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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_묵상이란 무엇인가
묵상, 성경이 나를 읽는 시간 묵상은 대화다 권연경 묵상은 이야기다 권일한 묵상은 새김이다 차준희 묵상은 천상 회의다 조병수 묵상은 공감이다 송인규 묵상, 존재를 변화시키는 연합 묵상은 번역이다 정민영 묵상은 관계다 박대영 묵상은 참여다 박영호 묵상은 약속이다 정성국 묵상, 성경이 목적하는 세상을 꿈꾸는 것 묵상은 혁명이다 김영봉 묵상은 저항이다 김기현 묵상은 안식이다 김병년 묵상은 평화다 전성민 묵상, 생명을 공급받는 만남 묵상은 독수리 날개다 김회권 묵상은 밥상이다 옥명호 묵상은 식의주다 김주련 묵상은 걷기다 이재근 묵상은 생명이다 김성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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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티(Quiet Time)는 그 이름 그대로 ‘답’에 재빨리 도달하는 일이 아닌 ‘시간’을 묵묵히 들이는 일이다. 몸으로 하는 일이다. 때로는 몸부림이다. 이것은 인공지능(AI) 기술이 해 줄 수 없는 일이다. AI에게 성경 본문을 물으면 내 수준에 딱 맞는 해석과 적용을 요약해 주고 큐티모임에서 나눌 이야깃거리까지 정해 주는 효율의 시대가 올지라도, 「매일성경」은 비효율적으로 말씀 앞에서 끙끙대는 시간을 유발하는 도구여야 할 것이다. AI가 결코 대신해 줄 수 없는, 말씀이 내 몸을 통과하는 체험을 한 이들이 한 자 한 자 눌러 쓴 사람 냄새 나는 고백이어야 할 것이다. AI보다 느리고 부정확할지라도, 하나님은 AI로 대체할 수 없는 우리의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속에 더 정확하고 빠르게 깃드실 것이다.
--- p.11 「들어가는 말_묵상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말씀에 대한 폭력이 이렇게 쉽게 자행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생생한 육성으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글은 스스로 자기 의미를 내세우지 않는다. 글로 된 말씀과의 대화는 전적으로 내 편에서의 해석에 달려 있다. 성경을 펴서 읽는 것도 나요, 거기 쓰인 내용을 해석하는 것도 나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주무를 수 있다. 읽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조작을 수행할 수 있고, 읽은 결과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생각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하지만 말리는 사람이 없다. 독이 오른 사춘기 아이와 달리, 말씀은 사랑을 가장한 나의 집착과 폭력에 저항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나의 폭력을 인식하지 못한다. 내가 우겨서 메시지를 찾아내거나 본문을 취사선택하여 메시지를 만들어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님이 내게 맞는 말씀을 주셨다고 감사하고, 나와 하나님의 관계가 건강하다고 기뻐한다.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은 위험한 상태다. --- p.24 「묵상은 대화다」 중에서 말씀 묵상은 천천히 읽기다.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읽는 이들이 자신의 책을 ‘슬로 리딩’(slow reading)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글을 쓴다”고 한다. 성경의 참 저자인 하나님의 속마음도 이와 같을 것이다. 성경의 기록자와 필사자의 바람도 이와 같지 않을까. 양피지와 두루마리에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써 내려가던 그 속도를 따라 읽는 것이야말로 성경을 성경으로 대하는 올바른 방법이다. 말씀 묵상은 ‘천천히 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천천히 주의 깊게 읽기’다. --- p.51 「묵상은 새김이다」 중에서 묵상은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나의 진면목을 보는 것이다. 묵상을 통해 하나님의 천상 회의에 들어서면, 하나님 앞에서 나의 잘난 것은 고스란히 사라지고 누추하고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것만 드러난다. 성경 묵상을 통해 내가 거룩해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내가 더러운 존재라는 것만 발견된다. 그래서 성경을 연구하는 것은 고통이고 아픔이며 두려움이다. 초보자였을 때는 성경을 읽으면서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했고 하나님을 알아 가는 기쁨이 가득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지금은 성경을 묵상하면 따갑고 아프고 고통스럽다. --- p.64-65 「묵상은 천상 회의다」 중에서 ‘묵상’은 바로 이 공시적 상상력과 통시적 상상력을 갖고 세상과 생명과 삶의 조건들을 응시하고 해석하며, 조심스럽게 가치판단을 내리는 일을 말한다. 오늘 내 결정이 동시대의 다른 생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 나아가 후시대의 생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하는 사유 방식이다. 그 상상력과 사유 방식에는 ‘방향’이 있고 ‘목표’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와 그 의’다. 묵상은 하나님 나라와 그 의,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하여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해 내 관계 맺기 방식을 점검하고 그것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우리의 ‘욕망’을 재조정해 가는 일이다. --- p.108 「묵상은 관계다」 중에서 묵상은 혁명이라고 이름 짓기에 전혀 지나치지 않다. 한자어 ‘혁명’(革命)은 하늘의 명을 받아 왕조를 바꾼다는 뜻의 중국 고사에서 나왔다고 한다. 왕조가 바뀌는 것은 삶의 조건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혁명을 뜻하는 영단어 레볼루션(revolution)은 ‘뒤로 돌리다’(roll back)라는 뜻의 라틴어 레볼루티오(revolutio)에서 나왔는데, 천체가 정해진 궤도를 따라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한다. 현대에 이르러 이 단어는 주로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말은 어떤 근본적인 변화를 가리키는 비유로도 자주 사용된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묵상을 혁명이라고 정의한다. --- p.141-142 「묵상은 혁명이다」 중에서 묵상은 나로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 가게 하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며 사는 지혜로 이끌어 준다. 끝없이 움직이며 일하는 사람(human doing)이 아닌 존재하는 사람(hu-man being)으로 살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내 인생에서 첫 안식을 누릴 수 있었다. 나 자신과 화해하고, 나 자신과 함께하며, 나의 존재 자체에 주목할 수 있었다. 나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함으로 비로소 새롭게 채울 수 있었다. --- p.174 「묵상은 안식이다」 중에서 묵상은 어미 독수리 야웨를 앙망하다가 마침내 날아오르는 독수리로 변신하는 연단이다. 창공을 날아오른 독수리는 더 이상 땅의 중력에 매이지 않고 하나님의 초월적 조감 능력으로 현실을 재해석할 수 있다. 창공을 높이 나는 독수리는 높은 하늘을 가로질러 부는 기류를 타고, 날개를 치지 않아도 은혜의 활강과 비상을 다 할 수 있다. 묵상을 깊이 철저하게 하는 성도는 성경 말씀의 창공에 부는 은혜의 기류에 날개를 맡길 수 있다. --- p.206 「묵상은 독수리 날개다」 중에서 성경을 묵상한다는 것은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오감을 사용하는 것처럼 적극적인 섭식활동이다. 성 빅토로의 후고(Hugonis de Sancto Victore)를 해설한 책 『텍스트의 포도밭』에서 이반 일리치(Ivan Illich)는 “대학 이전의 수도원은 중얼거리고 우걱거리는 사람들이 사는 것으로 묘사되었다”고 하면서 이 시기에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수사는 새김질하는 소에 비유되었다고 했다. 또한 눈으로만 읽으면서, 입으로 읽는 읽기가 모든 감각에 영향을 줄 때 생겨나는 경험을 잃어버렸고 맛과 냄새를 표현하는 어휘도 시들고 움츠러들었다고 했다. 성경 읽기를 음식을 먹는 행위에 비유한 것은 음식을 입에 넣고 씹는 것처럼 단지 성경을 입으로 중얼거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음식이 몸 안에 들어가 소화되면서 얼굴이 환해지든지 배를 앓든지 어떤 신체 활동을 일으키듯이, 입으로 소리 내어 읽은 말씀이 우리 삶에 분명한 변혁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했다. --- p.229-230 「묵상은 식의주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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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에 ‘묵상’을 소개하고 보급해 온
성서유니온이 묻고, 18인의 성경 교사가 답하다 “묵상이란 무엇인가?” 성서유니온의 50주년을 맞아 다음과 같은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저희 성서유니온은 1972년 한국 설립과 동시에 큐티(묵상)라는 개념을 처음 한국 교회에 소개하고, 50년간 「매일성경」을 통해 묵상 운동을 펼쳐 왔습니다. 다음 50년을 준비하며 묵상의 본질을 되새기고 새로운 방향과 기준을 모색하기 위해 아래 제목의 글을 의뢰드립니다. “묵상은 00이다.” 한국 교회의 각 분야를 대표하는 성경 교사들이 이 제안에 응해 주셨고, 『다시 묵상을 생각하다』라는 표제 아래 18인의 저자가 전하는 묵상에 관한 다채롭고 날카로운 생각들이 모였다. ‘독수리 날개’다(김회권, 숭실대 기독교학과), ‘번역’이다(정민영, 전 국제위클리프 부대표), ‘천상 회의’다(조병수, 합신대학원 전 총장), ‘혁명’이다(김영봉, 와싱톤사귐의교회), ‘새김’이다(차준희, 한세대 구약학), ‘참여’다(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대화’다(권연경, 숭실대 기독교학과), ‘안식’이다(김병년, 다드림교회), ‘저항’이다(김기현, 로고스교회), ‘평화’다(전성민,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큐티의 명과 암에 대해 귀담아들으며 묵상의 바른 기준을 제시하는 책 신앙의 열정은 가득했으나 말씀을 중심으로 하는 삶은 살아 내지 못했던 한국 교회 성도들에게, 큐티(Quiet Time)는 스스로 말씀을 읽고 깨닫고 살도록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자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해석, 하나님의 뜻을 점지받는 데 목적을 두는 성경 읽기, 하나님 말씀은 사라지고 사람의 사연만 남는 큐티 나눔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큐티의 명과 암을 솔직히 돌아보고 묵상에 대한 다양한 논의의 장을 여는 것이 큐티를 한국 교회에 소개한 한국성서유니온선교회의 역할일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매일성경」은 ‘내 느낌’이 아닌 ‘하나님은 어떤 분입니까?’를 묻고, 형통과 축복이 아닌 ‘하나님 나라’를 해설로 담아, 한국 교회에 묵상의 바른 기준을 제시하려 애썼다. 다음 50년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디는 이 순간, 이 책을 통해 모인 생각들을 한국 교회와 나누고 함께 고민하며, 변화하는 시대를 품되 변함없는 말씀의 능력을 증언하는 매일의 묵상 동반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묵상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묵상의 여정을 돌아보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책 묵상은 ‘하는 것’이고 기술이 아닌 습관의 영역이지만, 그 정의와 본질을 파악하는 일은 묵상을 더욱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 무엇보다 18인이 제시하는 다양한 묵상의 방법과 경험들은 이 책을 읽는 이들의 묵상 시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묵상을 처음 소개받고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이 책은 묵상이라는 개념부터 차근히 소개하는 개론서 역할을 할 것이다. 묵상을 오래 해온 이들에게 이 책은 묵상에 대한 다양하고 날카로운 생각들을 제시하여, 굳어졌을지 모를 우리의 묵상에 대안과 실험을 모색하도록 이끌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