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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따라기
딸의 업을 이으려 붉은 산 시골 노파 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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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기이다.
좋은 일기라도,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우리 ‘사람’으로서는 감히 접근 못 할 위엄을 가지고, 높이서 우리 조고만 ‘사람’을 비웃는 듯이 내려다보는, 그런 교만한 하늘은 아니고, 가장 우리 ‘사람’의 이해자인 듯이 낮추 뭉글뭉글 엉기는 분홍빛 구름으로서 우리와 서로 손목을 잡자는 그런 하늘이다. 사랑의 하늘이다. 나는, 잠시도 멎지 않고 푸른 물을 황해로 부어 내리는 대동강을 향한, 모란봉 기슭 새파랗게 돋아나는 풀 위에 뒹굴고 있었다. * 이날은 삼월 삼질, 대동강에 첫 뱃놀이하는 날이다. 까맣게 내려다보이는 물 위에는, 결결이 반짝이는 물결을 푸른 놀잇배들이 타고 넘으며, 거기서는 봄향기에 취한 형형색색의 선율이, 우단보다도 부드러운 봄공기를 흔들면서 날아온다. 그러고 거기서 기생들의 노래와 함께 날아오는 조선 아악(雅樂)은 느리게, 길게, 유창하게, 부드럽게, 그러고 또 애처롭게, 모든 봄의 정다움과 끝까지 조화하지 않고는 안 두겠다는 듯이, 대동강에 흐르는 시커먼 봄물, 청류벽에 돋아나는 푸르른 풀어음, 심지어 사람의 가슴속에 봄에 뛰노는 불붙는 핏줄기까지라도, 습기 많은 봄공기를 다리 놓고 떨리지 않고는 두지 않는다. --- “배따라기” 중에서 가산이 패한 것은 확실히 마음에 언짢았으나, 원통까지 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가세가 떨림에 인격조차 떨어지는 것은 원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성재 씨는 감자를 캐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호미를 먼즛 놓았다.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이다. 성재야 머 악한 짓을 해 본 때가 있가끼.” “악한 짓 두 눈깔이 바루 백이구야 허지, 원래 성잰 위인이 어리석은걸, 제레 밥을 안 굶고.” 확실히 전자보다 후자는 듣기 역한 소리다. 아니 모욕에 가까운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 일반으로부터 자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 말을 듣는 데 마음이 허한다면 역할 것도 없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아는 자기의 마음을 몰라주는 데 안타깝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 성재임에는 누구보다 자신의 양심이 자신을 더 잘 안다. 그 무엇이 세인으로 하여금 자기의 마음을 이렇게 삐뚜로 엿보게 만들었노. --- “심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