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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등장인물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에필로그 작가 소개 작가 연보 템페스트 속 역사 문화 산책 작품 해설 판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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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폭풍우가 지나간 자리, 셰익스피어가 남긴 화해와 성찰의 섬 - 『템페스트』를 펼치며 우리는 왜 400년도 더 지난 옛날이야기를 읽는 걸까요? 그것도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이름만으로도 경외감과 함께 약간의 부담감을 주는 작가의 작품을 말입니다. 특히 그의 말년작으로 알려진 『템페스트』는 마법과 정령, 난파와 복수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요소로 가득 차 있어 현대 독자에게는 더욱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언컨대, 이 낡아 보이는 이야기 속에야말로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과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을 되비추는 깊은 통찰이 숨겨져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번역본 『템페스트』는 그 통찰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는 충실하고도 매혹적인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셰익스피어가 『템페스트』를 집필한 17세기 초반은 르네상스의 열기가 식어가고 새로운 시대의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던 시기였습니다. 대항해시대를 통해 미지의 세계가 속속들이 ‘발견’되고, 구대륙의 질서는 식민지라는 새로운 형태의 권력 관계를 통해 재편되고 있었습니다. 인간 이성에 대한 믿음과 함께 그 이면의 어두운 욕망 또한 적나라하게 드러나던 때였죠. 『템페스트』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배경 위에서, 밀라노의 정당한 공작이었으나 동생에게 권좌를 찬탈당하고 외딴 섬으로 추방된 프로스페로의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그는 딸 미란다와 함께 12년간 절치부심하며 마법을 연마하고, 마침내 원수들을 자신의 섬으로 불러들여 복수를 계획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템페스트』는 통속적인 복수극의 틀을 따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은 이 익숙한 서사 구조에 인간과 세계에 대한 다층적인 질문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데 있습니다. 프로스페로의 복수는 단순한 응징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과거의 상처를 대면하고, 자신과 타인의 과오를 성찰하며, 궁극적으로는 용서와 화해에 이르는 지난한 과정입니다. 그는 막강한 마법의 힘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는 듯 보이지만, 작품이 진행될수록 우리는 그 역시 인간적인 번민과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 섬에는 프로스페로 부녀 외에도 흥미로운 존재들이 있습니다. 공기의 정령 아리엘과 흙의 피조물 칼리반이 대표적입니다. 아리엘은 프로스페로에게 복종하며 자유를 갈망하는, 섬세하고 영적인 존재입니다. 그의 노래는 극 전체에 신비롭고 시적인 분위기를 불어넣습니다. 가령,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페르디난드에게 아리엘은 이렇게 노래하죠. 네 아버지는 다섯 길 깊이 누워있다. 그의 뼈는 산호가 되었고, 그의 눈은 진주가 되었다. 그에게서 사라지는 것은 없고, 바다의 변화를 겪어 풍요롭고 이상한 것이 된다. 바다 님프들이 매시간 종을 울린다. 후렴 딩동. 아리엘 들어라! 이제 들린다 - 딩동, 종. (제1막 제2장) 이 노래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자연의 순환 속에서 변용되는 과정임을 암시하며, 페르디난드에게 절망 속에서도 미묘한 위안을 건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운문은 번역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원문의 시적 정수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반면, 칼리반은 섬의 원주민이자 마녀 시코락스의 아들로, 프로스페로에게 ‘야만적이고 기형적인 노예’로 취급받습니다. 그는 프로스페로에게 언어를 배웠지만, 그 언어로 할 수 있는 것은 저주뿐이라고 항변합니다. "당신은 나에게 언어를 가르쳤고, 그 이익은 내가 저주하는 법을 안다는 거예요." (제1막 제2장) 이는 식민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복잡하고 비극적인 관계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칼리반을 단순한 악이나 야만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의 입을 통해 섬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게 함으로써, 문명과 야만, 지배와 예속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질문을 던집니다. 칼리반: 무서워하지 마세요. 이 섬은 소음으로 가득하지만 기쁨을 주고 해치지 않아요. 때로는 천 개의 울리는 악기가 제 귀에 윙윙거려요. 때로는 목소리가 들려요. 오랜 잠에서 깨어났을 때 다시 잠들게 만들죠. 그러면 꿈속에서 구름이 열리고 재물이 보여요. 제게 떨어질 준비가 된 것들이요. 깨어났을 때 다시 꿈꾸고 싶어 울었어요. (제3막 제2장) 이 대사를 통해 우리는 칼리반의 내면에 깃든 순수함과 섬에 대한 깊은 교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번역본은 칼리반의 거친 말투와 절규 속에서도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시적인 감수성을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포착해냈습니다.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의 다른 비극들처럼 피와 눈물이 낭자한 파국으로 치닫지 않습니다. 대신, 폭풍우가 몰아친 후의 고요함 속에서 용서와 화해, 그리고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프로스페로는 복수를 감행할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장 큰 적인 동생 안토니오마저 용서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복수보다는 덕을 택하는 것이 더 고귀한 일이니까." (제5막 제1장)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모든 마법의 근원이었던 책을 버리고 지팡이를 부러뜨립니다. 이는 곧 초월적인 힘에 의존했던 과거와의 결별이자, 한 명의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프로스페로의 이러한 변화는 그의 딸 미란다와 나폴리 왕자 페르디난드의 순수한 사랑을 통해 더욱 촉진됩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미란다와 고난 속에 빠진 페르디난드는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리고, 그들의 사랑은 증오와 갈등으로 얼룩진 기성세대의 세계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합니다. 이 젊은 연인들의 대화는 셰익스피어 특유의 시적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이 번역본은 그들의 설렘과 진심을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잘 표현해냈습니다. 페르디난드: 당신을 본 바로 그 순간, 제 마음은 당신을 섬기러 날아갔습니다. 거기 머물며 저를 그 노예로 만들고 있습니다. 당신을 위해 저는 이렇게 참을성 있는 나무꾼이 된 겁니다. 미란다: 저를 사랑하시나요? 페르디난드: 오 하늘이여, 오 땅이여, 이 소리를 증언해 주소서. 그리고 제가 고백하는 것을 친절한 결과로 축복해 주소서. 제가 진실을 말한다면! 만약 거짓이라면, 제게 예정된 최고의 것을 불행으로 바꿔 주소서! 저는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그 한계를 넘어서 당신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고, 존경합니다. (제3막 제1장) 이러한 사랑의 힘은 프로스페로로 하여금 복수의 칼날을 거두고 화해의 손을 내밀게 하는 중요한 동기가 됩니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백미 중 하나는 바로 인간 존재와 세계에 대한 깊은 철학적 성찰이 담긴 독백입니다. 『템페스트』에서는 특히 프로스페로가 자신이 연출한 정령들의 가면극이 끝난 후 읊조리는 대사가 유명합니다. 프로스페로: 아들아, 동요한 듯 보이는구나. 마치 당황한 것처럼. 기운을 내라. 우리의 축제는 이제 끝났다. 이 배우들은, 내가 예고했듯이, 모두 정령들이었고 공기 속으로, 희박한 공기 속으로 녹아버렸다. 그리고 이 환상의 근거 없는 구조처럼, 구름이 덮인 탑들, 화려한 궁전들, 엄숙한 사원들, 거대한 지구 자체, 그래, 그것이 품고 있는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이 실체 없는 연극이 사라진 것처럼 한 조각 구름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꿈이 만들어지는 그런 존재들이다. 그리고 우리의 짧은 삶은 잠으로 둘러싸여 있다. (제4막 제1장) 이 대사는 인생의 덧없음과 세계의 허망함을 연극이라는 예술 형식에 빗대어 표현한, 셰익스피어의 세계관이 응축된 명구입니다. "우리는 꿈이 만들어지는 그런 존재들이다 (We are such stuff / As dreams are made on)"라는 구절은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담고 있으며, 이 번역본은 원문의 철학적 무게와 시적 울림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처럼 『템페스트』는 복수와 용서, 지배와 예속, 문명과 야만, 환상과 현실, 예술의 본질 등 실로 다양한 주제를 능숙하게 직조해냅니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묻습니다. 진정한 힘이란 무엇인가? 타자와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가? 과거의 상처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4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아니 어쩌면 더욱 절실하게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권력의 남용과 그로 인한 갈등, 타 문화에 대한 몰이해와 혐오, 자연 파괴와 환경 문제 등 우리가 직면한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템페스트』의 이야기 속에 이미 예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번역본은 셰익스피어 특유의 운문과 산문의 조화, 풍부한 은유와 상징, 그리고 극적인 긴장감을 우리말로 충실히 옮기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고전 번역의 어려움은 단순히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적 간극과 문화적 차이를 넘어 원작의 정신과 감동을 전달하는 데 있습니다. 이 책의 번역자는 셰익스피어의 언어가 지닌 시적 아름다움과 연극적 힘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현대 독자들이 편안하게 읽고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난해한 구절에 갇히기보다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인물들의 감정과 생각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그야말로 ‘읽기 위한 셰익스피어’를 구현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가 남긴 마지막 로맨스극(혹은 마지막 단독 집필 희곡)으로, 그의 예술 세계가 도달한 원숙한 경지를 보여줍니다. 젊은 시절의 열정과 비극적 세계 인식, 중년의 희극적 여유와 풍자를 거쳐, 말년에 이르러서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용서와 화해,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노래합니다. 프로스페로가 마법을 버리고 자신의 공작령으로 돌아가 "세 번째 생각마다 무덤을 떠올리며 지내겠다" (제5막 제1장)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은, 화려했던 삶의 무대에서 내려와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한 인간의 성찰을 보여주며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마법의 섬이 한동안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인간 본성의 복잡다단함과 삶의 아이러니를 목격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템페스트』는 단순한 고전 읽기를 넘어,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는 세계를 성찰하는 귀한 시간을 선물할 것입니다. 부디 이 뛰어난 번역본을 통해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마법에 흠뻑 취해보시길 권합니다. 여러분의 서가에 꽂힌 이 책은, 삶의 폭풍우를 만날 때마다 지혜와 위안을 건네는 등대가 되어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