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사의 회전
역자 해설: 모호한 서술과 다중적 해석의 열린 텍스트 핸리 제임스 연보 |
Henry James
헨리 제임스의 다른 상품
|
나는 불길 앞에 있던 더글러스를 떠올릴 수 있다. 그는 난로를 등지고 서서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말하는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저 말고는 아무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이야기일 겁니다. 정말 너무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모든 이야기를 능가하는 것입니다. 내가 아는 그 어떤 이야기도 그것에 근접하지 못합니다.」---p.8
그로즈 부인이 자신의 반가운 감정을 너무 내보이지 않으려고 애쓸 만큼 크게 기뻐한다는 것을 나는 반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알아차렸다. 그때도 나는 부인이 왜 기쁨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지 약간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그 점은 의심을 갖고 깊이 생각해 보면 분명 나를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내 어린 소녀의 환하게 빛나는 모습처럼 아름다운 것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불안함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하나의 위안이었다. 무엇보다도 아마 그 아이의 천사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나의 들뜬 기분과 연관이 있었을 것이다. ---pp.23~24 이렇게 해서 나에게, 몇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생생한 모습을 다시 재현할 수 없는 당혹스러운 환영이 나타났다. 호젓한 장소에 나타난 미지의 남자는 집에서 교육받고 자라 온 젊은 여성에게는 충분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몇 초가 지난 뒤 더 확실해졌는데, 나와 대면한 사람은 내 마음속에 있던 모습이 아니었으며, 내가 알고 있던 어느 누구도 아니었다. 나는 그 사람을 할리 가에서도, 다른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그 장소는 그 사람이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 아주 이상하게도 즉시 황량하게 변했다. 여기서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한테는 적어도 그 순간의 느낌이 전부 되살아난다. 내가 본 것을 받아들이는 사이, 마치 주변 모든 광경은 죽음의 빛을 띠고 있는 듯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나는 저녁의 소리가 멈춘 강렬한 정적을 다시 들을 수 있다. 까마귀들이 황금빛 하늘에서 까악거리는 소리를 멈추고, 그 친밀한 시간도 형언하기 어려운 그 순간 모든 소리를 잃어버렸다.---p.45 나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크게 놀랐던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졌다. 사실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채 내 학생들을 계속 지켜보면서 며칠이 지나자 고통스러운 상상과 심지어 불쾌한 기억들까지 스폰지로 닦아 낸 듯 말끔하게 사라졌다. 나는 아이들의 특별한 순진한 매력에 푹 빠져드는 것이야말로 나 자신에게서 적극적으로 조장할 수 있는 무엇이라고 말해 왔었다. 그리고 이 원천이 어떤 위안을 주든지 간에 내가 이제 그것에 전념하기를 게을리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을 억누르려는 노력은 분명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낯설었다. 그러나 그 노력이 빈번히 성공하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그것은 여전히 더욱 커다란 긴장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나의 작은 아이들이 내가 그들에 대해서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하게 여기곤 했다.---p.98 그 순간만 보자면, 나는 달아난 셈이었다. 나는 곧장 교회 안뜰 밖으로 나와서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공원을 가로질러 되돌아갔다. 집에 도착할 무렵 나는 도망가기로 거의 마음을 굳혔다. 입구와 집 안에 일요일의 적막이 감돌고 아무도 보이지 않자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빨리 떠난다면 소란도 일으키지 않고 말없이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급히 떠나는 모습이 눈에 띌 테고 이동 수단도 해결해야 할 큰 문제였다. 홀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과 장애를 생각하며 괴로워하다가 계단 발치에 주저앉았던 것을 기억한다. 가장 낮은 계단에 갑자기 주저앉아, 그곳에서 바로 한 달 전 캄캄한 밤에 사악한 것들로 인해 풀이 죽은 상태에서 끔찍한 여자의 유령을 보았던 것이 혐오감과 함께 떠올랐다. 이 생각에 나는 몸을 바로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교실로 향했는데, 그곳에는 내가 갖고 가야 할 소지품들이 있었다. 하지만 문을 연 순간 닫혀 있던 내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을 느꼈다. 내가 목격한 것을 앞에 두고 비틀거리다가 나는 다시 저항하는 자세를 취했다. 내 책상에 어떤 사람이 청명한 정오의 햇살을 받으면서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p.151 사실 아이가 단순히 동요되는 모습을 보았더라면 훨씬 덜 놀랐을 것이다. 아이가 직접적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으리라고는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추적이 사실 그 아이로 하여금 준비를 하고 경계 태세를 갖추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아이는 조금이라도 비밀을 드러내 보일 만한 점은 다 감추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특이한 기색을 처음 보면서 동요했다. 플로라는 작고 발그스레한 얼굴을 찡그리지도 않고, 심지어 내가 알려 준 유령이 있는 쪽은 바라보는 척도 하지 않고, 그 대신 다만 쎳혹하고 조용하면서 침착한 표정, 내 마음을 읽어 내서 나를 비난하고 판단하는 듯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표정으로 나를 대했다. 이것은 한 어린 여자아이를 놀라운 존재로 바꾸어 놓는 충격이었다. 아이가 유령을 고스란히 보고 있다는 확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굳건했지만, 나는 아이의 냉정함에 크게 놀랐으며 또한 나 자신을 변호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유령을 증거로 강력하게 내세웠다. 「그 여자가 저기 있잖아, 가엾은 플로라. 저기, 저기, 저기 말이야. 나를 아는 것처럼 저 여자도 잘 알고 있잖아!」 ---pp.185~186 |
|
「심리적 사실주의」를 완성시킨 헨리 제임스가
환상과 공포의 세계를 제시한다. 인적 드문 시골 영지로 온 젊은 가정 교사. 귀엽고 천진한 아이들의 매력에 푹 빠져 있던 그녀의 그녀의 눈앞에, 어느 날 누군가의 환영이 나타난다. 공포에 휩싸인 가정부의 표정과 기이할 정도로 침묵을 지키는 아이들의 태도에, 가정 교사는 극단적인 공포에 휩싸여 가는데…… 마침내 금기를 깨고 입을 열었을 때, 심연에 있던 진실이 그들 앞으로 성큼 다가선다. 초자연적인 힘과 죽음에 관한 은밀한 암시, 모호한 서술 속 공백을 채워 나가는 묘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 이것은 순수하고 단순한 정교함과 냉정한 미학적 계산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며 쉽사리 사로잡히지 않는, 닳고 닳은, 환멸을 느낀, 까다로운 독자들을 사로잡으려는 소품이다. -- 헨리 제임스 미국 대학 위원회 선정 SAT 추천도서 1955년 시카고 대학 「그레이트 북스」 『나사의 회전』은 열린책들이 2009년부터 펴내기 시작한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192번째 책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젊고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 고전 시리즈의 새 이름으로, 상세한 해설과 작가 연보로 독자들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한편 가볍고 실용적인 사이즈에 시선을 사로잡는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현대적 감각을 살렸다. 앞으로도 열린책들은 세계 문학사의 걸작들을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를 통해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낡고 먼지 쌓인 고전 읽기의 대안 불멸의 고전들이 젊고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목록 선정에서부터 경직성을 탈피한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본격 문학 거장들의 대표 걸작은 물론, 추리 문학, 환상 문학, SF 등 장르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들, 그리고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한국의 고전 문학까지를 망라한다. 더 넓은 스펙트럼,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 소설 문학에 국한하지 않는 넓은 문학의 스펙트럼은 시, 기행, 기록문학, 그리고 지성사의 분수령이 된 주요 인문학 저작까지 아우른다. 원전번역주의에 입각한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으로 정전 텍스트를 정립하고 상세한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를 더하여 작품과 작가에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다. 품격과 편의, 작품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낸 디자인 제작도 엄정하게 정도를 걷는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실로 꿰매어 낱장이 떨어지지 않는 정통 사철 방식,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재질을 선택한 양장 제책으로 품격과 편의성 모두를 취했다. 작품들의 개성을 중시하여 저마다 고유한 얼굴을 갖도록 일일이 따로 디자인한 표지도 열린책들 세계문학만의 특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