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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해마, 날다 _ 윤고은 수상작가 자선작 Q _ 윤고은 추천 우수작 진짜 진짜 좋아해 _ 권여선 어디로 갈까요 _ 김서령 막차 _ 김숨 마르께스주의자의 사전 _ 손홍규 눈사람 _ 윤성희 파견 근무 _ 정미경 플러스마이너스 _ 전아리 열대야에서 온 무지개 _ 한지수 기수상작가 자선작 론도 _ 성석제 수상작가 문학적 자전 수상소감 심사평 작가론 _ 강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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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에는 내가 글 쓰는 사람임을 밝히는 데 살짝 재미가 들려 있다. 글 쓰는 사람이라고 하면, 조금 더 많은 이야기와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소설을 쓴다고 말하면 더욱더 그렇다. (…) 의례적으로 직업을 묻다가 내가 소설을 쓰고 있다고 말하면, 말이 많아지는 것은 이제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더 많이 나를 찾아오는 느낌이다. 종종 사람들은 소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말해 준다. 최근에는 삼겹살이 구워진 불판이 소설이라는 정의도 들었다. 불판의 철사가 가로세로 얽혀 있는 모양새가 정말 원고지 칸칸 같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서 어울리는 거, 그게 소설이다.”는 정의가 그 순간 모두를 소설의 한 페이지로 엮어 놓았다. 그런 순간들이 나는 즐겁다. _‘수상작가 문학적 자전’, 326쪽
(…) 나는 당신의 인적 사항을 본다. 단골 고객이 된 후로 나는 당신을 기억하려 애쓴다. 필요한 만큼만. 대화에 유용한 만큼만. 당신은 주로 금요일에 전화를 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며, 나이는 서른일곱, 아니, 지난주에는 서른넷이었고, 그 전주에는 그 사이 어디쯤인 것 같았다. 어쨌거나 그건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술은 나이를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오늘은 서른일곱인 당신이 몇 번이나 강조한다. 어차피 될 놈은 다 되고 있다고. 될 놈은 다 되고 있다는데 왜 내 주변엔 그 된 놈들이 하나도 안 보이는지. 된 놈들은 꼭 부모님 주변에만 모여 있다. 아버지의 친구 아들, 어머니의 친구 딸, 원래 그들은 그런 족속인가, 아니면 된 놈들의 서식 환경은 여전히 부모 곁인 건가. _「해마, 날다」, ---p.14 (…) 낯선 목소리의 당신이 전화를 받는다. 어디예요? 나는 아마도, 내가 잃어버린, 지금 내 몸에서 사라지고 있는 해마의 꼬리 부분을 붙잡고 있는 중일 거다. 나는 자꾸 뇌를 벗어나는, 손상되는 해마의 꼬리를 잡고 말한다. 모, 르, 겠, 어, 요. 당신이 묻는다. 말해 봐요, 어디예요. 암전. 나는 무엇이 되어 볼까 상상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남자가 되어 볼까, 정규직으로 받아 줄 곳을 찾아 끊임없이 면접을 보는 여자가 되어 볼까,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외로운 외국인이 되어 볼까, 선택은 내 몫이다. 당신이 묻는다. 말해 봐요, 많이 마셨나요? 나는 조금도 취하지 않았지만 취기에 무너진다. _「해마, 날다」, ---p.31 다급한 거짓말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포스트잇을 붙이기 시작했다. 분홍색은 그가 이미 말한 것, 노란색은 사람들이 말한 것, 이었다. 도시의 많은 Q들이 그의 소설 내용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그는 보통 함구하고 또 함구했다. 미완성이었으니 함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가끔 쓰이지 않은 소설에 대한 예고편이나 막연한 계획 같은 거라도 얘기해야 할 상황이 생겨났다. 말 한마디로 흘릴 수도 있었지만, Q의 사람들은 너무 빨랐다. 그가 Q 입구의 소나무에 대해 언급하면 얼마 되지도 않아 그 소나무에 여러 명이 달라붙어 갖가지 검사를 하며 소나무가 장수할 수 있도록, 오래오래 Q의 증인이 되도록 유난을 떨었다. 그가 Q의 초등학교에 대해 언급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초등학교마다 한 명씩 그에게 홍보 인력을 보냈다. 그에게 소설 속에 김밥집이나 냉면집이 나올 일이 없냐고 묻던 한 주민은 며칠 후에 냉면집을 열었다. 그 주민이 전단지와 시식 쿠폰을 보내 준 후에야 그는 자신이 그날 냉면집이 등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 냈다. 물론, 아직 그의 소설에는 냉면집도 김밥집도 등장해 있지 않았다. 그날 그는 분홍색 포스트잇 한 장을 벽에 붙였다. 냉면집이라고 적힌 포스트잇이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소설 속 인물의 경로가 그렇게 하나씩 생겨났다. 냉면집, 초등학교, 산책로 6과 7과 13, 그리고 더 많은 것들이 소설보다 먼저 말로 튀어나와 그의 발목을 잡았다. _「Q」, ---pp.43∼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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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윤고은의 「해마, 날다」.
개연성 있는 환상과 발랄한 상상으로 21세기 잉여인간을 이야기하다. 제12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해마, 날다」는 대학 졸업 후 다음 소속을 정하지 못해 일 년을 구직 활동으로 보낸 여주인공이 68번째로 이력서를 낸 회사에 마침내 취직이 되고 한순간에 해고를 당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소설이다. ‘해마005’라는 음주 통화 서비스업체에서 그녀는 ‘해마8’이라는 하나의 번호가 되어,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 내고 싶어 하는 익명의 통화자들을 상대한다. 끊어진 필름을 친구나 애인, 가족, 혹은 직장 동료가 보관하는 것보다는 전문적으로 폐기 처분해 주는 곳에 맡기는 것이 어떤가. 그런 점에서 해마005는 당신에게 유용할 수 있다. 당신이 이곳에 소비한 시간은 통화가 종료됨과 동시에 사라진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해마005는 음주 통화를 위해 열려 있는 전화번호다. 말이 통하는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발신인과 수신인이 확실하고, 두 사람이 입과 귀를 상대방을 향해 열고 있다면 대화는 이루어진다. 1분에 1,500원씩, 거의 해외 로밍 수준의 요금이 부과되지만 사람들이 초 단위로 계산되는 시간을 기꺼이 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알코올 농도를 체온처럼 유지하기 위해 성실하게 알코올을 주입하는 사람들, 그렇게 적정 알코올 농도를 지키는 사람들, 당신들이 이 밤을 견디는 법은 세 가지다. 마시거나, 잠들거나, 말하거나. 소설가 김형경은 심사평에서 “현대인의 내면에 바야흐로 불붙어 오르기 시작한 서사 욕망에 관한 이야기로 읽힌다. 세상은 이야기하고자 하는 욕구로 넘치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아우성치고, 어떤 사람들은 그들의 욕구를 이용해 돈을 번다. 돈을 지불해야만 자기표현이 허용되는 시대,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의미가 소통되지 않는 시대, 뜻 없는 언어들이 파편화 되어 허공에 흩뿌려지는 시대를 눈앞에 잡힐 듯 잘 그려 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상상력과 언어 표현력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수상작은 또한 음주 통화 서비스업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뛰어넘어, “될 놈은 다 되고 있다.”는 손님과의 대화로부터 될 놈에게 주어진 자리가 내게는 없다는 현실로, 그리고 멸종당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여주인공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김경수는 “무엇보다 윤고은의 소설은, 상상력이라는 것이 근거 없는 공상이 아니라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삶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라고 하는 절박한 인식의 방법임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이 작품이 “소통과 대화의 부재로 인한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그리되, 그것을 청년 실업과 명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계급적 간극, 그리고 다문화 가정의 사상누각 같은 현실의 면모를 통해 전달한다.”고 평했다. 한 권으로 읽는 한국문학 대표 작가와 작품들. 오늘의 삶을 위로하는 따스한 서정과 이야기의 마력.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젊고 새로워지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이효석문학상은 한국 단편문학의 수작으로 꼽히는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의 문학 성과를 기리자는 취지하에, 매해 탁월한 작품을 발표한 작가들을 시상하여 한국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고자 제정되었다. 등단 15년 이내의 작가를 대상으로, 전년도 6월 1일부터 해당 년도 5월 31일까지 문예지·잡지·정기간행물·부정기간행물 등에 발표된 중·단편 소설을 심사하여 수상작을 결정한다.(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은 제외된다.) 엄격한 심사와 공정한 문학상 운영을 위해 심사와 시상 과정 전체를 공개하고 있다. 제12회 이효석문학상은 일곱 명의 심사위원 현기영(소설가), 김형경(소설가), 구효서(소설가), 김경수(문학평론가), 서준섭(문학평론가), 서경석(문학평론가), 심진경(문학평론가)이 최종적으로 엄선한 작품들을 놓고 토론한 결과 윤고은의 「해마, 날다」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평에서 심진경은 올해의 심사를 두고, 지금까지의 문학적 성과가 있기까지의 성과를 심사 기준에 더해서 평가할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심사 기준에 더할 것인가 하는 판단 기준의 쟁투였다고 밝히면서 윤고은의 수상으로 인해 이효석문학상이 작품 자체의 참신함과 기대감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는 사실을 더욱 입증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열두 번째 수상 작가와 작품을 낸 이효석문학상은 매년 최고의 작가와 작품을 선정해 왔다. 그리고 그 작품집에는 한국 단편문학의 오늘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수록했다. 이번 작품집에는 올해의 수상작 외에 수상작가 자선작 「Q」와 본심에 올랐던 추천 우수작 여덟 편(권여선 「진짜 진짜 좋아해」, 김서령 「어디로 갈까요」, 김숨 「막차」, 손홍규 「마르께스주의자의 사전」, 윤성희 「눈사람」, 정미경 「파견 근무」, 전아리 「플러스마이너스」, 한지수 「열대야에서 온 무지개」)을 비롯해, 기수상작가 자선작 성석제의 「론도」가 실려 있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작가들의 최근작을 동시에 만나 볼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 수록한 작품들은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과 밀도 높은 서정, 탁월한 이야기의 힘을 보여 준다. 작가들의 놀라운 실험 정신과 상상력이 빛나고 있는 작품들이며, 한국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유감없이 드러내 보이는 작품들이다. 이효석문학상 역대 수상작가와 수상작품으로는 제1회(2000년) 이순원의 「아비의 잠」, 제2회(2001년) 성석제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제3회(2002년) 이혜경의 「꽃그늘 아래」, 제4회(2003년) 윤대녕의 「찔레꽃 기념관」, 제5회(2004년) 정이현의 「타인의 고독」, 제6회(2005년) 구효서의 「소금가마니」, 제7회(2006년) 정지아의 「풍경」, 제8회(2007년) 박민규의 「누런 강 배 한 척」, 제9회(2008년) 김애란의 「칼자국」, 제10회(2009년) 편혜영의 「토끼의 묘」, 제11회(2010년) 이기호의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이 있다. 수상소감 설렌다. 누군가의 이름을 문패처럼 달고 있는 문학상이기에 더 설렌다. 이효석이라는 이름 석 자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수상 소식 이후 도리어 생경하게 들린다. 지금 그의 이름이 걸린 문 앞에 서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조심스레 초인종을 누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