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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동이 틀 때
동정 용산난 5원 75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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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으나짧은 여름밤을 빈대 모기 벼룩에게 쪼들려서 받아주는 사람도 없는 화증과 비탄으로 앉아 새다시피 한 허준이는 가까스로 들었던 아침잠조차 앵앵거리고 모여드는 파리떼로 흔들리고 말았다.
그러지 않아도 남의 집에서 자는 잠이니까 늦잠을 잘 수는 없는 일이지만 화나는 양으로 말하면 그놈의 파리를 모조리 잡아서 모가지를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도 생각하면 소용없는 짓이려니와 되지도 않을 일이니까 그는 하는 수 없이 찌긋찌긋한 몸을 뒤틀면서 일어나 앉았다. 벌겋게 충혈된 눈을 비비면서 창문 밖을 내다보니 아침 햇볕은 벌써 마당에 쫙 퍼졌다. 그는 뒤가 다 나간 양말을 집어 신고 일어서서 허리끈을 바로 매었다. 고의적삼에서 흐르는 땀냄새도 양말의 고린내에서 못지지 않았다. "이렇게 괴로운 줄 알았으면 회관에서 잘 것을." 그는 잠 못 잔 것을 은근히 분개하면서 수세미가 다 된 두루막을 떼어 입고 밖에 나섰다. “와 세수도 하지 않고 어디 가노?” --- “먼동이 틀 때” 중에서 이른 봄 어떤 날 황혼이었다. 목포역을 떠나 서울로 가는 밤차는 호남선 송정리역(松汀里驛)에 닿았다. 고요한 시골 산천을 울리는 차 바퀴 소리가 뚝 그치자 뒤이어 내리는 손님, 오르는 손님들로 하여 쓸쓸하던 시골 역은 들썩하였다. 들썩한대야 서울 정거장에 비기면 아무것도 아니지만은 한 달에 여섯 번씩 열리는 장날이나 그렇지 않으면 명절 때밖에 사람의 물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시골이라 매일 몇 차례씩 들레게 되는 정거장은 참말 위태하고도 복잡한 곳이었다. 이삼 분 되나 마나 해서는 들레던 물결도 고요하여졌다. 그때는 오를 사람은 다 오르고 내릴 사람은 다 내려서 출구 밖으로 나온 때였다. 인제 들리는 것은 기관차가 뿜어내는 김 소리와 역부들이 외치는 미미한 소리였다. --- “용산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