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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목차 본문 시리즈 및 저자 소개 copyrights (참고) 종이책 기준 쪽수: 34 (추정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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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기>
런던 도심에는 한적한 공원이 하나 있었다.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전나무들에 노란 가로등이 있는 곳이었다. 영국답게도 공기는 언제나 습하고 싸늘하지만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를 피할 곳은 많았다. 다만 이곳이 한적한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마약 투약을 막기 위해 파란 필름지를 붙인 곳곳의 화장실. 파란 조명이란 그리 대단할 것 없지만 필름지가 붙는 것은 다소 위험했다. 그것은 분위기를 확실히 망쳤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고 어슴푸레한 노란 가로등 불빛만으로 에로틱한 분위기를 내는 이곳에서, 오래되어 너덜너덜하고 나체 그림이 그려진 짙고 푸른 필름지의 화장실은, 특히 조명을 지나치게 밝게 달아 파란 불빛을 등대처럼 쏘아 대는 화장실은 이 공원의 값어치를 한순간에 떨어뜨리기 적당했다. 음산한 공원 화장실은 볼일을 보기에도 적당치 않았다. 창백한 안색의 사내 하나가 늘상 거주하므로, 볼일을 보러 들어갔다가 보게 되는 시퍼런 불빛 속 얼굴이 공포영화 속 장면에 지지 않는 탓이다. 그는 회색 구식 정장을 입었다. 정장은 돌가루를 뿌린 것처럼 거칠고 날카롭다. 그 속의 깡마른 남자는 용케 베이지 않고 멀쩡했다. 그의 이름은 헨리였다. 헨리는 불안한 표정으로 낡은 거울의 물때를 눌러보았다. 그리고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 중 눈을 쳐다보지 않으려 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 눈을 보면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미신 같은 옛말이 불안한 탓이었다. 그는 물을 살짝 틀었다. 차갑고 지저분하게 물이 조금씩 흘렀다. 그는 동시에 두 손을 흐르는 물에 닿게 하려 용을 썼다. 손이 물에 닿자 헨리는 물이 닿지 않은 몸 부분 부분들을 몹시 찝찝해했다. 그는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손을 씻어냈다. 마찬가지로 물 손잡이에도 물때가 끼었다. 그는 한 손으로 손잡이를 올려 물줄기를 멈추었다. 그리고 다른 손에 남은 물기로 수도꼭지를 만진 손을 다시 적셨다. 그러곤 거울을 본다. 이번에는 눈을 꾹꾹 마주쳤다. 그리고 재킷 사이 거울에 비치는 부분의 티셔츠로 자신의 손을 닦는다. 손바닥 한 번 손등 한 번이다. 멀쩡한 휴지나 티슈가 있으면 그걸로 닦는 게 낫겠지만 낡은 공중화장실엔 더러운 휴지 몇 조각뿐이었다. 그렇게 닦고 나가려다가, 헨리는 덜 닦인 물기를 찜찜한 눈길로 내려보았다. 그러곤 다시 거울을 보고, 다시 아까처럼 거울에 비치는 부분에만 물기를 닦았다. 손바닥 한 번 손등 한 번. 그제야 그는 문을 열고 나간다. 손잡이가 팔에 부딪히지 않게 주의하면서. 밖은 여전히 한적했다. 그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눈은 감지 않았으나 곳곳에 위치한 화장실들을 보지 않기 위해 그는 고개를 돌리는 것도 참았다. 공원 밖으로 나가는 샛길은 잎사귀로 막혀 어린아이만 지나갈 수 있는 비밀의 정원식 문이 되었다. 그는 몸을 굽혀 그리로 들어갔다. 잎사귀의 끝 톱니바퀴 같은 부분이 굽힌 목 위를 긁는 것이 끔찍했다. 가을 늦저녁 거리는 시끌시끌하다. 돈 많은 신사들의 연기 냄새나는 검은 차들이 지나다닌다. 가끔 구식으로 작은 마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그 안에는 주로 부인들이 타고 있다. 그는 신문사 동기의 아내가 이런 마차를 타는 것을 기억하고 마차 안을 힐끗 들여다보았다. 화장실에서 실행한 의식으로 팔과 머리가 아파, 혹시 동기라도 발견한다면 뭐라도 먹고 마실 생각이었다. 그러나 마차 안에는 동기도 부인도 없었다. 그 속엔 한 무더기의 어린 남녀만 타서 창문을 향해 눈을 똘망거렸다. 그는 또 얼굴을 찡그렸다. 아이들. 아이들이란 못되고 게으른 것들이었다. 그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일단 어린애들이라면 뭐든 증오했지만,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아이들의 짜증이었다. 울음, 찡찡거리는 태도, 시멘트 바닥에 울려 퍼지는 가벼운 쿵 소리, 떠다니는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처럼 마구잡이로 뻗은 발길질. <추천평> "근대 런던을 배경으로, 음산하면서도 황폐한 분위기 속 가족 사이의 애증과 수수께끼가 어울려 겹치는 스릴러."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