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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사
구두 근대소설의 승리 장벽 어수선한 문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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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구두를 지어야겠는데."
며칠 전에 K양이 자기의 숭배자들 가운데 싸여 앉아서 혼잣말 같이 이렇게 말할 때에 수철이는 그 수수께끼를 알아챘다. 그리고 변소에 가는 체하고 나와서 몰래 K양의 해져가는 누런 구두를 들고 겨냥을 해두었다. 그런 뒤에 손을 빨리 쓰느라고 자기는 일이 있어서 먼저 실례한다고 하고 그 집을 나서서, 그길로 바로(이 도회에서도 제일류로 꼽는) S양화점에 가서 여자의 흰 구두 한 켤레를 맞추었다. 그리하여 오늘이 그 구두를 찾을 기한 날이었다. 조반을 먹은 뒤에 주인집을 나서서(이발소에 들러서 면도나 할까 하였으나)시간이 바빠서 달음박질하다시피 구둣방까지 갔다. 구두는 벌써 되어 있었다. 끝이 뾰족하고 뒤가 드높으며 그 구두 허리의 곡선이라든지 뒤축의 높이라든지 어디 내놓아도 흠잡힐 점이 없이 잘 되었다. 도로라 하는 것이 불완전한 이 도회에는 아깝도록 사치한 구두였다. "이쁘게 됐습지요." "그만하면 쓰겠소." --- “구두” 중에서 짚을 축여 왔다. 그러나, 손이 대여지지 않는다. 어서 새끼를 꼬아야 가마니를 칠 텐데. 그래야 내일 장을 볼 텐데. 생각하면 밤이 새기 전에 어서 쳐야, 아니 그래도 오히려 쫓길 염려까지 있는데도 음전이는 손을 대기가 싫었다. 맴을 돈 것같이 갑자기 방안이 팽팽 돌며 사지가 휘주근하여지고 맥이 포근히 난다. 왜 이럴까 미루어 볼 여지도 없이 그것은 한 달에 한 번씩 있는 그 생리적인 징후가 또 사람을 짓다루는 것임을 알았다. 가마니를 쳐서 빨간 댕기를 사다 지르고 설을 쇠리라, 그리고 고무신도 하고 벼르고 별러 오던 설날, 그 설날은 이제 앞으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내일은 섣달 그믐의 대목 장날이다. 음전이의 마음은 괴로웠다. 조용히 감은 눈앞에는 빨간 댕기가 팔랑거린다. 콧등에 파아란 버들 이파리가 쪽 갈라붙은 분홍 고무신이 보인다. 그리고는 그 댕기를 지르고, 그 신을 신고 뛰어다니며 남부럽지 않게 놀을 즐거운 그날이. --- “장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