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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조와 영복이
백마강의 뱃놀이 장화 O형의 인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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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에 바투 매어달린 전등은 방 주인 병조와 한가지로 잠잠히 방안을 밝히고 있다.
대청마루에 걸린 낡은 괘종이 뚝떡 뚝떡 하며 달아나는 시간을 한 초씩 한 초씩 놓치지 않고 세었다. 큰방에서는 돌아올 시간이 아직도 먼 아들을 그대로 기다리고 있는 영복 어머니의 기침소리가 이따금 콜록콜록 들려나왔다. 바로 집 뒤에 약현(藥峴)마루를 내노라고 왕자(王者)답게 차지하고 있는 천주교당에서는 벌떼 소리 같은 찬송가 소리가 울려나왔다. 자정이 지나지 아니하면 그칠 줄을 모르는 경성역의 요란한 기차 소리들은 여전히 어수선하게 야단을 내떨었다. 그러나 병조는 잠잠히 앉아 철필대만 놀렸다. --- “병조와 영복이” 중에서 이로써 모든 것은 끝났는가 봅니다. 이후부터는 당신도 나를 ‘부양’(당신 말씀대로)할 의무가 없어졌고 나도 당신의 부양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무거운 짐을 벗었는가 합니다. 당신도 후련하시겠지마는 나도 아주 홀가분합니다. 그렇습니다, O씨. 이 순간부터의 나는 당신의 아내도 아니요, 경남이와 경희 두 남매의 어미도 아닙니다. 따라서 당신도 박선희의 의사를 남편이라는 귄위로써 좌우하실 수 없으시게 된 것입니다. 나도 그렇습니다. 벌써 당신의 아내가 아닌 나이고 보니 당신이 나의 뜻을 무시한 그 어떤 명령에도 좇지 않아도 좋게 된 것입니다. 당신과 나는 우리가 고해 같은 인생의 반려로서 손을 맞잡기 전인 그 옛날로 돌아가버리고 말았으니까요. 아니 A박사의 소개로 당신과 내가 백합원이라든가 하는 양식집에서 그 소위 맞선을 보기 전이란다면 당신과 나는 또 그 어떤 인연으로 만나서 남편이 되고 아내가 되고 해볼 기회가 있을 수도 있었겠지마는 오늘 이렇게 헤어진 다음에는 다시는 그런 기적도 영원히 없을 것입니다. 당신도 나도 어린아이가 아닌 바에야 한 번 불에 데어보고도 다시 불장난을 하겠습니까? 당신과의 부부생활이란다면 나도 이에서 신물이 나지마는 나처럼 되양되양한 계집의 남편 노릇이란다면 당신도 되풀이하고 싶어하지는 않으실 것을 잘 나도 알고 있습니다. 원래는 이런 것을 쓰지 않으려 했었습니다. 새삼스러우니까요. 정말 그래요. 내가 이런 글을 쓰지 않기로서니 당신이 어째서 내가 당신으로부터 떠나는지를 모르기야 하시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몇 번이나, "나는 당신으로부터 영원히 떠나기로 했습니다. 박선희." --- “O형의 인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