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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제41장 털킹혼 씨의 방에서 제42장 털킹혼 씨의 방에서 제43장 에스더의 이야기 제44장 편지와 답변 제45장 신뢰 속에 제46장 그를 막아라! 제47장 조의 유언 제48장 다가오는 그림자 제49장 의무적인 우정 제50장 에스더의 이야기 제51장 깨달음 제52장 완고함 제53장 추적 제54장 뇌관에 불을 당기다 제55장 도주 제56장 추적 제57장 에스더의 이야기 제58장 겨울의 낮과 밤 제59장 에스더의 이야기 제60장 관점 제61장 발견 제62장 또 다른 발견 제63장 강철과 철 제64장 에스더의 이야기 제65장 세상을 시작하다 제66장 링컨셔에서 제67장 에스더 이야기의 마무리 작가 소개 작가 연보 책 속의 역사 문화 산책 작품 해설 판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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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거대한 절망의 안개 속, 한 줄기 인간성의 빛을 찾아서 우리는 시스템을 믿는다. 법과 제도, 사회적 규범이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보호해 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시스템이 우리를 배신할 때, 혹은 시스템 자체가 거대한 모순과 비효율의 덩어리일 때, 개인의 삶은 어떻게 되는가?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은 바로 이 질문을 19세기 영국 사회의 심장부에 던지는 거대한 벽화와 같은 소설이다. 그리고 마침내 완결되는 이 3권에서, 우리는 그 질문에 대한 디킨스의 대답, 즉 절망과 희망의 변증법을 목도하게 된다. 『황폐한 집』 1, 2권을 관통하는 핵심은 ‘자딘다이스 대 자딘다이스’라는 끝없는 유산 소송이다. 이 소송은 소설의 물리적 배경인 런던을 뒤덮은 안개처럼, 모든 인물의 삶에 스며들어 그들의 정신을 좀먹고 관계를 파괴하는 거대한 블랙홀이다. 디킨스는 이 지리멸렬한 소송을 통해 인간의 이성과 합리가 만들어낸 법이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인간성을 파괴하는 괴물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신랄하게 보여준다. 1, 2권에서 흩뿌려진 모든 씨앗이 3권에서 마침내 거대한 숲을 이루거나, 독초가 되어 피어난다. 수많은 인물과 사건의 실타래가 하나로 모여 폭발하는 지점이 바로 이 3권이다. 3권의 서막을 여는 것은 비극의 가속화다. 자신의 과거를 움켜쥐고 비밀을 지키려 했던 데들록 부인과, 그 비밀을 이용해 그녀를 압박하던 변호사 털킹혼의 대결은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1, 2권 내내 안개처럼 모호했던 위협은 3권에서 구체적인 폭력으로 현현한다. 털킹혼의 죽음은 소설의 미스터리를 정점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상류층의 위선과 그 아래 곪아 터진 사회의 병폐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디킨스가 묘사하는 살인 현장을 보라. 오랜 세월 동안 끈질긴 로마인이 그 천장에서 특별한 의미 없이 가리키고 있었다. 오늘 밤 그에게 새로운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 하지만 날이 밝은 후 조금 지나서 사람들이 방을 청소하러 온다. 그리고 로마인이 이전에 표현하지 않았던 새로운 의미를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그들 중 맨 앞의 사람이 미쳐 날뛰는 것이다. 그의 뻗은 손을 올려다보고 그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난다. (...) 어두워진 방에 들어와서 이 물건들을 보는 모든 사람이 로마인을 올려다보고, 그가 마치 마비된 벙어리 증인인 것처럼 모든 눈에 신비와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확실히 일어나는 일이다. 천장의 우화 속 로마인이 시신을 가리키는 이 장면은 디킨스 문학의 백미 중 하나다. 인간 사회의 법과 질서가 밝혀내지 못하는 진실을, 얼어붙은 예술작품이 ‘마비된 벙어리 증인’이 되어 고발하는 이 아이러니. 이 번역본은 원문의 서늘하고 극적인 긴장감을 섬세하게 살려내 독자를 사건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인다. 이 거대한 절망의 서사에서 한 줄기 빛을 던지는 인물이 있다면, 단연 버킷 경감일 것이다. 그는 대법관의 법정이 상징하는 제도적 정의가 아니라, 발로 뛰며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실천적 정의를 구현하는 인물이다. 그의 등장은 차갑고 비정한 『황폐한 집』의 세계에 인간적인 활력과 온기를 불어넣는다. 버킷은 거대한 시스템의 톱니바퀴가 아니라, 시스템의 균열 속에서 진실을 찾아 헤매는 개인의 힘을 상징한다. 그가 데들록 부인의 행적을 추적하고, 마침내 프랑스 하녀 오르탕스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과정은 단순한 추리소설의 쾌감을 넘어선다. 그것은 썩어빠진 시스템의 대안으로서 ‘인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이다. 결국 이 소설의 비극은 데들록 부인의 몰락에서 절정을 맞는다. 그녀는 사회적 명예와 개인적 진실 사이에서 갈가리 찢긴 끝에 스스로 파멸의 길을 택한다. 그녀가 남편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는 빅토리아 시대 여성에게 가해진 억압과 위선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저에게는 더 이상 집이 없습니다. 더 이상 당신에게 짐이 되지 않겠습니다. 정당한 분노 속에서도, 가장 아낌없는 헌신을 쏟아부었지만 헛된 여자를?자신에게서 도망치는 것보다 더 깊은 수치심으로 당신을 피하는 여자를, 그리고 이 마지막 작별을 쓰는 여자를?잊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신을 옭아맨 모든 것을 버리고 눈보라 속으로 사라지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이 소설이 던지는 가장 비극적이고 아름다운 이미지다. 그녀는 시스템의 희생자이며, 동시에 그 시스템의 일부로서 살아온 자신의 삶을 스스로 단죄한다. 그리고 마침내, 소설의 시작부터 모든 것을 집어삼키던 ‘자딘다이스 대 자딘다이스’ 소송이 끝난다. 그 결말은 디킨스 특유의 통렬한 풍자를 담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진 거대한 소송은, 마침내 소송 비용이 전체 유산을 모두 집어삼키는 것으로 허무하게 막을 내린다. 변호사 켄지의 태연한 설명을 들어보자. "켄지 씨." 앨런이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죄송하지만 시간이 촉박합니다. 재산 전체가 소송 비용으로 소진되었다는 뜻입니까?" "흠! 그런 것 같습니다." 켄지 씨가 대답했다. "볼스 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볼스 씨가 말했다. 이 얼마나 끔찍하고 우스꽝스러운 결말인가. 시스템은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 이유였던 모든 것을 파괴해 버렸다. 이것이 바로 디킨스가 고발하고자 했던 법과 제도의 본질이다. 이 번역본은 이러한 대화에 담긴 냉소와 허무함을 과장 없이, 건조하지만 날카롭게 전달하며 원작의 비판 정신을 빛낸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절망의 폐허 위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디킨스는 비정한 시스템 비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휴머니스트다. 그 희망은 바로 주인공 에스더 서머슨을 통해 구현된다. 사생아로 태어나 세상의 편견 속에서 자랐지만, 그녀는 자신의 선량함과 헌신으로 주변 세계를 밝히는 빛과 같은 존재다. 3권에서 그녀는 자신의 출생 비밀을 모두 끌어안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비극을 통과한 후 마침내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는다. 그녀가 앨런 우드코트와 함께 새로운 ‘황폐한 집’을 꾸려나가는 마지막 장면은, 이 소설이 단순한 사회 비판을 넘어 인간 구원의 서사임을 보여준다. 나는 그런 줄 몰랐다. 지금도 그런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내 사랑스러운 작은 아이들이 무척 예쁘고, 내 에이다가 정말 아름답고, 내 남편이 매우 잘생겼고, 내 가디언이 세상에서 가장 밝고 자애로운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안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내게 아름다움이 많이 없어도 충분할 것이다?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사회의 낙인과 육체적 상처를 극복하고 얻은 이 담담하고 충만한 행복. 이것이 디킨스가 절망의 안개 속에서 찾아낸 한 줄기 빛, 즉 인간성의 가치다. 『황폐한 집』 3권은 단순한 이야기의 결말이 아니다. 그것은 거대한 사회 시스템의 붕괴와 그 폐허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 정신의 승리를 담은 장엄한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이다. 이 번역본은 디킨스 특유의 풍부한 묘사와 생동감 넘치는 인물, 날카로운 사회 비판과 따뜻한 휴머니즘을 우리 시대의 언어로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법과 제도가 때로 개인의 삶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왜 연대하고 사랑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디킨스를, 그리고 『황폐한 집』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당신은 안개 낀 런던의 거리를 걸으며 인간의 조건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될 것이다. 그 지적이고 감성적인 여정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