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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옮긴이의 말 제28장 그림 속 진실 제29장 승리의 순간 제30장 복수자의 비밀 제31장 열매는 씨앗이다 제32장 폭로 제33장 발다사레가 누군가를 만나다 제34장 회개할 자리는 없다 제35장 피렌체가 생각하고 있던 것 제36장 아리아드네가 왕관을 벗다 제37장 성막을 열다 제38장 검은 표식이 마법으로 변하다 제39장 루첼라이 정원에서의 만찬 제40장 그녀를 붙잡은 목소리 제41장 돌아오는 길 제42장 로몰라가 있어야 할 자리 제43장 보이지 않는 성모 제44장 눈에 보이는 성모 제45장 이발소에서 제46장 가로등 옆에서 제47장 막다른 상황 제48장 역공 제49장 허영의 피라미드 제50장 거리에 나선 테사 제51장 몬나 브리기다의 변신 제52장 여예언자 제53장 산 미니아토에서 제54장 저녁과 아침 제55장 기다림 작품 해설 판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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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간이라는 심연, <로몰라 2>에서 길어 올린 조지 엘리엇의 통찰
조지 엘리엇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한 시대의 지성과 영혼을 만나는 일이다. 특히 그의 역사소설 <로몰라>는 단순한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15세기 르네상스기 피렌체라는 격동의 무대 위에서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거대한 서사시다. 이미 <로몰라 1>에서 독자들은 순수하고 이상주의적인 로몰라와 매혹적이지만 기회주의적인 티토 멜레마, 그리고 그들 주변 인물들의 복잡하게 얽힌 운명의 서막을 보았을 것이다. 이제 <로몰라 2>는 그 갈등과 각성이 본격적으로 폭발하며, 독자를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곳으로 끌어들인다. <로몰라 2>의 서사는 제28장 ‘그림 속 진실’에서부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로몰라는 남편 티토의 초상화를 의뢰한 화가 피에로 디 코시모의 작업실에서 우연히 티토를 모델로 한 또 다른 스케치를 발견한다. 공포에 질린 표정의 티토, 그리고 그를 붙잡고 있는 정체불명의 노인. 이 장면은 단순한 그림을 넘어, 로몰라의 마음에 드리워진 불안의 실체를 암시한다. 엘리엇은 이 장면을 통해 로몰라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이건 티토잖아!’ 로몰라가 놀라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라는 단순한 외침 속에 그녀의 충격과 혼란이 응축되어 있다. 이미 티토가 의문의 갑옷을 구했던 사실과 이 그림이 겹쳐지면서, “신뢰에는 끔찍한 균열이 있었다. 그녀는 성급한 움직임을 두려워했다. 소중한 것을 들고 있으면서 깨지지 않았다고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처럼.”이라는 문장은 앞으로 펼쳐질 파국의 서곡이다. 티토 멜레마라는 인물은 엘리엇의 심리적 리얼리즘이 빛을 발하는 대표적 사례다. 그는 매력적이고 지적인 학자이지만, 그의 내면에는 자신의 안위와 쾌락을 위해서라면 어떤 도덕적 타락도 감수할 수 있는 이기심이 도사리고 있다. 제32장 ‘폭로’에서 티토는 로몰라의 아버지 바르도가 평생을 바쳐 모은 도서관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팔아넘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로몰라가 절규하듯 “ ‘팔았다고요?’ 그녀가 마치 자신의 귀를 의심하듯 물었다.”라고 외치고, 이어 “ ‘당신은 배신자예요!’ 그녀가 그를 내려다보며 목소리에 뭔가 날카로운 것을 담아 말했다.”라고 선언하는 장면은, 한때 순수했던 사랑과 신뢰가 산산조각 나는 순간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엘리엇은 티토의 자기합리화와 로몰라의 절망을 교차시키며, 인간이 얼마나 교묘하게 자신을 기만하고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상처가 한 개인의 세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냉철하게 파헤친다. 한편, 티토에게 버림받고 복수심에 불타는 양아버지 발다사레의 등장은 극에 또 다른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제30장 ‘복수자의 비밀’에서 발다사레는 자신의 황폐해진 기억과 티토에 대한 불타는 증오 사이에서 고뇌한다. “바보! 모든 노력에도 사랑은 한 방울도 오지 않았다. 삶은 한 방울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 세상엔 증오와 복수를 위한 깊은 우물이 있다. 그것을 위한 기억이 남아 있고, 내 팔에 힘이 있고?내 의지에 힘이 있고?그를 죽이는 것밖에 할 수 없다 해도?”라는 그의 독백은 인간 감정의 극단을 보여주며, 복수라는 감정이 한 개인을 어떻게 지배하고 파괴하는지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그의 존재는 티토에게 끊임없는 공포의 그림자이며, 로몰라에게는 남편의 과거와 본질을 깨닫게 하는 또 다른 열쇠가 된다. 로몰라의 각성과 성장은 <로몰라 2>의 핵심 축이다. 남편의 배신과 기만에 절망한 로몰라는 제36장 ‘아리아드네가 왕관을 벗다’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피렌체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결혼 예복과 함께 보관했던, 티토와의 행복했던 시절을 상징하는 설탕과자(“머리띠의 작은 금고리에 설탕과자가 끼어 있었다... 티토가 먼저 발견하고는 영원히 거기 있어야 한다고 말했었다.”)를 발견하며 과거의 달콤했던 기억과 현재의 쓰라린 배신감 사이에서 고뇌하는 그녀의 모습은 처연하다. 결국 그녀는 "나는 그에게 복종할 수 없어. 그는 거짓이야. 그를 피하고 싶어. 그를 경멸해!"라며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한다. 그러나 그녀의 도피는 오래가지 못한다. 제40장 ‘그녀를 붙잡은 목소리’에서 그녀는 사보나롤라 수사를 만나고, 그의 강력한 권고에 따라 자신의 자리를 찾아 피렌체로 돌아온다. “딸이여, 당신 삶의 모든 속박은 빚입니다. 정의는 그 빚을 갚는 데 있습니다. 다른 곳에는 있을 수 없습니다.”라는 사보나롤라의 말은 로몰라에게 개인적 고통을 넘어선 사회적 책임과 공동체적 연대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후 로몰라는 사보나롤라의 가르침에 따라 피렌체의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헌신하며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제49장 ‘허영의 피라미드’에서 묘사되는, 사보나롤라의 영향 아래 세속적 허영을 불태우는 피렌체의 모습은 당시의 종교적, 사회적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러나 로몰라는 맹목적인 추종자가 아니다. 제52장 ‘여예언자’에서 광신적인 여예언자 카밀라 루첼라이를 만나 그녀의 허황된 계시에 혐오감을 느끼는 장면은, 로몰라가 사보나롤라의 위대한 이상에는 공감하면서도 그를 둘러싼 맹신과 편협함에는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는 지적인 여성임을 보여준다. “로몰라의 충동성은 거대한 본성의 것이었고... 그녀는 카밀라 같은 여성들의 얕은 흥분성에 대해 체질적인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묘사는 그녀의 독립적인 판단력을 강조한다. <로몰라 2>는 이처럼 로몰라의 개인적 시련과 성장을 축으로, 티토의 도덕적 파멸, 발다사레의 복수극, 그리고 사보나롤라로 대표되는 15세기 피렌체의 종교적, 정치적 격변을 정교하게 엮어낸다. 엘리엇은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인물들이 겪는 내면의 갈등과 도덕적 선택을 집요하게 탐구한다. 그녀의 문장은 지적이면서도 감성적이고, 때로는 냉철한 분석과 따뜻한 연민이 공존한다. 번역자 ‘글길지기’는 이러한 엘리엇 특유의 문체를 한국어의 결에 맞게 섬세하게 살려내어, 독자들이 19세기 영국 작가가 그린 15세기 이탈리아 이야기에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결국 <로몰라 2>는 단순한 역사소설을 넘어, 인간 본성의 심연과 도덕적 책임의 무게, 그리고 이상과 현실 사이의 끊임없는 투쟁을 다루는 철학적 성찰로 가득한 작품이다. 독자들은 로몰라의 고통과 성장을 따라가며, 자신의 삶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과 그 의미를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우리는 왜 조지 엘리엇이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작가인지, 그리고 그의 작품이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강력한 울림을 주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로몰라 2>는 지적 탐험과 정서적 감동을 동시에 원하는 독자들에게 결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나아가 <로몰라 3>에서 펼쳐질 이야기의 향방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