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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동박새의 쉴 자리가 동백의 여백이다
절 내 안에 봉인된 삶이 있다 동백의 여백 젖은 시간이 마를 때까지 말뚝과 반란 아름다운 이치 입승과 먹줄 승 무지개와 나 저녁 강이 숲에 들어 맹꽁이가 밤새 너를 그리고 싶었네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 2부 손목이 지워진 시 국수 삼팔 구례 장날 영혼을 꿰어 안주를 하소연하다 상추 도둑 수국 사투 순자강 사연 총명불여둔필 친절한 경고 인정했다 소원 차꽃 앞에 놓는다 3부 어쩌자고 저렇게 대책 없는 별들을 은단풍나무 소리 보드카를 마실 시간 인도를 가네 별 떼들이 질주하네 사막의 은유 기원정사 갠지스강가에서 다람살라에 있다 초원에서 문신을 새기다 둔황 향 사르는 고요 가섭의 누더기 12사도의 섬 미륵사지탑이 말했다 정선 4부 아랫목이 슬프도록 따뜻했다 인사말 작은 나무 흰 무명옷이나 잿빛 삼베옷 옷의 이력 안부 그녀가 준 이불 슬프도록 따뜻했다 시작의 내력 잔인한 비문 지리산이 당신에게 팔만대장경이 물들이네 고요 한 점 화사별서 굴비 익는 법성포길 지리산은 지리산의 자리에서 노래하네 내 안의 당신께 5부 파문과 파문과 고요와 고요와 산에 드는 시간 해설 그리울 때 나는 시를 읽는다 ―정철성(문학평론가) |
박남준의 다른 상품
부추꽃에서부터 별이 바다를 이루는 우주에 이르기까지
―시원始元의 공간에서 끈질긴 생태적 사유로 이루어낸 시의 경지 걷는사람 시인선의 41번째 작품으로 박남준 시인의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가 출간되었다. 1984년 《시인》지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남준의 여덟 번째 시집. 일명 ‘은둔의 시인’ ‘자연의 시인’이라고도 불리는 박남준 시인이 산의 깊은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지도 어느덧 30년이 되었다. 지난 시집 『중독자』(펄북스, 2015) 출간 이후 본원적인 생태적 사유와 실존적 감각을 더욱 갈고닦은 박남준 시인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시인 박남준이 그간 꾸준히 그려 왔던 풀, 나무, 꽃, 새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을 넘어 “눈 내리는 시베리아 자작나무 숲” “그늘 깊은 사구” “별들이 기다리는 바오밥나무” 같은 머나먼 미지의 공간으로 확장되어 나아간다. 박남준 시인은 섬세한 눈길로 “동백의 여백”을 “동박새가 찾아와 쉴 자리”(「동백의 여백」)로 포착해내고, 딱새가 “사과나무에 앉아 망을 보다 푸릉 떠난 가지”를 보고 “산다는 것 서로의 다리가 되어 건너는 것”(「아름다운 이치」)이라며 자연 속에서 삶의 이치를 깨닫는다. 또한 시집을 넘기다 보면 “녹두전을 시켜 놓고 술 따르”(「삼팔 구례 장날」)며 잰걸음으로 장터를 돌아다니는 푸근한 시인의 모습과, 애지중지 키워 놓은 상추와 쑥갓을 훔쳐 가는 도둑에게 “상추 뽀바간연 처먹고 디저라”(「상추 도둑」)라고 일갈하는 동네 할머니의 익살스러운 모습도 한데 그려져 시인이 겪은 다양한 일상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시인은 “간절한 기원이 있을 것이다/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길을 묻는 시작과 무시무종의 화두를 생각하며/깊은 고요에 안길 것이다”(「기원정사」)라고 진술하며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 자신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사유한다. 이러한 선언은 시인이 그간 이루었던 무아의 경지를 더욱 초월하고 싶은 간절한 기원일 것이다. “갠지스강물은 흐르고/내가 지금 보고 있는 강물은 보이는 강물이 아니리라/나를 스친 인연도 다만 어제의 인연이 아니리니”(「갠지스강가에서」)라며 갠지스에서 서로 물줄기처럼 스쳐 간 인연들을 떠올리기도 하며, 변방으로 내몰린 몽골에서는 “초원의 바다” 같은 장관을 목격하고는 “세상의 사진기로는 담을 수 없었으므로/두 눈에 써 넣었다”(「초원에서 문신을 새기다」)라고 고백하며,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문신을 새기듯 ‘몸’과 ‘세계’가 하나 되는 태도를 견지한다. 이외에도 다람살라, 둔황, 산티아고 등 본인의 순례길로 삼은 여행지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추천사를 쓴 금강 스님은 “박남준 시인은 삶이 시다. 산승이 다니고, 머물고, 앉고, 눕고, 말하고, 묵묵하고, 움직이고, 고요할 때에도 화두를 참구하듯 항상 시를 쓰고 노래한다”며 “사물을 볼 때 분별을 뛰어넘어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밝은 빛을 볼 줄 아는 경지”를 품은 그의 시집에 찬사를 보낸다. "돌아보는 영혼에 화끈거리던 열기 얼굴을 감싸던 두 손이 기억하리라 낯 뜨거운 시의 문을 언제 닫을까 그러나 또한 고쳐 생각한다 저만큼 재촉하는 바람의 시간이 탄식으로 눈 내리는 시베리아 자작나무 숲으로 그늘 깊은 사막의 사구 너머 별들이 기다리는 바오밥나무 아래로 나를 이끌고 갈 것이므로 신파처럼 낡은 창을 열어 놓고 있네" 지리산 자락 심원재에서 박남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