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onia Susan By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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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熙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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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이 아주 오랫동안, 아니 이 런던 도서관에 소장된 이래로 한 번도 열람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책을 꺼낸 사서는 우선 먼지떨이를 가져오더니 표지에 쌓인 먼지를 털어 냈다. 검고 두텁게 쌓인 완강한 빅토리아 시대의 먼지. 대기오염 방지법이 발효되기 이전에 축적된 스모그와 안개 입자들로 구성된 먼지들이었다. 롤런드가 매듭을 풀자 책은 갈가리 벗겨지며 푸른색, 크림색, 회색의 변색된 쪽지들을 토해 냈다. 쪽지에는 철필로 휘갈긴 듯한 글씨들. 녹이라도 슨 듯 누렇게 변해 버린 글씨들. 롤런드는 흥분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그 육필들을 살펴보았다. 도서 청구서와 편지지 뒷장에 써넣은 비코에 관한 애쉬 자신의 글이었다. 사서는 그 쪽지들이 원래 끼여 있던 모습 그대로 보존된 것임을 확인해 주었다. 책갈피 속에 끼여 있던 그 종잇조각들은 마치 검은 테를 두른 카드처럼 가장자리가 변색되어 있었으며, 변색된 모서리 부분과 책장이 맞닿은 부분이 정확히 일치된 모양으로 보아 원래의 위치 그대로 보존되어 왔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 p.16
한 죽은 시인의 책 읽기를 회복시키며, 자신의 탐구 시간을 도서관의 시계 소리와 위장 수축의 느낌으로 재가며 그는 의자에 앉아 생각했다. 어쩌면 새롭게 발견한 이 귀중한 물건을 블랙커더 교수에게 보여 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교수는 우쭐한 기분과 언짢은 기분을 동시에 내보일지 모른다. 그래도 이 보물과 다름없는 자료가 5번 금고 속에 잘 보존되어 있고, 더구나 미국 하머니 시에 있는 로버트 데일 오언 대학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분명 득의의 기분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롤런드는 이 모든 사실을 블랙커더 교수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발견한 새로운 사실을 자신만이 소유하고픈 마음뿐이었다. 프로세르피나는 288쪽과 289쪽 사이에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300쪽에서 롤런드는 온전하게 잘 접힌 채 끼워져 있는 두 장의 편지지를 발견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편지지를 펼쳤다. 둘 다 유려한 필체로 애쉬 자신이 직접 쓴 편지였으며, 그가 살았던 러셀 가의 주소와 6월 21일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또한 둘 다 〈경애하는 여인에게〉라고 시작하고 있었지만 서명도 없었고 연도도 적혀 있지 않았다. 하나는 비교적 짧은 편지였지만 다른 하나는 길었다. --- p.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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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최고의 문학상 〈부커상〉 수상작이자
조지 엘리엇 이래 가장 지적인 여성 작가의 작품! 이 소설은 〈한 편의 로망스〉라는 부제가 붙은 작품으로 롤런드 미첼과 모드 베일리라는 두 젊은 학자가 빅토리아 시대 가상의 두 시인인 랜돌프 헨리 애쉬와 크리스타벨 라모트의 은밀한 애정 행각을 발견하고 재구성하는 탐색 과정을 그리고 있다. 넘치는 기지와 로망스로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유』는 두 편의 사랑 이야기가 겹치면서 문학성 높은 탐정소설의 면모를 보여 주기도 한다. 랜돌프 애쉬와 크리스타벨 라모트의 시대의 금기를 넘어선 사랑과 빅토리아 시대 이들 두 시인의 삶을 추적하는 젊은 두 학자 롤런드 미첼과 모드 베일리의 사랑이 평행선처럼 이어진다. 이 두 겹의 사랑은 작가인 바이어트의 복화술적인 창작 능력으로 만들어진 편지, 일기, 시 등 여러 텍스트들의 복원과 독해로 재구성되고, 그 가운데서 과거 19세기 사랑이 20세기 학자인 두 주인공의 관계 안에 재창조되고 재현되는 과정을 통해 한데 모아진다. 이를테면 텍스트의 독해를 통한 사랑의 재구성, 그리고 그것으로 창조되는 또 하나의 사랑 이야기가 이 소설의 줄기다. 『소유』는 열린책들이 2009년 말 펴내기 시작한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106번째 책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젊고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 고전 시리즈의 새 이름으로, 상세한 해설과 작가 연보로 독자들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한편 가볍고 실용적인 사이즈에 시선을 사로잡는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현대적 감각을 살렸다. 앞으로도 열린책들은 세계 문학사의 걸작들을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를 통해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낡고 먼지 싸인 고전 읽기의 대안 불멸의 고전들이 젊고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목록 선정에서부터 경직성을 탈피한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본격 문학 거장들의 대표 걸작은 물론, 추리 문학, 환상 문학, SF 등 장르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들, 그리고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한국의 고전 문학 까지를 망라한다. 더 넓은 스펙트럼,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 소설 문학에 국한하지 않는 넓은 문학의 스펙트럼은 시, 기행, 기록문학, 그리고 지성사의 분수령이 된 주요 인문학 저작까지 아우른다. 원전번역주의에 입각한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으로 정전 텍스트를 정립하고 상세한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를 더하여 작품과 작가에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다. 품격과 편의, 작품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낸 디자인 제작도 엄정하게 정도를 걷는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실로 꿰매어 낱장이 떨어지지 않는 정통 사철 방식,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재질을 선택한 양장 제책으로 품격과 편의성 모두를 취했다. 작품들의 개성을 중시하여 저마다 고유한 얼굴을 갖도록 일일이 따로 디자인한 표지도 열린책들 세계문학만의 특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