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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제20장 스티어포스의 집 제21장 리틀 엠리 제22장 몇몇 오래된 장면과 몇몇 새로운 사람들 제23장 나는 딕 씨의 의견을 지지하고 직업을 선택한다 제24장 나의 첫 번째 방탕함 제25장 선한 천사와 악한 천사 제26장 나는 포로가 된다 제27장 토미 트래들스 제28장 미코버 씨의 도전장 제29장 스티어포스의 집을 다시 찾아가다 제30장 한 사람의 죽음 제31장 더 큰 상실 제32장 긴 여정의 시작 제33장 행복 제34장 이모가 나를 놀라게 하다 제35장 절망 제36장 열정 제37장 새로운 시작의 냉정한 현실 제38장 동업 관계의 파국 제39장 윅필드와 힙 작가 소개 작가 연보 책 속의 역사 문화 산책 작품 해설 판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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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는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디킨스의 세계에서 길을 묻다 한 인간의 삶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우리는 타인의 삶을 얼마나 깊이 들여다볼 수 있을까? 170여 년 전 찰스 디킨스가 세상에 내놓은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성실하고도 방대한 답변이다.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삶이 가장 짙게 투영된 자전적 소설로 알려져 있다. 디킨스 스스로 "모든 부모에게는 편애하는 자식이 있듯, 내 마음속에도 아끼는 아이가 하나 있다. 그 이름은 데이비드 코퍼필드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만큼 이 작품에는 작가의 영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거대한 서사의 두 번째 책, 『데이비드 코퍼필드 2』는 주인공 데이비드가 소년기의 굴레를 벗어나 청년으로서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격동의 시기를 다룬다. 1권이 외부의 억압과 가난이라는 명백한 적과의 싸움이었다면, 2권은 훨씬 더 복잡하고 내밀한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그것은 바로 우정과 사랑, 선과 악, 명예와 위선이 뒤섞인 인간관계의 밀림이다. 데이비드는 이제 생존을 넘어선 선택의 기로에 서고, 그 선택들이 어떻게 그의 인격과 운명을 빚어가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이 책의 백미는 단연 데이비드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두 명의 친구, 스티어포스와 유라이어 힙의 등장과 심화에 있다. 이 두 인물은 데이비드가 마주한 세상의 양극단을 상징하는 거울과도 같다. 먼저 제임스 스티어포스를 보자. 그는 옥스퍼드 출신의 잘생기고, 부유하며, 무엇이든 쉽게 해내는 비범한 재능의 소유자다. 데이비드에게 그는 선망의 대상이자 절대적인 우상의 현신이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카리스마는 데이비드뿐만 아니라 독자마저 매료시킨다. 하지만 디킨스는 이 눈부신 매력 뒤에 숨겨진 오만과 위험한 그림자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데이비드가 자신의 순박한 고향 친구들인 페고티 가족에게 스티어포스를 소개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가장 불길한 복선이 깔리는 대목이다. 스티어포스는 그들의 순수함에 흥미를 느끼면서도, 그들을 자신과는 다른 '종족'으로 여기는 계급적 편견을 무심코 드러낸다. "음, 그들과 우리 사이에는 꽤 큰 간격이 있지." 스티어포스가 무관심하게 말했다. "그들이 우리만큼 예민할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어. 그들의 감수성은 쉽게 충격받거나 상처받지 않아. ...그들은 그다지 섬세한 본성을 갖고 있지 않아. 그들의 거칠고 투박한 피부처럼 쉽게 상처받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감사하게 여겨야 할지도 몰라." 이 대사는 스티어포스라는 인물의 핵심을 꿰뚫는다.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의 결여, 특권층의 무자비한 자기중심성이 '우아함'이라는 가면 뒤에 어떻게 도사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디킨스의 날카로운 통찰이다. 우리는 모두 삶에서 스티어포스 같은 인물을 만난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 눈부신 매력에 끌렸다가 그 이기심에 상처받았던 기억 말이다. 디킨스는 19세기 영국 사회의 계급 문제를 통해 인간 본성에 내재된 보편적 어둠을 이토록 생생하게 파헤친다. 스티어포스가 빛의 그림자라면, 유라이어 힙은 어둠의 심연 그 자체다. 그는 스티어포스와 정반대의 방식으로 데이비드의 세계를 위협한다. 그의 무기는 '겸손'이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미천한 사람"이라 칭하며 뱀처럼 몸을 비틀고, 끈적끈적한 손으로 악수를 청한다. 하지만 그의 겸손은 강자에게 아첨하고 약자를 짓밟기 위한 가장 교활하고 효과적인 도구다. "하지만 가장 미천한 사람도, 코퍼필드 씨," 그가 곧 다시 말했다. "선의 도구가 될 수 있어요. 제가 윅필드 씨에게 선의 도구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기쁘고, 더욱 그럴 수 있기를 바래요. 오, 정말 훌륭한 분이세요, 코퍼필드 씨. 하지만 얼마나 경솔하셨는지요!" 이 대목에서 독자는 소름 끼치는 위선과 마주한다. 그는 윅필드 씨의 약점을 파고들어 그를 정신적으로 지배하고, 그의 재산과 아름다운 딸 애그니스까지 손에 넣으려는 야욕을 품는다. 유라이어 힙은 단순히 악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계급 사회의 억압이 낳은 비뚤어진 산물이다. 평생 '겸손'을 강요당하며 살아온 그가, 마침내 힘을 손에 쥐었을 때 그 겸손을 어떻게 복수의 칼날로 사용하는지를 디킨스는 냉정하게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약자의 탈을 쓴 강자들의 위선적인 얼굴이 그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청년 데이비드의 성장은 비단 우정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인생의 첫사랑, 도라 스펜로우를 만나 속수무책으로 빠져든다. 도라는 사랑스럽고, 아름답지만, 세상을 전혀 모르는 '아이 같은 아내(child-wife)'의 전형이다. 데이비드는 가난해진 자신의 처지를 고백하며 그녀와 함께 역경을 헤쳐나가자고 호소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순진무구해서 절망적일 정도다. "오, 제발 현실적인 얘기는 하지 마!" 도라가 달래듯 말했다. "너무 무서워!" ... "도라, 내 사랑, 가끔 생각해 본다면?절망적으로가 아니라, 그런 게 아니라!?하지만 가끔 생각해 본다면, 그저 자신을 격려하기 위해서라도, 네가 가난한 남자와 약혼했다고 생각해 본다면?" "하지 마, 하지 마! 제발 하지 마!" 도라가 외쳤다. "너무 끔찍해!" 이 대화는 한 편의 희극 같지만, 실은 뼈아픈 비극의 시작을 알린다. 데이비드는 도라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 사랑의 '이상'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그는 아직 진정한 동반자 관계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미숙한 청년일 뿐이다. 이 지점에서 소설의 또 다른 축인 '선한 천사' 애그니스의 존재가 더욱 빛을 발한다. 그녀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데이비드의 영혼을 잠잠히 비추는 등대 같은 존재다. 도라와의 열병 같은 사랑과 애그니스를 향한 고요한 신뢰 사이에서 데이비드가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이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이렇듯 『데이비드 코퍼필드 2』는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한 인간이 겪는 성장통을 가장 깊이 있고 다채롭게 그려낸다. 데이비드는 직업을 선택하고(법무관), 첫 독립을 하고(크럽 부인의 하숙집), 친구들과 어울려 첫 방탕을 경험하며(인생 최초의 만취), 진정한 사랑과 우정의 의미에 대해 고뇌한다. 그의 여정은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만, 그 모든 순간이 우리 자신의 과거 혹은 현재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번에 출간된 『데이비드 코퍼필드 2』의 번역은 디킨스 특유의 만연체이면서도 생생한 묘사를 현대 한국 독자들이 편안하게 따라갈 수 있도록 매끄럽게 다듬었다. 특히 인물들의 개성이 담긴 말투를 맛깔나게 살려낸 점이 돋보인다. 예를 들어, 난쟁이 미용사 모처 양의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수다나, 다틀 양의 의심 많고 날카로운 질문 공세("아, 하지만 정말요? 말해 보세요.")는 원문이 가진 리듬과 캐릭터의 성격을 훌륭하게 재현했다. 덕분에 독자는 19세기 런던의 거리를 데이비드와 함께 거닐며,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의 가슴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듯한 생생한 체험을 하게 된다. 결국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무엇이 우리를 성장시키는가? 맹목적인 우정인가, 고통스러운 배신인가? 이상화된 사랑인가, 현실의 무게인가? 우리는 스티어포스의 매력과 유라이어 힙의 위선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가? 데이비드의 여정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우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할 뿐이다. 그래서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시대를 뛰어넘어 인간의 삶과 성장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 위대한 여정의 가장 중요한 분기점인 2권을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다. 당신의 서가에 이 책을 꽂아두고, 삶의 길 위에서 흔들릴 때마다 데이비드와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시라. 강력히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