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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제20장 새로운 하숙인 제21장 스몰위드 가족 제22장 버킷 씨 제23장 에스더의 이야기 제24장 항소 사건 제25장 스내그스비 부인은 모든 것을 꿰뚫어본다 제26장 명사수들 제27장 노병은 한 명이 아니다 제28장 철강업자 제29장 청년 제30장 에스더의 이야기 제31장 간병인과 환자 제32장 약속된 시간 제33장 침입자들 제34장 나사의 회전 제35장 에스더의 이야기 제36장 체스니 월드 제37장 자른다이스 대 자른다이스 제38장 고민 제39장 변호사와 의뢰인 제40장 국정과 가정 작가 소개 작가 연보 책 속의 역사 문화 산책 작품 해설 판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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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의 시대는 디킨스의 '황폐한 집'을 얼마나 허물었는가 170년 전 런던의 하늘을 뒤덮었던 안개는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법과 제도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인간의 절망이었고, 진실을 가리는 사회적 위선의 장막이었으며, 모든 계층을 관통하며 스며드는 도덕적 부패의 상징이었다. 찰스 디킨스는 이 안개를 헤치고 당대 영국의 심장부로 우리를 끌고 들어간다. 그가 남긴 가장 위대하고도 논쟁적인 걸작, 《황폐한 집》을 통해서다. 이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거대한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짓밟고 영혼을 파괴하는지에 대한 냉철하고 집요한 해부도다. 이번에 새롭게 번역된 《황폐한 집 2》는 총 3부작으로 기획된 대장정의 중심에 해당한다. 1부에서 흩뿌려진 수많은 인물과 사건의 실타래가 2부(20~40장)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얽히고설키며 거대한 미스터리의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독자는 이제 디킨스가 설계한 복잡한 미로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서게 된다. 이곳에서 우리는 끝없는 소송의 수렁에 빠져 서서히 파멸해가는 젊은이의 절규를 듣고, 화려한 귀부인의 가면 뒤에 숨겨진 비밀의 그림자를 목격하며, 런던 뒷골목의 가장 어두운 곳에서 벌어지는 삶과 죽음의 처절한 드라마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을 덮을 때쯤, 우리는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21세기의 우리는 디킨스가 고발했던 그 '황폐한 집'을 얼마나 허물었는가? 끝나지 않는 재판, 잠식당하는 영혼 《황폐한 집》의 중심에는 '자앤다이스 대 자앤다이스(Jarndyce and Jarndyce)'라는 저주받은 유산 소송이 있다. 대법관 법정(Court of Chancery)을 무대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이 재판은 소설 속 모든 비극의 근원이다. 디킨스는 이 재판을 통해 정의를 구현해야 할 법 제도가 어떻게 그 자체로 괴물이 되어 인간을 삼키는지 신랄하게 고발한다. 재판은 더 이상 진실을 가리는 과정이 아니다. 변호사들의 배를 불리고, 서류더미만 끝없이 쌓아 올리며, 관련자들의 희망과 재산, 그리고 삶 자체를 소모시키는 거대한 연극일 뿐이다. 2부에서 이 재앙의 가장 직접적인 희생자는 젊고 유망했던 리처드 카스톤이다. 그는 처음에는 총명하고 선량했으나, 소송의 늪에 발을 들인 후 점차 의심과 조급증, 비현실적인 기대감에 사로잡혀 파멸의 길을 걷는다. 그의 타락은 개인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희망 고문으로 영혼을 갉아먹는 시스템의 폭력 때문이다. 디킨스는 리처드의 입을 통해 이 시스템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다. "아, 지금 당장 쉬는 것에 대해서는." 리처드가 말했다. "혹은 지금 당장 뭔가 분명한 것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건 쉽지 않아. 간단히 말해서 불가능해. 적어도 나는 못하겠어." "왜 못하는데?" 내가 말했다. "왜 못하는지 알잖아, 에스더. 네가 미완성 집에 살고 있다면, 내일이든 모레든 다음 주든 다음 달이든 내년이든 지붕을 얹었다 벗겼다 하고, 위에서 아래까지 허물었다 세웠다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쉬거나 정착하기 힘들 거야. 나도 마찬가지야. 지금? 우리 소송 당사자들에게는 '지금'이 없어." '지금이 없다'는 리처드의 절규는 얼마나 끔찍한가. 미래의 불확실한 판결에 현재의 모든 삶을 저당 잡힌 채, 그는 어떤 직업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빚만 늘려간다. 심지어 자신을 아끼는 후견인 존 자앤다이스마저 의심하며 인간관계마저 파괴한다. 이는 단지 19세기 영국 법정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겪는 거대한 관료주의, 끝없는 행정 절차, 승자 없는 소모적 갈등 속에서 수많은 '리처드'들이 신음하고 있지는 않은가. 디킨스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들의 사회는 개인에게 '현재'를 살게 해주고 있는가. 기괴하고 생생한 인물들, 시대의 자화상 디킨스의 천재성은 비참한 현실을 고발하면서도 그것을 살아 숨 쉬는 인간 군상의 희비극으로 그려내는 데 있다. 《황폐한 집 2》에서는 디킨스 문학의 가장 기괴하고 인상적인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여 소설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들은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당대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가령 사무원 구피 씨는 에스더에게 엉뚱한 연정을 품고, 그녀의 출생 비밀을 파헤쳐 환심을 사려는 인물이다. 그의 허황된 야망과 과장된 말투, 음모론적 사고방식은 이제 막 부상하기 시작한 중산층의 속물근성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고리대금업자 스몰위드 일가는 인간성의 모든 즐거움과 감정이 거세된, 돈과 사실만이 존재하는 '화석 귀신(fossilized goblin)'의 세계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고 대대로 조숙한 노인들만 태어나는 이 기괴한 가족의 묘사는 인정머리 없는 자본주의와 공리주의에 대한 통렬한 풍자다. 할아버지 스몰위드가 정신 나간 할머니에게 쿠션을 던지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블랙 코미디다. 스몰위드 부인은 평소의 본능에 따라 터져 나온다. "1500파운드. 검은 상자에 1500파운드, 1500파운드가 잠가져 있고, 1500파운드가 치워져 숨겨져 있어!" 그녀의 훌륭한 남편은 빵과 버터를 치워두고 즉시 쿠션을 그녀에게 발사하여 그녀를 의자 옆으로 짓누르고, 압도되어 자신의 의자에 다시 쓰러진다. 이러한 캐리커처들은 단순한 웃음을 넘어, 산업화된 사회가 인간을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뒤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장치다. 이번 번역은 디킨스 특유의 위트와 그로테스크한 유머를 맛깔스럽게 살려내어, 독자들이 19세기 런던의 활기 넘치는 뒷골목을 직접 거니는 듯한 생생한 체험을 선사한다. 화려한 저택과 비참한 빈민가, 그 필연적 연결 《황폐한 집》의 또 다른 축은 화려한 귀족 사회의 중심에 있는 데들록 부인의 비밀이다. 2부에서 이 비밀의 실마리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소설은 거대한 스릴러로 변모한다. 디킨스는 런던 상류층의 권태롭고 위선적인 삶과, '톰 올 얼론스(Tom-All-Alone's)'라는 이름의 빈민가에서 벌어지는 처참한 현실을 교차시키며 두 세계가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특히 형사 버킷이 주인공 에스더의 하녀였던 찰리와 함께 톰 올 얼론스에 사는 소년 '조'를 찾아가는 장면은 압권이다. 오물과 질병, 가난이 들끓는 지옥 같은 풍경 속에서, 우리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깊은 절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는 희미한 연대의 불씨를 동시에 목격한다. 갓난아기를 품에 안은 벽돌공의 아내가 내뱉는 말은 이 소설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가슴 아픈 대사일 것이다. "제가 아무리 애써도 그 아이가 나쁜 길로 빠지고, 언젠가 제가 그 아이 곁에 앉아 있게 된다면, 그 아이가 변해버리고 딱딱해진 모습으로 잠들어 있을 때, 지금 제 무릎에 누워 있는 모습을 생각하며 제니 아이처럼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바라게 될 거 같아요!" 데들록 부인의 숨겨진 과거와 빈민가의 병든 소년 조. 이 둘은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디킨스는 거미줄처럼 촘촘한 서사를 통해 이들의 운명이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한 개인의 비밀이 어떻게 사회 전체의 부조리와 맞물려 있는지, 가장 높은 곳의 죄악이 어떻게 가장 낮은 곳의 비극을 낳는지를 보여주는 디킨스의 솜씨는 감탄을 자아낸다. 부와 가난, 위선과 진실, 빛과 어둠의 극명한 대조는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사회 구조의 모순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결국 《황폐한 집》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사회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부조리를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가. 시스템의 안개를 핑계로 개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소설은 170년 전의 낡은 이야기가 아니다. 법과 제도가 여전히 때로는 개인 위에 군림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쉽게 묻히며,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들이 우리의 삶을 얽매고 있는 오늘,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살아있는 현실에 대한 보고서다. 잘 짜인 미스터리와 생동감 넘치는 인물, 그리고 시대를 초월하는 깊이 있는 통찰이 담긴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디킨스라는 위대한 작가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은 이제 독자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