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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생명의 유희 선량하고 싶던 날 세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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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이 쏜 피스톨에 범인인 교회지기가 쓰러지자 관중석에서는 벌써 의자 젖혀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러나 화면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신부로 분장한 몽고메리 크리프트가 천천히 걸어가서 쓰러진 범인을 받쳐들고 관중의 시야 속으로 부쩍부쩍 다가올 때는 관중석에서는 어시장 그대로의 혼잡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 이회 관중들이 반도 빠져나가지 못했는데 삼회권 가진 사람들이 출입구를 막은 것이다. 빨리 나가라는 듯이 벨이 요란스럽게 울어대고 있다. 십분간이라는 휴식시간도 있고 하니 길을 텄으면 순조로우련만 출입구를 막고는 서로 입심만 세우고들 있다.
"나갈 사람이 다 나가거든 들어오너라!" "길을 틔워라! 바보 같은 자식들아!" "내밀어라, 내밀어!" 「나는 고백한다」라는 영화가 끝날 무렵의 S극장 이층의 광경이었다. 특별 요금까지 받는 영화를 감상하러 온 서울의 지성인들이 연출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뚫고 들어온 사람은 제자리를 찾느라고 또 법석이다. --- “죄와 벌” 중에서 ‘부디 오늘은 신경질을 부리지 말리라. 부디 표독스럽게 굴지 말리라.’ 아침 일찍 종업을 하러 나오면서 이렇게 어질고 싶은 명심을 한 것도 오정이 못되어 그만 다 허사가 되고 말았다. 아침의 러시아워가 지났는데도 손님은 너끔하지를 않고 도리어 더 붐비기에 웬일인고 했더니 오늘이 음력 사월 파일이라고. 동대문에서 나가는 차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그대도록 심하지 않은데 들어올 때에는 광나루에서 벌써 만원이다. 구의(九誼)·모진(毛陳)·화양(華陽)·도교(稻橋) 이렇게 정거장마다 장속같이 모여서 기다리고 있다. 화양은 평소에도 승객이 많은 곳이라지만 도교는 가정거장으로 열 번에 일곱 번씩은 오르내리는 사람이 없어 정거도 않는 곳인데 오늘따라 변변히 여남은씩이나 있곤 한다. --- “선량하고 싶던 날”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