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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행
몽롱한 기억 석죽화 지주회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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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부 수사본부에 애저녁에 졸립다는 형사과장을 돌아가게 한 후 모였던 형사들은 뿔뿔이 제 경계구역을 따라 헤어지고 그 중에도 가장 민완을 자랑하는 형사 몇몇만 처졌다. 무슨 사건이 생기면 손가락을 깨물고 잠을 못 자는 성미요 잡을 범인을 잡을 때까지 잡힌 범인보담도 더 조맛증을 내는 홍과장이라, 그들의 생각에는 오늘밤에도 집에서 잔다고 가기는 갔지마는 단 두 시간이 못 되어 자던 잠을 집어치우고 후닥닥 뛰어 날아들 줄 믿었다. 더구나 그가 없는 사이 요처요처마다 널어놓은 경계망에서 혹은 의외의 큰 고기가 걸려들런지도 모르는 법이니 잘못 서둘렀다가는 그야말로 경을 팥다발처럼 칠 판이다.
남은 형사들은 더욱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 긴장한 가운데 일초이초를 보냈다. 그러나 한 시가 지나고 두 시가 지나도 형사과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자정이 지나고 새벽이 되어도 어리친 개 한 마리 걸려들지도 않고 올 듯 올 듯하던 형사과장도 그림자를 보이지 않았다. 경계하던 형사들도 떡심이 풀렸다. 길고도 지리한 여름밤, 헛물켜기에 지친 고달픈 몸과 신경들, 단정하게 걸터앉은 교의가 문득 뒤로 넘어가며 벽에 뒤통수를 치는 작자, 걸상에 뻗친 다리가 상 밑으로 떨어지며 반 남아 땅바닥으로 쓰러지려는 작자, 책상에 이마를 문지르며 게(蟹) 거품을 흘리는 꼴. 꿈 가운데 괴청년을 만났는지 두 팔로 공중을 휘젓다가 필경 제 뺨을 치는 꼴, 구슬로 쏟는 땀방울! 잡으려는 고통도 여간이 아니다. 새벽 다섯 시쯤 되매, 기지개를 켜는 축, 눈을 부비는 축, 누가 무슨 군호나 부른 듯이 일제히 몸을 굼틀거린다. 겨우 떨어진 눈들은 놀랜 듯이 사면을 휘휘 돌아보다가 피차에 눈길이 서로 마주치자 아모 일도 없다는 듯이 열없이 씩 웃고는 다시금 제자리에 쓰러진다. 그들에겐 새벽 네다섯 시가 가장 맹렬하게 활동할 시각이다. 보통 사람으론 가장 고단하게 잠이 어릿어릿할 그 때가 찾고 잡기에 영락이 없는 까닭으로 이 시각이 되면 저절로 곤한 잠도 깨는 듯. 불 같은 볕은 어느덧 동창을 쪼이기 시작한다. --- “황원행” 중에서 그날 밤에 그의 안해가 층계에서 굴러 떨어지고 공연히 내일 일을 글탄 말라고 어느 눈치 빠른 어른이 타일러 놓셨다. 옳고말고다. 그는 하루치씩만 잔뜩 산(생[生])다. 이런 복음에 곱신히 그는 덩어리(속지말라)처럼 말(언[言])이 없다. 잔뜩 산다. 아내에게 무엇을 물어보리요? 그러니까 아내는 대답할 일이 생기지 않고 따라서 부부는 식물처럼 조용하다. 그러나 식물은 아니다. 아닐 뿐 아니라 여간 동물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이 귤궤짝만한 방 안에 무슨 연줄로 언제부터 이렇게 있게 되었는지 도무지 기억에 없다. 오늘 다음에 오늘이 있는 것. 내일 조금 전에 오늘이 있는 것. 이런 것은 영 따지지 않기로 하고 그저 얼마든지 오늘 오늘 오늘 오늘 헐 일 없이 눈 가린 마차 말의 동강난 시(視)야다. 눈을 뜬다. 이번에는 생시가 보인다. 꿈에는 생시를 꿈꾸고 생시에는 꿈을 꿈꾸고 어느 것이나 재미있다. 오후 네 시. 옮겨 앉은 아침 여기가 아침이냐. 날마다다. 그러나 물론 그는 한 번씩 한 번씩이다. (어떤 거대[巨大]한 모[母]체가 나를 여기다 갖다 버렸나) 그저 한없이 게이른 것 사람 노릇을 하는 체 대체 어디 얼마나 기껏 게으를 수 있나 좀 해보자. 게으르자. 그저 한없이 게으르자. 시끄러워도 그저 모른 체 하고 게으르기만 하면 다 된다. 살고 게으르고 죽고 가로대 사는 것이라면 떡먹기다. 오후 네 시. 다른 시간은 다 어디 갔나. 대수냐. 하루가 한 시간도 없는 것이라기로서니 무슨 성화가 생기나. --- “지주회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