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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으로
붕우 수달 박첨지의 죽음 반역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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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형의 집이라고는 해도 이태씩이나 끊었던 발을 들여놓자기는 여간 쑥스러운 게 아니다. 꾹 마음을 정하고 오긴 온 길이로되, 막상 대문을 맞닥뜨리고 보니 발길이 문턱에 제대로 올라가질 않는다.
그것도 멀리 떠나 있어서 서로 그립던 처지 같았으면야 이태 아니야 이십년이 막혔다 치더라도, 아니 그랬으면 오히려 반가운 품이 좀 더 간절할 것이련만, 이건, 아래윗동네에서 고양이 개 보듯 서로 등이 걸려 지내 오던 처지다. 이제 그 형이 이 동생을 맞아 줄 리 없을 것 같다. 그동안 서로 막혔던 인사쯤으로 방문의 소임이 다되는 것이라면 아무리 틀렸던 것이기로 형제의 분의에 찾아가는 동생을 그렇게는 역겹게까지 대하지는 않을 것이련만 끄집어 내고야 말 돈 이야기, 그 이야기가 난다면 미상불 아니 역겨울 수 없을 게고, 그나새나 거절을 당하게 된다면 꼭대기를 털고 되돌아와 할 멋쩍음. 발길은 대문 턱에 뚝 멎고 떨어지질 않는다. 틀린 것도 본시 이래서였다. --- “수달” 중에서 박 첨지의 늙은 내외가 공동묘지를 떠나서 제 집 제 움막으로 향한 것은 거의 황혼이 되어서였읍니다. 그들은 오늘 자기네의 외아들 만득이를 이 공동묘지에 묻었읍니다. 마흔다섯에 나서 낳은 아들, 그리고 이십오 년간을 기른 아들, 지금은 그들의 보호 아래서 떠나서 오히려 그들을 부양하고 보호하여 주던 장년의 외아들 만득이를 땅속에 묻었읍니다. 그리고 지금 돌아가는 길이외다. 그들은 말없이 걸었읍니다. 한 번도 뒤를 돌아본 일도 없었읍니다. 박 첨지는 앞서고, 그의 늙은 안해는 서너 걸음쯤 뒤서서 머리를 푹 수그린 채 앞으로 앞으로 걸었읍니다. 사면을 살펴보지조차 않았읍니다. 한 마디의 말도 사괴지 않았읍니다. 십 리쯤 와서 다만 한 번, 늙은 안해가 제 늙은 그 지아비에게 향하여 좀 쉬어서 가기를 제의하였읍니다. 그 말에도 박 첨지는 발을 멈추지도 않았읍니다. "쉬기는, 발목이 썩어졌나!" --- “박첨지의 죽음”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