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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백수도 참 할 일이 많다
밤 속의 길 머리맡에 막걸리 두 병 놓여 있었다 백수도 참 할 일이 많다 양 씨가 게발선인장에게 꽃도둑의 눈 언니들과의 저녁 식사 심청이 세 송이 고추 사형제 날랜 여자 무용Useless 어매 아무도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불구의 말 신神들의 마을 문맹 2부 사랑은 끝내지지 않는다 벽 너머 남자 체온 독생대獨生代 인류세人類世 앵두나무 두 그루 시간을 알약처럼 삼키며 해자네 점집 맥아더 장군 보살 칼 든 남자 바늘 든 여자 나는 남자친구가 되었다 티켓 투 더 문 이 술 다 묵고 죽자 대회 여신의 저울 도로봉 끅, 끅, 끅 호박 꼭지 3부 여기가 광화문이다 종이 새 모른다 - 삼례 나라슈퍼 삼인조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어느 날 내가 죽었다 남녘 북녘 롤러코스터에 물음 살려주세요 염무웅 선생의 눈물 형제여 내가 대통령이, 라면 배다리 아벨서점 곽현숙의 말 뼈아픈 사람들 산신제山神祭 검은 씨의 목록 밤의 명령 여기가 광화문이다 4부 시 같은 거짓말과 허구가 필요했다 소리가 나를 끌어당겼다 지구인 몰랐다 어쨌든 살아 있으면 된다 늙은 꼬마 다른 사람 좋은 세상 내일의 날씨 발명된 꿈속에서 문밖에 지지배 소설가 박상륭 김사인 시인의 시 낭송 푸른 심연에게 아름다운 생 평평골 아래 발문 불구가 아니라면 사랑은 가능하지 않다네 _ 황규관 시인 |
김해자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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껴안은 채 이별한 우리, 결코 “사랑은 끝내지지 않는다”
- 죽을힘 다해 매달리는 삶과 사랑의 시 61편 이번 시집은 「백수도 참 할 일이 많다」, 「사랑은 끝내지지 않는다」, 「여기가 광화문이다」, 「시 같은 거짓말과 허구가 필요했다」 등 총 4개의 부로 구성돼 있다. 스스로를 ‘백수’로 칭하며 “쌀방아 보리방아 매기미질도/ 둘이서 셋이서 하면 재미나대서/ 콩 튀듯 팥 튀듯 바쁜 양승분 씨 밭에 가서/ 가만히 서 있”(「백수도 참 할 일이 많다」)곤 하는 시인의 사소하지만 아주 특별한 일상의 이야기에서부터 “천 사람 만 사람의 촛불로 우리 모두가 환해지도록/ 사람이,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아갈 세상을 위해”(「여기가 광화문이다」) 온몸, 온 마음으로 분투하는 광장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매 시편이 촘촘하다. 특히, “고독사여, 컴퓨터 자판이나 두드리고 있는 나도 0과 1밖에 모르는, 스마트폰이나 들여다보고 있는 너도 독생대를 지나가고 있다// 생물은 사라지고, / 전기로 관절을 움직거리는 피규어만이 팔리고 있다” (「독생대獨生代 인류세人類世」)나 “누가 입을지 모르는 옷, 당연히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 않고 입을 사람들을 위해, 위해서라는 생각조차 없이 얼굴 처박고 미싱만 돌린다.”(「무용Useless」)와 같이, 삶을 파괴하는 근대 자본주의 문명에 대한 비판에 이르러 시인의 목소리는 더욱 높다. 그만큼 육중한 무게감을 가진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를 ‘잉여’로 만드는 기술 문명의 본질. 이러한 흐름은 “살림집 한 귀퉁이 비워 수선집 차렸다/ 석탄가루 밟으며 까만 비닐봉다리 들고/ 먼 길 걸어온 늙은 광부의 튿어진 작업복을 고친다”(「무용Useless」)처럼, 시인이 계속해서 농촌 공동체의 환대와 우정을 강조하는 까닭을 짐작하게 한다. 한 나뭇가지에서 다른 나뭇가지에로, 함께 날아오르며 터져 나오는 목소리들, 저 참새들처럼 명랑하 게 말하라 동요 부르던 아이들, 동그랗고 깨끗한 입으로 말하라 잠긴 방 안에서 타죽은, 함께 부둥켜안 고 문 쪽을 바라보던 여공들, 못 감은 눈으로 말하라 동굴 속에서 마지막 본 아이들 검은 눈동자여, 아직도 말 못 하는 흰 산의 눈물로, 살려달란 말 대신, 미안하다…… 사랑한다, 말한 아이들의 마지막 메시지처럼, 손가락으로 말하라 짓이겨진 손톱으로 말하라, 숫자가 아니라 돈이 아니라, 그 한가운데를 질러 가며 말하라, 소름 돋을 줄 아는 맨살의 정직함으로 말하라. - 「밤의 명령」 부분 “소름 돋을 줄 아는 맨살의 정직함”으로 하여 시인의 목소리는 매 순간 굳건하다. 이는 어느 순간에 이르러, 하나의 기묘한 주문처럼 우리를 사로잡기도 한다. “어둠 속 쟁여진 시간”(「검은 씨의 목록」)을 벗어나고자 춤추는, 오래도록 ‘점집’을 지켜온 신묘한 여인의 몸부림과도 같이. 나는 사랑했지. 나처럼 생긴 이 세상의 모든 여자와 남자, 농부와 어부와 장사꾼, 소쿠리에 담긴 진흙 을 이고 먼 길 걸어와 집이자 성전을 바르는 흙손을, 벽에 닭과 새와 소와 무지개를 그리는 색색 그림, 아름다웠지, 작업을 마치고 모락모락 김 나는 뜨거운 밥 앞의 따스한 입들과 흰 스카프를 쓴 여인들의 입김과 둥그런 모닥불, 꿈에 부풀었지. 교회당에서 영원을 서약하는 웨딩드레스와 법원 앞에서 이별의 악수를 하는 연인들, 축복 있으라, 한때 사랑했으며 이젠 사랑할 일만 남았으니. - 「아름다운 생」 부분 이번 시집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확인한다. 이 모든 광포함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결코 끝내지지 않는다는 것. “한때 사랑했으며 이젠 사랑할 일만 남았”다는 시인의 드넓은 포옹을. 그러므로 끝내 “축복 있으라”! “나는 왜 나를 지나쳐 왔던가/ 분질러진 시간이여// 시간을 알약처럼 삼키며/ 우우우, 우리는 삶을 지나쳐 왔네”(「시간을 알약처럼 삼키며」). 그러나 알고 있지 않은가. “이별은 도착하지 않고 죽을힘 다해 꼭지가 호박을 매달고 있는 한 사랑은 끝내지지 않는다”(「호박 꼭지」)는 사실. 이 고귀한 일깨움이야 말로 김해자 시가 지닌 가치에 다름 아니다. 시인의 말 또 한 겹의 시간을 뜯어냈다. 갈마드는 대지의 시간 앞에서 나는 한 치 앞도 못 보는 청맹과니, 암시나 모름시나 잘만 살았다. 사람과 꽃과 나비와 알곡과 대지에 경배하며. 그 모든 계절의 바람과 떨어진 꽃과 주검들이여, 새벽이면 얼음을 깨고 들여다보던 시간의 동공이여, 절뚝거리며 걸어온 그 모든 발길과 발이 닿은 바닥이여, 공짜로 배달된 흰 시간 앞에서, 살아가야 할 날들이 저리 넉넉하고 깨끗하다. 밥과 술 그리고 웃음까지 나눠 먹는 이웃들과 친구들이 이 시들 중 몇 편이라도 듣고 껄껄 웃었으면 좋겠다. 2018년 4월 천안 광덕에서 김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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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당이 있다. 가장 할 일 많은 백수들이 모여 꽃 도둑질하는 해자당이 있다. 달과 별을 미싱처럼 돌리는 해자네 점집에 가서 누구는 사랑을 바느질하고 누구는 눈물을 흘리는 해자당이 있다. 반은 보살이고 반은 좀 “모자란 눔”, “시 쓰는 눔”(「꽃도둑의 눈」)들이 모여 ‘이 술 다 묵고 죽자 대회’에 나가면 금메달을 따는 해자당이 있다. “맨살의 정직함으로” “아직 세상에 없는 나라의 말”(「밤의 명령」)을 하는, 자기가 당원인지도 모르는 해자당이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가 넘쳐나는 세상을 향해, 자발 적으로 복종하는 사이보그 세상을 향해 해자당원들이여 노래하라. “눈물은 어느 나라 물로 흘러나오는지,/ 울음은 어느 나라 말로 터져 나오는지”(「몰랐다」), 가만가만 노래라도 부르라. “도시로 유배 온 지 반세기가 되어가는 지금”(「늙은 꼬마」), 해자당원들이여, 나라도 국경도 없는, 만국의 해자당원들이여 단결하라! - 안현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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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무당인 나에게 김해자 시인은 존경할 만한 인간이자 만신萬神이다. 나는 김해자에게 어떤 ‘자매 됨’을 느낀다. 진정한 ‘자매 되기’란 성별이나 나이, 위치, 혹은 종교를 떠나 사람과 사람이 연대함을 뜻한다. 즉 김해자와 자매가 되는 일은 조금 단순해지는 것, 더 ‘인간적’이 되는 경험이다. 무엇이 귀하고 소중한지 잊지 않는 마음은 우리를 아주 근원적 연대의 상태로 이끈다. 자신을 ‘점쟁이’로 낮추고 있으나 그녀가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이웃’ 의 희로애락은 미신이 아니다. 김해자 시인은 모든 아픈 사람, 이웃의 자매이다. 그녀는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위한 위로를 글로 쓴다. 그것이 그녀가 믿으며 우리가 전해 듣는 신神, 김해자 시의 정체다. - 권민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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