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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싸묵싸묵 천천히

그케 되았지라
큰손님

마중
느림
스뽄지 차
저승은 멀다
나 먼야 죽지 말게
간병 기술
미운 애기
아이고 편하다!
으째 이케 안 죽어진디야!
노모의 전화

2부 기다린 시간 기다릴 시간

부모
밀랍 인형
노모의 걱정
기도
잿밥 염불
그리움
한글 세대 김현
조금난리의 여름
휴, 배, 부, 르, 다
진도 옥천극장
무화과
기다림

3부 먼지의 도망

먼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람 동물
쥐 잡기
매생이

소와 꽃뱀과 낙지
여름의 그림자
칼치, 갈치
뭐라고?
얼굴
소나기
조도바

4부 눈사람 되어 서 있다


한글날
촛불
미련
재미
아우라
미우면 다시 한 번
조문
한용운과 최남선
가슴 아프게
눈사람
겨울을 나며

해설

유연하고 속 깊은 성찰의 세계
-정우영(시인)

저자 소개 1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동양문학〉에 희곡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 한 줄에 감동과 이야기를 다 담아내지 못해 소설, 동화, 산문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다. 시집 『국가 공인 미남』, 『길에서 개손자를 만나다』, 『그케 되았지라』, 소설 『봄바람』,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 산문집 『쓴다,,, 또 쓴다』, 『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책을 읽다』, 희곡집 『풍경소리』, 『개님전』, 동화 『도마 이발소의 생선들』, 『개밥상과 시인 아저씨』 등 많은 책을 펴냈으며, 아름다운작가상과 한국출판평론상을 수상했다.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동양문학〉에 희곡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 한 줄에 감동과 이야기를 다 담아내지 못해 소설, 동화, 산문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다.

시집 『국가 공인 미남』, 『길에서 개손자를 만나다』, 『그케 되았지라』, 소설 『봄바람』,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 산문집 『쓴다,,, 또 쓴다』, 『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책을 읽다』, 희곡집 『풍경소리』, 『개님전』, 동화 『도마 이발소의 생선들』, 『개밥상과 시인 아저씨』 등 많은 책을 펴냈으며, 아름다운작가상과 한국출판평론상을 수상했다.

소설과 시가 중고등학교 국어·문학 교과서에 수록되었으며, 1997년에 출간한 소설 『봄바람』은 청소년 문학의 물꼬를 튼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는 수필가 단체인 ‘한국산문작가협회’에서 작가들과 함께 글쓰기 공부를 하며 문학으로 세상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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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96쪽 | 126g | 125*200*7mm
ISBN13
9791193412503

책 속으로

아버지의 옛 친구가
아버지 돌아가신 줄 모르고 전화했다.
어머니가 전화 받자 안부 나눈 뒤
친구 바꿔 달라고 했다

산에 있어 전화 못 받지라
언제쯤 돌아온다요?
안 돌아오지라. 인자 산이 집이다요
예? 그람, 죽었단 말이요?
그케 되았지라
---「그케 되았지라」 전문

막걸리 부어 주며
무사고 기원하시는 어머니
오십 다 되어서야 내 이름 달고 산 차
후반 인생 보드라워야 한다고
스뽄지가 물 빨아들이듯
어려움 닥쳐도 보드라워야 한다고
스포티지 차, 스뽄지 차
부르며 비손하시는 어머니

스뽄지 차를 쓰다듬으시면서는
너헌티 딱 맞는 차다!
그라지람자, 나도 고로코롬 생각허요
---「스뽄지 차」중에서

사흘 장마
열흘 장마
도랑물 넘쳐
실개천 넘쳐
온 동네 다 잠긴다
조금만 되면 물난리라 조금난리
나중엔 조금리

비 안 온다는 라디오
뉘 집에 있다냐
---「조금난리의 여름」 전문

지난번 영화에서 죽은 배우
이번 영화에 다시 나오니
죽은 귀신 살아났다고
관객들 소스라치게 놀라
의자 밑으로 숨고 문 찾아 나가고
---「진도 옥천극장」 전문

조도바야! 니 머리 어디서 했냐?

조도에서 왔다고 조도바라고 불리는 젊은이 쑥스러워 웃는다

그냥 저그 읍내 갔을때…

동숭은 뭔 그런 것을 물어보고 그랴? 미장원에서 했긌지. 요새 이발소를 누가 가기나 하남

이발소고 미장원이고 무신… 조도바 즈그 엄매가 해 줬구만

맞단께. 즈그 엄매가 날 때부터 저러코롬 맨들어 줘서 일도 잘허제!

원래… 머리가… (조도바가 히죽히죽)

곱슬머리로 태어난 게 일 잘하는 거랑 무슨 상관일까
나도 속으로 (히죽히죽)
---「조도바」중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은
더러
촛불을 밝힌다.
(죽어 있는 사람들은
깜깜한 밤중에도
촛불이 필요하지 않다)
---「촛불」중에서

난, 그리워지는 것들은 벽 쪽에 걸어 두고
애써 등 돌려 돌아눕는다
지난겨울에도 그해 겨울에도
그리고 올겨울에도 눈은 오지 않아
어쩌자고 비까지 내리지 않아 해마다
그리워지는 것들은 모두
벽 쪽에 걸린다

---「겨울을 나며」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어릴 때 향리의 노인들은 ‘말이 그렇다는 말이다’는 말과 ‘말이 말한다’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커서 보니,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도 진지하게 ‘말이 말한다’고 했더라. 다들 말하는 입과 속내가 다르다는 뜻 아닐까? 그래서 절집의 선가에선 아예 언어와 문자를 내치는 불립문자(不立文字)를 주창했으리라. 나는 말을 내치지 못하고 시집을 또 엮는다….

2024년 여름 무산서재(無山書齋)에서
박상률

추천평

예전의 어른들은 한 단어에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말씀하셨다. 인생의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흘러간다고, 인간의 힘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시인의 어머니는 “그케 되았지라” 한 말씀으로 넌지시 이야기를 건넨다. “산에 있어 전화 못 받지라” “인자 산이 집이다요”(「그케 되았지라」)라든가, “집에 큰손님 왔”(「큰손님」)다는 은근한 비유는 이제 더는 듣기 어려운 말이다. 언어나 가재도구나 굴곡진 인생살이나 모두 일상이 곧 예술이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비극을 어떻게든 견디며 살아왔던 세대가 사라지며, 그들이 체화한 생활의 지혜가 사라지고 반짝이고 화려한 것만이 진리인 시대. 느림의 미학으로 “후반 인생 보드라워야 한다고/스뽄지가 물 빨아들이듯/어려움 닥쳐도 보드라워야 한다고”(「스뽄지 차」) 스포티지 차를 ‘스뽄지 차’라고 부르는 어머니야말로 인생의 지혜를 언어화한 이 시대의 진정한 시인이다.
시집을 읽다 보면 “물때 맞춰 양동이 이고 바닷가로 가던 할머니, 어머니”(「여름의 그림자」)의 뒷모습과 “식당에서 새 나오던 음식 냄새”(「휴, 배, 부, 르, 다」)를 배부르게 들이마시던 시절의 어린 박상률이 그려진다. 고난과 비극의 시대를 유희적 언어로 형상화해낸 시집을 읽다 문득 눈을 감으면 “죽은 귀신 살아났다고/관객들 소스라치게 놀라/의자 밑으로 숨”(「진도 옥천극장」)던 수십 년 전 어르신들이 우리 앞에 나타나 막걸리 한 사발을 따라 줄 것 같은 밤이다. - 김성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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