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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사
불효자식 벽화 사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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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고려조(高麗朝) 중엽.
곳은 황해도 황주 고을 도화동이라는 한적한 마을. 눈먼 선비 심학규 심봉사는 사개 뒤틀린 방문을 삐그덕 밀치고, 더듬더듬 앞 툇마루로 나선다. 마루는, 구월의 한낮 가까운 맑은 햇볕이 문턱 밑까지 가득히 드리워 데워놓은 듯 따스하다. "햇볕도 좋기도 하다! 진작 나와 앉었을걸!"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심봉사는 마룻전으로 더듬어 나와, 끙 하고 한발 개키고 한발 걸트리고 앉는다. 눈은 멀어 보지는 못하여도 기운으로 날이 흐렸는지 맑았는지 그늘이 졌는지 빛이 들었는지쯤은 알곤 하던 것이다. "이런 존 날씨를, 앞 못보는 인간도 졸 제, 성한 사람들이야 조옴 상쾌할꼬!" --- “심봉사” 중에서 지금의 훈에게는 향이를 빼놓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없다. 정말 무엇을 위해서 인생의 삼분의 이 이상을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아니, 인생 칠십이 고래희라니 따지고 보면 오분의 사는 벌써 살아버린 셈이 된다. 그래도 마음은 아직 젊다. 의욕도 있다. 욕심도 있었다. 패기도 있는 셈이었다. 그러나 나이란 도리가 없었다. 작년 올로 이마에 그어진 주름살은 한결 굵어졌다. 눈가가 분명히 쪼그라졌다. 기름을 발라본 일이 없건만 윤이 잘잘 흐르던 그 까아만 머리도 땀에 전 것처럼 거세어졌다. 흰 털도 정녕 늘었다. 새치가 아니라 분명한 흰 털이다. 특히 콧수염에 그것이 더 눈에 뜨인다. "내가 이렇게 되도록 한 것이 뭐던가?" 훈은 이렇게 생각해본다. 다방 ‘청춘’. ㄱ자진 벽에 걸린 거울 속에 모로 비치는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면서의 생각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한 일도 없었다. 얻은 것도 없었다. 한 해 한 해 주름살이 늘어왔을 뿐이었다. --- “벽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