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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광녹이라는 저 견고한 성역을 가장 불온한 수단으로 침범함으로써 모두에게 영감을 주려는 예술가, 아니 보통의 시민에 불과하다. 녹지는 금세 복구되더라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은 바큇자국은 덮어버릴 수 없다.
— 김기태, 「광녹」 정주는 아주 커다란 송이버섯 균사체 네트워크 속으로 흡수됐다. 자신을 잃어버리는 동시에 찾았다. 한동안 잃어버렸던 언어가 돌아오고 생각은 소백산 전역으로 확장됐다. — 김홍, 「최신 버섯」 새는 자기가 태어난 둥지를 기억하는데, 그 둥지는 지금 머무는 곳보다 훨씬 더 낮은 곳에 있었다. 노래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그곳이 더워지지만 않았더라면 새는 비슷한 고도에 머물렀을 것이다. — 서윤빈, 「새의 카탈로그」 사라진 고라니의 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모두 돌연 깨닫는다. 그들은 이 고속도로에 영원히 갇혀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고기가 꽉 들어찬 통조림처럼 차들이 가득한 고속도로를 벗어날 수 없다. — 이오칠, 「고속도로 모놀로그」 이 전염병은 왜, 갑자기 나타난 걸까. 어느 라디오 디제이는 그런 궁금증에 이렇게 대답했다. 정말로 어느 식물병리학자의 말처럼, 식물이 이 행성을 재정비하기 시작한 걸지도 모르겠군요. — 천선란, 「당신은 갈 수 없는 세계」 우리가 마치 사진 속의 두 마리 산양처럼 느껴졌다. 나는 죽은 산양과 나 자신을 동일시했다. 그와 헤어지고 나면 로드킬을 당하기라도 할 것처럼 또 가슴이 갑갑해져왔다. — 최정화, 「삼겹살을 위한 변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