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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작가 전집 106: 윌리엄 셰익스피어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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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품의 시리즈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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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옮긴이의 말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등장인물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작가 소개
작가 연보
작품 속 역사 문화 산책
작품 해설
판권

저자 소개

작가 소개
윌리엄 셰익스피어 ?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 이해의 거장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낡고 어려운 이야기 속에 대체 무엇이 있기에 시간을 거슬러 우리 손에 들리는 것일까요? 특히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이름 앞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영문학의 최고봉,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극작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지만, 정작 그의 작품을 직접 읽어본 경험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아마도 40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 그리고 고풍스러운 언어가 주는 막연한 장벽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단언컨대, 셰익스피어를 읽는 경험은 박제된 유물을 감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의 작품은 살아 숨 쉬는 인간 군상의 드라마이자, 시대를 넘어 반복되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그려낸 세계는 16세기 말, 17세기 초 영국의 모습이지만, 그 안에서 울고 웃고 갈등하고 사랑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놀랍도록 오늘날의 우리와 닮아 있습니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했던 시대는 격동과 변화의 소용돌이였습니다. 르네상스의 거대한 물결이 유럽을 휩쓸며 인간 중심의 사상이 꽃피웠고, 종교개혁은 기존의 세계관을 뒤흔들었습니다. 절대왕정이 확립되던 시기였지만, 동시에 신흥 상인 계층이 부상하며 사회 구조에도 균열이 일기 시작했죠. 바다 건너 신대륙의 발견은 세계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켰습니다. 이렇듯 셰익스피어는 낡은 중세의 질서가 허물어지고 새로운 근대의 여명이 밝아오던, 역동적인 전환기의 한복판에 서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바로 이 시대의 공기와 열망, 그리고 불안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는 당대의 정치적 암투, 사회적 모순,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하여 무대 위에 펼쳐 보였습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은 단순히 시대를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장 깊숙한 심연을 탐구한 작가입니다. 그의 붓끝에서 탄생한 인물들은 선과 악, 이성과 광기, 사랑과 증오, 충성과 배신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고 선택합니다. "햄릿"의 우유부단함과 복수심, "오셀로"의 파괴적인 질투, "리어왕"의 어리석은 오만과 뒤늦은 깨달음, "맥베스"의 걷잡을 수 없는 야망은 특정 시대, 특정 인물에게만 국한된 감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의 스펙트럼입니다. 이번에 여러분이 읽게 될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두 가문의 해묵은 반목 속에서 피어난 젊은 연인의 맹목적이고 열정적인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가로막는 세상의 억압과 비극적인 운명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강렬한 공감과 연민을 불러일으킵니다. 과연 무엇이 그토록 순수한 사랑을 파멸로 이끌었을까요? 셰익스피어는 개인의 감정과 사회적 갈등, 그리고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힘이 어떻게 맞물려 비극을 빚어내는지를 섬세하고도 극적으로 그려냅니다.

셰익스피어는 또한 언어의 마술사였습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풍부한 어휘와 다채로운 표현, 시적인 운율과 절묘한 언어유희는 영어라는 언어 자체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는 귀족의 고상한 운문에서부터 평민의 비속한 산문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인물의 성격과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했습니다. 그의 대사들은 때로는 철학적인 깊이를 담고, 때로는 날카로운 풍자를 던지며, 때로는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물론 번역 과정에서 원어의 뉘앙스를 완벽하게 옮기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잘 된 번역은 원작의 정신과 감동을 최대한 살려 우리에게 전달해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지금, 셰익스피어를 읽어야 할까요?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요? 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하나의 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인간 본성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목격하고,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세계의 모순과 부조리를 성찰할 수 있습니다. 권력의 속성, 사랑의 본질, 정의의 의미, 운명과 자유의지의 문제 등 그가 던지는 질문들은 4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부디 이 작품을 통해 셰익스피어라는 거대한 산맥의 한 자락이나마 직접 경험해보시길 권합니다. 그 경험은 분명 여러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작가 프로필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출생과 성장: 1564년 4월 26일(세례일 기준) 잉글랜드 중부의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비교적 유복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당시 스트랫퍼드는 양모 거래의 중심지였으며, 그의 아버지 존 셰익스피어는 장갑 제조업자이자 양모 상인이었고, 후에는 지방 유지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지역의 문법학교(grammar school)에서 라틴어와 고전 문학을 중심으로 교육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나, 그의 초기 생애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아 '잃어버린 세월(lost years)'이라고 불리는 공백기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배경은 그가 평범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당대 최고의 지성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런던에서의 활동: 1580년대 후반 혹은 1590년대 초반에 런던으로 이주하여 본격적인 연극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동시에 극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각색하거나 공동 집필하는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592년경에는 이미 극작가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으며, 로버트 그린과 같은 동시대 작가들의 질투 섞인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는 그가 얼마나 빠르게 런던 연극계의 중심으로 부상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궁내대신 극단과 글로브 극장: 1594년부터는 당시 최고의 극단이었던 '궁내대신 극단(Lord Chamberlain's Men)'의 전속 극작가 겸 공동 소유주로 활동했습니다. 이 극단은 제임스 1세 즉위 후 '국왕 극단(King's Men)'으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셰익스피어는 평생 이 극단을 위해 작품을 썼습니다. 1599년에는 극단 동료들과 함께 템스강 남쪽에 유명한 글로브 극장(Globe Theatre)을 건립하여, 자신의 작품을 직접 공연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는 그가 단순한 창작자를 넘어, 연극 산업의 구조와 대중의 요구를 이해하는 실용적인 감각도 지녔음을 시사합니다.

주요 작품 활동: 약 20여 년간의 작품 활동을 통해 그는 총 38편(이설 있음)의 희곡과 다수의 소네트 및 장시를 남겼습니다. 그의 작품은 크게 비극, 희극, 역사극, 로맨스극(비희극)으로 분류됩니다.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등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고통과 파멸을 심도 있게 다룬 걸작들을 통해 비극 장르의 정점을 이루었습니다.

희극: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뜻대로 하세요", "십이야" 등 사랑의 기쁨과 우여곡절, 인간 사회의 풍자와 해학을 경쾌하게 그려냈습니다.

역사극: "리처드 3세", "헨리 4세", "헨리 5세" 등 영국의 역사를 극화하여 당대의 정치적 상황과 왕권의 문제를 탐구했습니다.

로맨스극: 말년에는 "겨울 이야기", "템페스트"와 같이 용서와 화해, 재생의 주제를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다룬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말년과 사망: 1610년경부터는 고향 스트랫퍼드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으며, 작품 활동도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1616년 4월 23일, 52세의 나이로 사망하여 고향의 홀리 트리니티 교회에 묻혔습니다. 그의 사망일은 공교롭게도 그의 생일로 추정되는 날과 같아, 그의 삶에 또 하나의 극적인 요소를 더합니다.

문학사적 평가: 셰익스피어는 당대에도 인기 있는 극작가였지만, 사후에 그 명성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특히 18세기 이후 본격적인 연구와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오늘날과 같은 불멸의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풍부하고 창의적인 언어 구사, 뛰어난 극적 구성 능력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고 다양한 형태로 재창조되고 있습니다. 그의 존재는 영문학을 넘어 세계문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정표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그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곧 인간이라는 영원한 수수께끼를 탐구하는 여정에 동참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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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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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0.42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6.5만자, 약 2만 단어, A4 약 41쪽 ?
ISBN13
9791142133251

출판사 리뷰

셰익스피어의 ‘헛소동’, 유쾌한 소란 속에 숨겨진 인간 본성의 민낯

셰익스피어. 이름만 들어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작가다. 그의 4대 비극은 인간 존재의 심연을 파헤치는 깊이로 우리를 압도하지만, 때로는 그 무게감 때문에 선뜻 다가서기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비극만 쓴 건 아니다. 그의 희극들은 유쾌한 웃음과 재치 넘치는 대사, 그리고 해피엔딩으로 우리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중에서도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은 셰익스피어 희극의 정수라 할 만한 작품이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헛소동’. 대체 무엇이 ‘헛된’ 소동이란 말인가?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우리는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과 오해, 사랑의 열병과 명예에 대한 집착이 때로는 얼마나 ‘아무것도 아닌 것(nothing)’에서 비롯되는지, 혹은 ‘엿듣기(noting)’와 ‘주목하기(noting)’라는 사소한 행위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깨닫게 된다. 셰익스피어는 이 ‘nothing’이라는 단어에 당대 속어였던 여성의 성기(陰門)라는 의미까지 중첩시키며,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욕망과 사회적 체면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이 책, 글길지기 번역의 ‘헛소동’은 단순한 고전의 재현을 넘어, 셰익스피어가 직조해낸 언어의 향연과 극적 긴장감을 우리말로 생생하게 되살려 놓았다. 마치 잘 차려진 지적 만찬과 같다. 한 입 베어 물면 터져 나오는 재치와 풍자의 과즙, 곱씹을수록 느껴지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 독자들을 매혹한다.

말(言)의 전쟁, 사랑의 서곡: 베네딕과 베아트리스

‘헛소동’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베네딕과 베아트리스라는 두 주인공에게서 나온다. 이들은 서로를 향해 독설과 조롱을 퍼붓는 ‘즐거운 전쟁(merry war)’을 벌이지만, 그 이면에는 서로에 대한 강한 끌림과 자존심이 숨겨져 있다. 셰익스피어는 이들의 입을 통해 언어유희의 극치를 보여준다.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번뜩이는 재치 문답은 독자들에게 지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가령, 그들의 첫 만남부터 불꽃이 튄다. 전쟁에서 돌아온 베네딕의 안부를 묻는 전령에게 베아트리스는 이렇게 쏘아붙인다.

베아트리스: 대체 이번 전쟁에서 그가 죽이고 먹은 적이 몇이나 될까요? 내가 그가 죽인 것들을 모두 먹겠다고 약속했거든요.

(중략)

베아트리스: 썩은 음식이 있었는데 그가 도와서 먹어치웠다는 거죠? 정말 용감한 대식가로군요. 위장도 튼튼하고요.

이 얼마나 신랄한 조롱인가. 하지만 이런 그녀의 독설은 베네딕에 대한 깊은 관심의 반증이기도 하다. 드디어 두 사람이 직접 맞닥뜨렸을 때의 대화는 더욱 가관이다.

베아트리스: 베네딕 나리는 여전히 말이 많으시네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말이죠.

베네딕: 어머! 존경하는 경멸부인, 아직도 살아계셨습니까?

베아트리스: 베네딕 나리 같은 훌륭한 먹이가 있는데 경멸이 어떻게 죽겠어요? 당신이 나타나면 예의조차 경멸로 변할 텐데요.

베네딕: 그럼 예의는 변절자로군. 하지만 난 모든 여인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건 확실해요. 당신만 빼고요. 내 마음이 그리 차갑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솔직히 난 아무도 사랑하지 않거든요.

베아트리스: 여자들에겐 다행이네요. 그렇지 않았다면 성가신 구혼자에게 시달렸을 테니까요. 신과 내 차가운 피에 감사해요. 나도 당신과 같은 성향이거든요. 남자가 날 사랑한다고 맹세하는 것보다 내 개가 까마귀에게 짖는 소리가 더 좋아요.

이처럼 서로를 향해 가시 돋친 말을 주고받지만, 우리는 그들의 대화 속에서 묘한 긴장감과 함께 서로를 향한 숨길 수 없는 매력을 감지하게 된다. “존경하는 경멸부인(my dear Lady Disdain)!”이라는 베네딕의 호칭은 그 자체로 역설적인 애정 표현처럼 들린다. 이 번역본은 이러한 원어의 맛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우리말의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아, 마치 눈앞에서 두 배우가 핑퐁처럼 대사를 주고받는 연극을 보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이 ‘앙숙’ 커플은 주변 사람들의 유쾌한 계략에 넘어가 서로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게 되면서 극적인 심리 변화를 겪는다. 스스로 지독한 독신주의자임을 공언했던 그들이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모습은 인간의 이성이 얼마나 감정에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사랑의 불가항력적인 힘을 느끼게 한다. 특히 베네딕이 베아트리스를 위해 그녀의 원수인 클라우디오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장면은, 그가 단순한 말싸움꾼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을 할 줄 아는 인물임을 증명하는 순간이다.

순수와 오명, 엇갈린 운명: 클라우디오와 히어로

베네딕과 베아트리스의 재치 넘치는 사랑 이야기와 대조적으로, 클라우디오와 히어로 커플의 이야기는 다소 정통적인 로맨스와 비극의 양상을 띤다. 젊고 순수한 귀족 클라우디오는 레오나토 총독의 딸 히어로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들의 사랑은 돈 페드로 왕자의 도움으로 급속도로 진전된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은 돈 존이라는 악인의 간계에 의해 산산조각 난다. 돈 존은 부하 보라치오를 시켜 히어로가 부정한 관계를 맺은 것처럼 꾸미고, 이를 목격한 클라우디오는 결혼식 당일 모든 하객 앞에서 히어로에게 치욕적인 모욕을 준다.

클라우디오: 꺼져라, 이 위선자! 내가 폭로하겠다!
넌 달의 여신 다이애나처럼,
피지 않은 꽃봉오리처럼 순결해 보이지.
하지만 네 피는 비너스보다,
야수적 욕정에 미친 짐승들보다 더 뜨겁다!

이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한순간에 순결한 처녀에서 부정한 여자로 낙인찍힌 히어로는 충격으로 쓰러지고, 그녀의 아버지 레오나토는 딸의 명예가 더럽혀진 것에 절망한다. 여기서 우리는 당시 사회가 여성의 ‘명예’와 ‘정조’에 얼마나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는지, 그리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한 개인의 삶을 얼마나 철저히 파괴할 수 있는지를 목도한다. 클라우디오의 경솔함과 쉽게 선동되는 모습은 오늘날 가짜뉴스와 마녀사냥이 판치는 세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겉모습과 평판에 의존해 진실을 외면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은 시대를 초월해 반복되는 비극의 씨앗이다.

다행히도 프란시스 수사의 지혜로운 조언으로 히어로는 죽음을 가장하고, 이후 모든 음모가 밝혀지면서 극은 해피엔딩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히어로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레오나토의 슬픔은 단순한 희극적 장치로만 치부하기에는 그 무게가 상당하다. 셰익스피어는 웃음 뒤에 숨겨진 눈물의 의미를, 빛나는 행복 아래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어수룩한 정의의 파수꾼, 도그베리와 버지스

자칫 무겁게만 흐를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은 바로 어수룩한 순경 도그베리와 그의 동료들이다. 이들은 허풍스럽고 무능해 보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돈 존의 음모를 밝혀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말실수와 상황에 맞지 않는 진지함은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고귀한 신분의 인물들이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를 더욱 희화화한다.

예를 들어, 도그베리는 자신을 ‘당나귀(ass)’라고 부른 콘라드를 처벌해달라며 이렇게 외친다.

도그베리: 내 자리를 의심하는 거야? 내 나이를 의심해? 오, 그가 날 당나귀라고 적어줬으면! 하지만 여러분, 내가 당나귀라는 걸 기억하세요. 적혀있지는 않지만, 내가 당나귀라는 걸 잊지 마세요. (중략) 나는 현명한 사람이야. 게다가 관리고, 게다가 가장이고, 게다가 메시나에서 가장 잘생긴 몸매의 소유자야. 그리고 법을 아는 사람이고, 충분히 부유한 사람이고, 손해를 본 사람이고, 가운 두 벌과 멋진 것들을 가진 사람이야. 데려가라. 오, 내가 당나귀로 기록됐으면!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폭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어리석어 보이는 인물들이 결국 진실을 밝혀낸다는 설정은, 셰익스피어가 평범한 민중들에게 보내는 은근한 지지이자, 고상한 척하는 귀족 사회의 위선에 대한 풍자일지도 모른다. 정의는 때로 가장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가장 순박한 사람들의 손에 의해 실현되기도 하는 법이다.

왜 지금, ‘헛소동’을 읽어야 하는가?

‘헛소동’은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선다. 이 작품은 말의 힘, 소문의 파급력, 명예와 체면, 진실과 거짓, 사랑의 본질 등 인간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40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이 작품이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이유는, 셰익스피어가 그려낸 인간 군상과 그들이 겪는 갈등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과 놀랍도록 닮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전히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때로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랑’이라는 이름 앞에서 때로는 한없이 이성적이다가도 한순간에 바보가 되어버리는 모습 또한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이 번역본 ‘헛소동’은 셰익스피어의 깊이 있는 통찰과 빛나는 언어를 현대 한국 독자들이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다듬어졌다. 원문의 시적인 아름다움과 극적인 긴장감을 살리면서도, 마치 우리 시대의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읽힌다.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캐릭터, 촘촘하게 얽힌 사건들,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유머와 감동은 독자들에게 지적인 즐거움과 함께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이 있다면, 이 책 ‘헛소동’을 통해 그 편견을 깨뜨려보길 권한다. 한바탕 유쾌한 소동이 지나간 뒤, 당신의 마음속에는 진정한 사랑과 인간 이해에 대한 잔잔한 여운이 남을 것이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라는 거대한 산맥을 탐험하는 즐거운 첫걸음이 될 수도 있고, 이미 그의 세계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안겨줄 수도 있다. 지금 바로, 이 매혹적인 ‘헛소동’의 세계로 빠져들어 보시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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