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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은
하루 아침 가족 〈동네일기〉 걷다 보다 아직도 모른다 고명재 은혜 한동네 〈동네일기〉 은혜와 사슴과 나란히 걷기 고선경 시천교회 1997 버거 〈동네일기〉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구윤재 후미 후미 〈동네일기〉 가능한 동네 김보나 골목 스티치 너희 동네로 갈게 〈동네일기〉 같은 동네 사람을 주민 대신 친구라고 불러본다면 김복희 어디에서도 고립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될 것 영속적으로 부는 바람 〈동네일기〉 동네 단상 김사라 당신을 살게 하는 내 아내 헥헥 〈동네일기〉 rendez-vous 김상혁 새 반 개구리 반 더 걸어보면 알아요 〈동네일기〉 춥지 않아요 밖에서 놀 만큼은 돼요 김이듬 내가 가장 젊은 동네 지구에서 사라진 석리石里 〈동네일기〉 북호텔을 그리며 오산하 모락 태평 〈동네일기〉 마구 뛰어오르면 보이는 유계영 나는 밤가시마을에 살아 나는 밤가시마을에 살지 않아 〈동네일기〉 파주 7일 장혜령 기다리는 마음 빨간 기다림 〈동네일기〉 갇힌 여인 정재율 가고 있음 교차로 〈동네일기〉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것 조찬연 블랑제리 피크닉 〈동네일기〉 PAIN PAIN PAIN 황성희 손 흔드는 사람 용상동 〈동네일기〉 찬호와세리 |
姜聖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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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를 접었고 아주 가끔 이런 편지를 보내곤 한다 너만큼은 정말 계속 썼으면 좋겠다 네 시 뒤에 언제나 내가 떡하니 있을게
- 고명재 「한동네」 부분 언니도 다른 어른들처럼, 아니, 여느 대학생처럼 소주에 맥주를 섞어 마실까? 대명아파트 상가에서 담배를 피울까? 세탁소와 미용실 뒤편으로 노을이 질 때 감상에 빠질까? 전주천 천변에 늘어선 버드나무 아래에서 키스할까? 여름 성경 학교에서 나는 서먹한 심장을 가지게 되었다. - 고선경 「시천교회」 부분 있잖아, 우리는 나중에 어떤 동네에 살게 될까? 너는 내가 평생 거닐고 싶은 나의 새로운 동네 얼굴에 새로운 길처럼 주름이 생겨나고 맨홀 같은 검버섯이 돋아나 모든 것을 느리게 만드는 눈이 우리 머리에 쏟아져도 오래 입은 코트를 걸치고 같이 걸어가자 맞잡은 손이 서로의 주머니가 되도록 - 김보나 「너희 동네로 갈게」 부분 거기 서봐 영화의 한 장면 같잖아 사진을 찍으며 서 있는 사람들 사이로 쏟아지는 커다란 아주 태평한 오래된 언덕배기 - 오산하 「태평」 부분 살았으면 좋겠다 지난날 그런 말을 들었음 아직 살아 있어 종종 그런 말을 내뱉었음 - 정재율 「가고 있음」 부분 초록색 버터 향 노릇하게 구운 심장과 먹다 남긴 바게트 어디서 이런 냄새 맡아본 거 같아 참을 줄 모르던 숨과 나도 모르던 속 뒤집다 보면 나 다시 태어날 수 있어요…? - 조찬연 「피크닉」 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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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않은 동네를 탐방하는 천진한 발걸음
걸음마다 신발 밑창에 끈덕지게 달라붙는 사랑의 모양 시에 나타나는 열다섯 개의 동네는 읽는 순간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나고 자란 곳 같기도 하고, 한 번쯤 지나쳤던 곳 같기도 해 스무고개를 하듯 알쏭달쏭하다. 그렇게 여러 장소를 드나들다 보면 어느새 그곳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신비의 공간으로 바뀐다. 새로운 동네에서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마음속에 몽글몽글 피어날지도 모른다. 시를 읽는 순간, ‘동네’의 의미는 한층 넓어진다. 거리의 낡은 담벼락과 발에 채는 낙엽, 시소를 타는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문득 낯설고 특별하게 다가온다. 누군가 떠나간 텅 빈 자리도, 끽끽거리며 저 혼자 움직이는 그네도 마찬가지다. 매일 무심히 지나치던 풍경이 어느 순간 낯설게 다가오는 경험. 시집은 익숙한 거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여 독자의 발걸음을 잠시 멈춰 세운다. 서로 다른 시선이 모여 발견하는 동네의 의미 단조로운 삶에 애정을 되찾게 하는 귀한 경험 우리는 저마다 여러 개의 동네를 품고 살아간다. 태어난 동네, 우연히 들렀다가 좋은 기억으로 남은 동네, 사랑하는 사람이 사는 동네……. 동네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시’와 ‘앤솔러지’는 ‘동네’를 이야기하기에 더없이 어울리는 형식이다. 시는 동네에 얽힌 감각과 기억을 응축된 언어로 전하고, 앤솔러지는 서로 다른 시인들의 시선을 하나의 주제 아래 모은다. 여러 시인의 작품이 한데 놓이면 예상치 못한 만남이 생겨난다. 서로 다른 동네를 이야기하는 시들이 어느 순간 맞닿고, 한 시인의 시선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대상의 여러 면모가 드러난다. 한 편의 시를 읽을 때와는 또 다른 감각이 여기서 비롯된다. 일상에 스며들어 무심히 지나쳤던 ‘동네’를 시집의 주제로 마주하는 일은 단조로운 삶에 새로운 애정을 불러올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서로 다른 동네를 거닐던 독자들은 어느새 한동네의 이웃이 되어보는 경험을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