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아사
무서운 인상 파금 어둠 |
|
나는 이렇게 벌이를 쫓아서 어제는 서쪽으로 불리고 오늘은 동쪽으로 흐르게 되는 신세가 되니 가지각색의 고생도 고생이려니와 별별 흉하고 무서운 일도 많이 보게 됩니다.
지금 여기 쓰는 것도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목도한 사실인데 내가 본 여러가지 인상 가운데서 가장 무서운 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이 그때 그 광경을 목도한 친구들은 처음 보는 참혹한 일이요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참말이지 지금도 그 생각이 번쩍 하면 그때 광경이 뚜렷이 눈앞에 떠올라서 소름이 쪽 끼치면서 눈이 저절로 감기어집니다. 그러나 그뿐입니까? 그 때문에 세상에 기계라는 기계와 쟁기라는 쟁기는 다 미워진 것도 그 때문입니다. --- “무서운 인상” 중에서 툭 솟은 광대뼈 위에 검은빛이 돌도록 움쑥 패인 눈이 슬그머니 외과실을 살피다가 환자가 없음을 알았던지 얼굴을 푹 숙이고 지팡이에 힘을 주어 붕대한 다리를 철철 끌고 문안으로 들어선다. 오래 깎지 못한 머리카락은 남바위나 쓴 듯이 이마를 덮어 꺼칠꺼칠하게 귀밑까지 흘러내렸으며 땀에 어룽진 옷은 유지같이 싯누래서 몸에 착 달라붙어 뼈마디를 환히 드러내이고 있다. 소매로 나타난 수숫대 같은 팔에 갑자기 뭉퉁하게 달린 손이 지팡이를 힘껏 다궈쥐었다. 금방 뼈마디가 허옇게 나올 것 같다. 의사는 회전의자에 앉아 의서를 보다가 흘끔 돌아보았으나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얼른 머리를 돌리고 검실검실한 긴 눈썹에 싫은 빛을 푸르르 깃들이고서 여전히 책에 열중한 체한다. 저편 침대 곁에서 소곤소곤 지껄이던 간호부들은 입을 다물고 우두커니 서 있다. 그 중에 제일 나이 들어 보이는 간호부가 환자를 바라보자 얼굴이 해쓱해서 ‘오빠!’하고 부르렸으나 다시 보니 오빠는 아니었다. --- “어둠”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