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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
농민의 회계보고 몸뻬 시시비비 문예평가 함일돈 군의 기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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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앳말 권 서방네가 아들을 따라 서울로 간다는 소문이 퍼지자 동리 사람들은 너나 할것없이 기차 놓친 사람들이 호기있게 달리는 차를 바라다보듯 등성이 너머 산부리의 두 집 뜸을 올려다보고 치어다보고 하는 것이었다.
아낙네들이 특히 더했다. "아니, 삼성이네가 서울로 아주 간다면서유?" 콩으로 메주를 쑨다는 이야기까지도 단정을 해서 말하는 법이 없는 이 지방 사람들은 자기 눈, 귀로 보고 듣고 한 일이건만 이렇게들 떼놓고 한마디 건네본다. 혹시 상대가 아니라고 하기만 하면 자신이 없으면서도 기를 쓰고 그러니라고 우겨댈 판이지만 대개는 이렇게 수작을 붙이는 것이다. --- “두더지” 중에서 바로 최근 몸뻬가 평상복으로서 드문드문 거리에까지 나오기 시작하던 무렵의 어느 날이었다. 화신(和信)의 서관(西?) 옆에서 약속한 우인을 기다리고 섰노란즉 마침 맞은편 정류장에서 역시 몸뻬를 입은 배젊은 여인 하나가 여러 승객 틈에 섞여 안국정행(安國町行) 전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이는 23, 4세나 되었을까, 숙발(淑髮)을 하고 화장이 난(亂)치 않고 품(品)있이 다스렸고, 새하얀 블라우스에다 미색 스웨터를 받쳐 입고, 그리고 몸뻬를(실상은 몸뻬가 아니라 몸뻬 대용의 유사 몸뻬를) 입고 하였는데, 이상의 제반조건과 또 일요일이 아닌 평일이요 시간도 오후 두시라는 걸로 미루어, 여인이 매양 직업여성이나 전문학교의 재학생은 아닌 듯싶고, 정녕 어떤 중류 윗길의 젊은 가정부인이든지 혹 그 영양(令孃)일시가 분명하였다. 나는 기실 여인의 몸뻬에 주의가 처음 끌렸었다. 몸뻬로되 정통의 몸뻬는 아니나 정통의 몸뻬가 가지지 못한 아름다운 체재(體裁)를 가진 여인의 그 유사몸뻬는 나로 하여금 자못 호의와 흥미를 느끼도록 하기에 족한 자이었다. 그러하였기 때문에 나는 ‘어떻게 생긴 여인이길래?’ 하는 호기심으로 무심중 그처럼 남의 집 젊은 여인을 체모없이 이것저것 두루 살펴보았던 것이었었다. 몸뻬로부터 이윽고 윗도리를, 얼굴을, 머리를, 그리고 나서 도로 내려와 다시금 그 몸뻬를 이렇게. 그러나 도로 몸뻬로 내려와 잠시 멎었던 눈이 마지막 여인의 신발로 옮는 순간 나는 그만 고소(苦笑)를 흘리지 아니치 못하였다. --- “몸뻬 시시비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