이 관여하고 있었다.” 소설은 사회와 줄타기하는 둘의 삶을 통해 여러 층위에서 벌어지는 갈등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동성애 서사가 한국 소설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윤이형의 소설이 가지는 강점은 그 둘의 사랑 너머에 있는 ‘아버지의 시선’을 더해놓았다는 점이다. 아들 ‘루카’를 인정할 수 없는 목사 아버지의 시선으로 종교?가족의 뒤엉킨 문제들을 낱낱이 밝힌다. 동성애자 아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살아 있는 아들을 죽은 사람이 되게 한” 아버지와 “똥구멍에 악마 들린 자”라며 손가락질하는 종교인들의 모습은 성소수자를 향한 우리 사회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이성애 서사와의 ‘차이’의 문제를 무화시키지 않”고 오히려 예리하게 파고든다는 점을 들어 윤이형의 소설이 갖는 매력을 강조한다. 소설의 가장 특징적인 지점은 이 커플이 모든 장벽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실패하는 것으로 결론지음으로써 사랑의 의미에 관한 지평을 넓힌다는 데 있다. “삶이라는 이름의 그 완고한 종교가 주는 믿음 외에 내가 다른 무언가를 믿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주인공 ‘딸기’의 고백은 사랑의 실패에서만 올 수 있는 성찰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강동호는 “진정한 사랑의 구원은 사랑의 실패가 야기할 수 있는 침묵과 고독 그리고 고통까지도 아울러야 함을 정직하게 응시하고 있다”라고 선정의 말을 밝히며, 윤이형이 보여준 서사에 지지를 보낸다. 더불어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성적 소수자 문제에 관한 한 당분간 한국 문학이 이룬 최고의 성취”라는 찬사를 보내며, 작가가 보여준 문학적 성취에 공감한다. 제각각의 삶과 고통, 이를 애도하는 한국 문학의 힘! 문학평론가 강계숙은 이 책의 심사평을 통해 “지난 한 해 좋은 작품으로 주목되었던 소설들 대부분이 고통의 개별화와 그에 대한 애도를 각자의 방식으로 수행하는 데 바쳐지고 있다”며 “집단적 트라우마로 남을 사건이 유독 많았던 사회적 맥락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사회의 중심이 되지 못한 채 변두리를 떠도는 이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삶 속에서 스스로의 고통을 내비치고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소설들의 문제의식은 2014년의 한국 사회와 맞물리며 공감의 지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책으로 2015년,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각자의 고통을 견디는 모든 이들을 위해 문학이 보여줄 수 있는 애도의 시선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황정은의 「웃는 남자」는 결정적인 순간 늘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남자의 고찰을 깊이 있게 다룬다. 조해진은 「번역의 시작」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며 서로를 위로하는 이방인들의 고통을 말하고, 「사물과의 작별」을 통해 세계로부터 분리된 사람들을 유실물 센터에 버려진 사물에 비유하며 세상에서 버림받은 자들의 고통을 말한다. 정소현의 「어제의 일들」 은 내가 모르는 나의 과거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거짓과 욕망을 폭로하며 그 안에 놓인 개인의 삶을 조명한다. 백수린의 「여름의 정오」는 경쟁에 뛰어들지도 못한 채 밀려나기만 하는 청춘의 한 장면을 그려낸다. 손보미의 「임시교사」는 ‘임시’라는 제도에 머물며 ‘정식’에 포함되지 못한 채 세상의 결여를 메꾸는 데 삶을 소모하는 P부인을 서사의 중심에 세운다. 거짓말을 통해서만 비로소 드러나는 진실을 다루는 이장욱의 「기린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책’을 주제로 소통하는 세 사람을 그린 정지돈의 「미래의 책」, ‘실험’이라기보다는 ‘모험’에 가까운 이상우의 소설 「888」. 이렇게 세 작품은 마치 수수께끼 같은 텍스트를 독자에게 던짐으로써 작가가 말하려 했던 이야기를 독자 스스로 해독하게 한다. 특히 문학평론가 우찬제는 이를 두고 “코드 풀기 작업”이라고 말하는데, 명확하지 않은 언어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지점에 도달하게끔 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재미가 더해진다. 또한 가상의 동물과 그를 둘러싼 주체들의 폭력 문제를 다룬 김덕희의 「급소」, 견고한 폭력의 세계에 반기를 드는 정용준의 「개들」, 두 작품은 강력하고 둔중한 폭력성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신예 작가 김덕희를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김형중 문학평론가), “단호하고 세련된 문장을 지닌 정용준”(조연정 문학평론가), 이라는 평을 받은 두 작가의 작품 역시 힘 있는 서사와 독자를 끝없이 밀어붙이는 하드보일드한 문체로 젊은 작가를 향한 독자의 관심과 기대를 만족시킬 것이다. 수상 소감 우선 기쁘고 고맙습니다. 올해는 제가 데뷔한 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10년간을 돌아보면 많이 어설펐고 게을렀고 느렸습니다. 아직 한 편의 장편도 발표하지 못했으니 작가로서 변명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용케, 잘도, 운 좋게도 계속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10년 동안 글을 쓸 수 없을 때마다 카트를 끌고 밟아본 적 없는 이국 공항에 내리는 상상을 하듯 한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그건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작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세계의 복잡함과 무서움에 냉정하게 맞서야 하고 무참한 풍경을 정확히 보면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그만두지 말아야 하고 자신이 타인의 자리에 설 수 있는지 없는지를 깊이, 그리고 충분히 오래 생각해야 하고 무엇보다 자신을 믿어야 합니다. 쓰는 사람의 그런 이상적인 모습은 언제나 저의 현재와는 무척이나 멀어 보였습니다. 먼 만큼 점점 더 분명해지고 또렷해졌고, 그래서 두려워하고 회의하는 와중에도 계속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내 것이 아니어도 바라볼 대상이 있어 현재를 견딜 수 있다는 것, 그 일을 그만두지 않고 걷는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그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한탄하고 질투와 매혹을 느끼면서 멀찌감치 따라 걸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루카」는 두려움을 향해 쓴 이야기입니다. 저는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지만, 제가 가진 말들이 저만큼이나 두려움 많은 사람들에게 닿아 잠시나마 어떤 여백이나 소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과분한 격려를 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에게 감사합니다. 왜 책이 나오지 않는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을 독자들과, 쓰는 사람으로도 생활인으로도 자꾸 길을 잃는 저를 견뎌준 사랑하는 가족에게,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못한 제 이야기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미안하다는 말보다 고맙다는 말을 좀더 자주 건네겠다고 약속합니다. 열심히 빚을 갚겠습니다. 2015년 윤이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