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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인간
역자 해설: 보이지 않는 인간이 보여 주는 것들 허버트 조지 웰스 연보 |
Herbert George We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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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하얀 헝겊 -- 그것은 사내가 가져온 식탁용 냅킨이었다 -- 을 얼굴 아랫부분에 대고 있어서, 입과 턱이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목소리가 분명치 않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홀 부인이 놀란 것은 그 때문이 아니라, 푸른색 안경 위의 이마 전체가 하얀 붕대로 덮여 있고 귀도 하얀 붕대로 가려져 있어서, 분홍빛 코끝을 빼고는 얼굴에서 노출된 부분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코는 선명한 분홍빛이었고, 처음 도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반짝반짝 빛났다. 그는 밤색의 벨벳 재킷을 입고, 검정색 아마포로 가장자리를 두른 옷깃을 목 주위에 세우고 있었다. 이마를 가로지른 붕대 아래나 붕대 사이로 빠져나온 숱 많은 검은 머리는 기묘한 꼬리와 뿔처럼 삐죽 튀어나와 정말로 기괴해 보였다.---p.11
「오오, 맙소사!」 누군가가 말했다. 그때 붕대가 벗겨졌다. 최악이었다. 입을 딱 벌리고 공포에 사로잡혀 있던 홀 부인은 눈앞에 나타난 광경에 비명을 지르며 현관 쪽으로 달려갔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흉터와 기형 같은 유형의 공포에는 대비가 되어 있었지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붕대와 가발이 복도를 가로질러 술청 안으로 날아왔고, 덩치만 크고 눈치 없는 한 젊은이가 그것을 피하려고 펄쩍 뛰어올랐다. 다들 앞다투어 계단을 구르다시피 내려갔다. 거기에 서서 앞뒤가 맞지 않는 지리멸렬한 설명을 외치고 있는 사람은 외투 깃까지는 확실히 눈에 보이는 몸짓을 하고 있었지만, 그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것은 전혀 없었다!---p.61 「동물을, 생체 조직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동물을 눈에 안 보이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색소만 빼고는 모든 조직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을 거야. 나는 투명 인간이 될 수 있어!」 나는 선천성 색소 결핍증인 알비노 환자가 그런 지식을 갖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갑자기 깨달았지. 그건 압도적이었어. 나는 하고 있던 여과 작업을 중단하고 창문으로 다가가서 창밖의 별들을 쳐다보았지. 「나는 투명 인간이 될 수 있다!」 나는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네. 나를 투명하게 만든다면 마술을 능가하겠지. 나는 마음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는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불가시성이 인간에게 의미할 수 있는 모든 것 -- 비밀, 힘, 자유를 상상했어. 바람직하지 못한 결점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지. 생각해 보게. 초라하고 가난에 찌든 내가, 지방 대학에서 바보들을 가르치며 시위대에 둘러싸여 있는 대가 갑자기 이렇게 될 수 있다니. 켐프, 자네라면 어떻게 했겠나?---pp.153~154 생각하면 할수록, 춥고 더러운 날씨와 북적거리는 문명사회의 도시에서 투명 인간이 되는 것이 얼마나 부자유스럽고 어리석은 짓인지를 더욱 절실히 깨달았다네. 이 미친 실험을 하기 전에는 수많은 이점을 꿈꾸었지. 그런데 그날 오후에는 완전히 기대에 어긋난 것처럼 여겨졌다네. 나는 사람이 원하는 것들을 꼽아 보았네. 눈에 보이지 않으면 확실히 그것들을 손에 넣을 수는 있겠지만, 손에 넣은 것을 즐길 수는 없어. 높은 자리에 올라도, 거기에 나타날 수 없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여자의 이름이 들릴라일 수밖에 없다면, 그 여자의 사랑을 얻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나는 정치에는 전혀 취미가 없고, 유명한 망나니짓이나 자선 활동이나 스포츠에도 전혀 취미가 없네. 나는 어떻게 하면 좋았을까? 그 때문에 나는 몸을 완전히 감싼 수수께끼, 몸을 감싸고 붕대로 감은 인간 캐리커처가 되어 버렸어!---p.203 마침내 군중이 길을 내주어 켐프가 똑바로 일어섰을 때, 땅바닥에는 서른 살쯤 된 젊은이의 멍들고 찢긴 몸이 알몸으로 비참하게 누워 있었다. 그의 머리털과 수염은 새하얳다. 나이가 들어서 하얗게 센 것이 아니라 선천성 색소 결핍증 때문이었다. 그의 눈은 진홍빛 석류석 같았다. 그는 두 손을 움켜쥐고, 눈을 크게 뜨고, 화나고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p.2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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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고독에 찬 안티히어로 투명 인간,
혹은 소외되고 핍박받는, 그래서 보이지 않게 되어 버린 이들의 대변자 조용한 시골 마을 아이핑에 괴상한 차림의 사내가 나타났다. 잔뜩 눌러쓴 모자에 검은 색안경을 끼고 얼굴은 온통 붕대로 싸맨, 가난에 찌든 과학자 그리핀. 불가시성이 가져다줄 힘과 자유를 상상하며 스스로의 모습을 투명하게 만들지만 「타자」이자 「소수자」인 투명 인간을 향한 사람들의 공포와 혐오는 커져만 가고, 순식간에 그는 하나의 거대한 악이 되어 버리고 마는데…… 사회적 존엄이라는 가면 밑에 숨은 인간 어둠의 심연, 「나와 다른 존재」를 사냥하는 우리 모두의 잔인성을 들여다본다. * 우리의 세계와 사상은 웰스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 조지 오웰 * 그는 역사에 대해 논쟁하고, 과거를 탐구했는가 하면, 미래로 눈을 돌려 모든 현실과 가공의 삶을 기록했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웰스는 무엇보다 사상과 상상력의 해방자라는 점에서 위대하다. -- 버트런드 러셀 ■ 미국 대학 위원회 선정 SAT 추천도서 ■ 2010년 영미권 독자들이 선정한 「최고의 SF」 『투명 인간』은 열린책들이 2009년부터 펴내기 시작한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186번째 책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젊고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 고전 시리즈의 새 이름으로, 상세한 해설과 작가 연보로 독자들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한편 가볍고 실용적인 사이즈에 시선을 사로잡는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현대적 감각을 살렸다. 앞으로도 열린책들은 세계 문학사의 걸작들을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를 통해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낡고 먼지 쌓인 고전 읽기의 대안 불멸의 고전들이 젊고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목록 선정에서부터 경직성을 탈피한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본격 문학 거장들의 대표 걸작은 물론, 추리 문학, 환상 문학, SF 등 장르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들, 그리고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한국의 고전 문학까지를 망라한다. 더 넓은 스펙트럼,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 소설 문학에 국한하지 않는 넓은 문학의 스펙트럼은 시, 기행, 기록문학, 그리고 지성사의 분수령이 된 주요 인문학 저작까지 아우른다. 원전번역주의에 입각한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으로 정전 텍스트를 정립하고 상세한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를 더하여 작품과 작가에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다. 품격과 편의, 작품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낸 디자인 제작도 엄정하게 정도를 걷는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실로 꿰매어 낱장이 떨어지지 않는 정통 사철 방식,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재질을 선택한 양장 제책으로 품격과 편의성 모두를 취했다. 작품들의 개성을 중시하여 저마다 고유한 얼굴을 갖도록 일일이 따로 디자인한 표지도 열린책들 세계문학만의 특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