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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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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셰익스피어, 400년의 시간을 넘어 우리에게 말을 걸다 ? <뜻대로 하세요>
셰익스피어. 이 이름만 들어도 어떤 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도 모르겠다. 400년 전 영국 작가, 고리타분한 고전, 왠지 어렵고 지루할 것 같은 선입견. 과연 그럴까?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낡고 먼지 쌓인 책갈피 속에서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건져 올릴 수 있을까? 셰익스피어의 작품, 특히 그의 희극은 이러한 물음에 명쾌한 답을 준다. 그중에서도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는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유쾌한 웃음과 함께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선사하는, 그야말로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번역본은 셰익스피어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턱을 낮추면서도 원작의 깊이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셰익스피어 특유의 운문과 산문의 조화, 다층적인 언어유희, 그리고 인물들의 생생한 성격이 현대 한국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 있도록 세심하게 다듬어졌다. 단순한 줄거리 요약을 넘어, 그의 언어가 지닌 시적 아름다움과 극적 긴장감을 최대한 살리려 한 점이 인상적이다. <뜻대로 하세요>는 제목처럼 유쾌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 본성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숨겨져 있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동생에게 권력을 빼앗기고 아르덴 숲으로 추방된 시니어 공작, 그리고 그를 따라나선 충신들. 형에게 박해받던 올랜도는 사랑하는 로잘린드를 찾아 아르덴 숲으로 향한다. 프레드릭 공작의 딸 셀리아와 함께 남장을 하고 숲으로 피신한 로잘린드는 가니메데라는 이름으로 올랜도와 재회하고, 그를 시험하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이렇듯 꼬이고 얽힌 관계들은 아르덴 숲이라는 마법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며, 결국 사랑과 화해라는 해피엔딩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단순한 플롯 전개에 있지 않다. 셰익스피어는 아르덴 숲이라는 공간을 통해 문명과 자연, 궁정의 위선과 숲의 진실함을 대비시킨다. 시니어 공작의 대사를 통해 이를 엿볼 수 있다. 시니어 공작: 자, 망명길의 동지들이자 형제들이여, 오랜 습관이 이런 삶을 화려한 허식보다 더 달콤하게 만들지 않았는가? 이 숲들이 시기심 가득한 궁정보다 위험에서 더 자유롭지 않은가? 여기서 우리는 아담의 저주를 느끼지 않는다. 계절의 변화, 얼음 송곳니처럼 매서운 겨울바람의 쌀쌀한 꾸짖음을 말이다. 그 바람이 내 몸을 물고 불어와 추위에 몸을 움츠릴 때조차, 나는 미소 지으며 말한다. "이것은 아첨이 아니다. 이들은 내가 무엇인지를 가슴 깊이 깨우쳐주는 조언자들이다." 역경의 쓰임새는 참으로 달콤하다. 못생기고 독을 품은 두꺼비도 머리에 귀한 보석을 지니듯, 세상의 시선에서 벗어난 우리의 이 삶은 나무에서 언어를, 흐르는 시냇물에서 책을, 돌에서 설교를, 모든 것에서 선함을 발견한다. (제2막 제1장) 이처럼 아르덴 숲은 단순한 도피처가 아니라, 인간이 본성을 회복하고 삶의 지혜를 깨닫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문명의 허위와 인위적인 것에 지친 현대인들에게도 이 숲은 어떤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이 극의 중심에는 단연 로잘린드라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있다. 그녀는 남장 여성이라는 설정을 통해 당시 여성에게 가해졌던 사회적 제약을 뛰어넘어 자신의 사랑과 운명을 주체적으로 개척해 나간다. 그녀의 재치와 기지는 극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특히 남장한 가니메데로서 올랜도와 나누는 대화는 사랑의 본질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올랜도에게 사랑의 변덕스러움과 광기를 설파하는 장면을 보자. 로잘린드: 사랑은 단지 광기일 뿐이고, 솔직히 말해서 미치광이들처럼 어두운 집과 채찍을 받을 자격이 있어요. 그들이 그렇게 벌받거나 치료받지 못하는 이유는 그 광기가 너무 흔해서 채찍질하는 사람들도 사랑에 빠져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저는 상담으로 그것을 치료한다고 공언해요. (제3막 제2장) 이렇듯 로잘린드는 사랑에 대한 낭만적 환상을 깨뜨리면서도, 동시에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역설하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그녀의 대사는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날카로우며, 독자들로 하여금 사랑의 다양한 측면을 고민하게 만든다.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인물은 바로 ‘우울한 철학자’ 자크다. 그는 극의 흐름과는 다소 동떨어져 보이지만, 그의 염세적인 시선과 철학적인 독백은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특히 그의 유명한 ‘일곱 시대(Seven Ages of Man)’ 독백은 인간 삶의 허무와 유한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자크: 온 세상이 무대이고, 모든 남녀는 단지 배우일 뿐. 그들에게는 퇴장과 등장이 있고, 한 사람은 그의 시대에 여러 역할을 맡는다. 그의 막들이 일곱 시대이니. 먼저 유아로, 유모의 팔에서 울고 토하며. 그 다음은 징징거리는 학동으로, 가방을 메고 빛나는 아침 얼굴로 달팽이처럼 기어가며 마지못해 학교에 간다… (제2막 제7장) 이러한 자크의 독백은 극의 밝은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며, 독자들에게 삶의 이면에 존재하는 어두움과 슬픔을 상기시킨다. 자크를 통해 셰익스피어는 인간 존재의 다층적인 면모를 탐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궁정 광대 터치스톤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그는 단순한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어리석은 듯한 말과 행동 속에 날카로운 사회 풍자와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인물이다. 양치기 코린과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궁정과 시골 생활에 대한 그의 익살스러운 비교는 문명 비판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터치스톤: 정말로, 자네는 저주받았어. 마치 한쪽으로만 구워진 달걀처럼 말이야. 코린: 궁정에 가지 않아서 그렇다는 겁니까? 이유를 대보시오. 터치스톤: 왜냐하면, 자네가 궁정에 가본 적이 없다면 좋은 예의범절을 본 적이 없는 거고, 좋은 예의범절을 본 적이 없다면 자네의 예의범절은 악할 수밖에 없고, 악함은 죄이고, 죄는 저주이기 때문이지. 자네는 위험한 처지에 있어, 목동이여. (제3막 제2장) 이처럼 터치스톤의 대사는 겉으로는 가볍지만, 그 안에는 세상을 꿰뚫어 보는 지혜가 숨어 있다. 그는 극의 희극성을 담당하면서도, 동시에 작품의 주제 의식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번역본은 셰익스피어의 언어가 지닌 리듬과 생동감을 살리면서도, 현대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다. 예를 들어, 올랜도가 로잘린드를 향한 사랑을 나무에 새기는 장면이나, 여러 인물들이 사랑의 열병을 앓는 모습을 묘사하는 대목들은 원문의 시적인 감흥을 잘 전달하고 있다. 각주나 해설이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독자들이 맥락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편집 역시 돋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지금 <뜻대로 하세요>를 읽어야 하는가? 이 작품은 40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질문들을 던진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자연 속에서 어떻게 치유받고 성장하는가? 사회적 관습과 위선에 맞서 개인은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종종 길을 잃고 방황한다. 경쟁과 갈등, 위선과 허위가 만연한 세상에서 진정한 가치를 찾기란 쉽지 않다. <뜻대로 하세요>는 바로 그런 우리에게 아르덴 숲이라는 이상적인 공간을 제시하며, 그곳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용서, 화해의 이야기를 통해 잠시나마 현실의 무게를 잊고 마음의 위안을 얻게 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셰익스피어가 단순히 ‘위대한 고전 작가’라는 이름에 갇힌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살아 숨 쉬며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그들의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 번역본은 셰익스피어라는 거대한 산맥의 한 봉우리를 오르는 즐거운 여정에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부디 이 책을 펼쳐 들고, 아르덴 숲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시길 권한다. 그곳에서 당신은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감동, 그리고 삶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