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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비부패세계
041 래빗 독스 081 평론 | 이성혁(문학평론가) 095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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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흘렀다. 무작정 데려온 것치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언니를 원망하고 싶지는 않았다. 레스트 인 피스. 그건 나보다는 언니에게 필요한 말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돌아다녀서야 쉴 수가 있나. 머리가 아팠다. 그때 누군가가 거칠게 문을 두드렸다. 이재는 다행이라는 기색을 숨기지 않은 채 재빨리 달려나갔다.
지금 이게 무슨 경우에요? 날카로운 목소리가 새어 들어왔다. 현관에 선 이재가 쩔쩔매는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좀비를 건물 안에 들여놓으면 어떡해요. --- 「비부패세계」 중에서 그리고 나는 지금, 더 먼 우주를 향해 가고 있다. 먼 옛날 인간들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먼 곳이었던 게임을 가지고. 나의 미션은 하나. 우리가 살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찾아내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바라던 일이었는데 어째서 쫓겨나는 기분이 드는 건지는 알 수 없다. 책임이라는 말은 너무 무겁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모든 게 너무 당연해지기 전에. 뭐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그냥 사라지지는 않게. 그게 정말 최선이지는 않게. 뭐라도, 이어질 수 있게. 지구가 망해가는 순간에도 게임이나 만들고 있었을 사람들의 한심한 얼굴과, 생각해낼 수 있었던 최선의 외계인의 모습을 떠올린다. 고작해야 토끼와 강아지. 멀리서 별이 쏟아져 내린다. 어둠을 가로질러 사라지는 그것은 언젠가의 눈을 닮았다. 도망치고 싶으면서도, 그리운 장면. 우리는 다시 만난 적은 없다. 그러나 그 애는 줄곧 지구의 반대편을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가고 있는 방향. 네 시선이 내 등에 닿아 있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누군가 등을 끌어안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중력이었다. --- 「래빗 독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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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야 하는 인류에게 멸망한 지구는 중력을 남겨 놓는다. 지구와 인간,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힘인 중력. 세상의 종말 이후 인류에게 낯설게 된, 그 멀미를 일으키는 힘만이 인류를 지구인으로 남겨놓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지구와의 중력을 이어지게 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중력은 사랑의 힘이라고도 바꾸어 말할 수 있다. 이 사랑의 힘이야말로 영원히 존재할 것 같은 플라스틱의 ‘비부패세계’를 돌파하고 초극할 수 있는 영원성을 지니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조시현의 소설들은 세상의 종말 이후에도 존속할 영원한 힘, 사랑을 발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 이성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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