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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트집
역자 해설: 감각의 잔치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집』 윌리엄 셰익스피어 연보 |
William Shakespe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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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번
게검스러운 시간이여, 사자의 발톱 무디게 하고 땅으로 하여금 자신의 달콤한 자식들 삼키게 하며 사나운 범의 턱에서 날카로운 이빨 뽑아 버리고 장수한 불사조 산 채로 불살라 버리라. 빠르게 지나갈 때 좋은 절기와 험한 절기 가져오라. 발 빠른 시간이여, 드넓은 세상과 거기서 사라지는 모든 달콤한 것들에 하고 싶은 짓 마음껏 행하라. 그러나 그대에게 가장 끔찍한 죄 하나를 내 금하노니 내 사랑의 아름다운 이마에 그대 시간의 자국 새기지 말고 부디 그대 낡은 철필로 거기에 줄 긋지 말라. 그대 발길에 내 사랑 때 묻지 않게 하라, 후세 사람들에게 미의 표본 되도록. 늙은 시간이여, 한껏 횡포 부려 보라. 그대 해악에도 내 사랑 내 시 가운데 영원히 젊게 남으리. --- p.27 55번 대리석도, 군주의 도금한 기념비도, 이 막강한 시보다 오래가지 못하리라. 더러운 시간의 때 닦아 내지 않은 묘석보다 그대 이 시 속에서 더 밝게 빛나게 되리라. 파괴의 전쟁이 동상들 쓰러뜨리고 난리로 석공의 작품을 뿌리째 뽑힐 때 마르스의 칼도, 전쟁의 타오르는 불길도 그대 기억한 살아 있는 기억 태우지 못하리니. --- p.63 중에서 99번 이른 제비꽃을 나 이렇게 나무랐으니, 향기로운 도둑이여, 내 임 입김 아니면 어디서 그 향기 훔쳤을까? 네 부드러운 뺨에 빛깔로 깃든 주홍빛 화려함 내 임의 혈관에서 분명 물들인 것이리. 그대의 손 훔쳤다고 나 백합 비난했고, 그대의 머리채 훔친 박하 꽃봉오리 비난했으니. 장미들 겁에 질려 가시 줄기에 서 있네. --- p.107 중에서 120번 그대 한때 무정했음이 이제 내게 위안 되어라. 나 그때 겪었던 그 슬픔 때문에 내 잘못 앞에 고개 숙여야 하느니, 나의 삭신 놋쇠나 강철로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그대 때문에 나 그랬듯이, 나의 무정으로 그대 상처 입었기에, 지옥 같은 시간 보냈기에. 그런데도 폭군인 나는 그대의 부정으로 내가 한때 받은 고통 행각할 여유 없었으니 아, 진정한 슬픔 얼마나 가슴 저린 것인지 고통에 찬 우리 이별의 밤이 환기시킬 수만 있다면, 그대 그때 내게 친히 하였듯 그대 상처 입은 가슴에 참회의 고약 발라 드려야 할 것을! 그러나 그대의 부정이 이제 보상이어라, 나의 부정 그대 부정 되갚고, 그대 붖어 나 속죄하므로. --- p.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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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도, 군주의 기념비도,
이 막강한 시보다 오래가지 못하리라. 천 개의 마음을 가진 시인 윌리엄 셰익스피어. 자연의 힘에 견줄 만한 그 상상력의 가지들로 사랑과 욕망의 지도를 그리며 감각의 잔칫상을 차려 낸다. 154편의 소네트라는 자재를 이용해 구축해 낸 은유의 건축물. 그곳에 들어가 즐기는 언어의 성찬. 영어로 쓰인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연작시집 『소네트집』이 열린책들 세계문학 190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총 154편의 소네트로 이루어진 이 시집은 시인, 귀족 청년, 검은 여인으로 나타나는 궁정 인물들을 둘러싼 사랑과 갈등을 그린 생생한 인간 드라마이다. 성관계와 동성애에 대한 노골적인 암시와 내용의 부도덕성으로 당시에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으나 이제는 소네트의 형식으로 쓰인 작품 가운데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관습적인 소네트와 거리를 둔 채 그 형식을 비웃고 시적 장치와 내용을 실험한 『소네트집』은 영문학사상 최고의 극작가이자 시인으로 꼽히는 셰익스피어의 기지와 기상의 산물이며, 일종의 언어 게임이라 할 만큼 다채로운 시도를 품은 〈언어의 잔치〉인 셈이다. 독자들은 이 잔치에 참여하는 손님으로, 게검스러운 시간의 아가리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언어의 성찬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1천 가지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새뮤얼 콜리지 *그는 수도관 속을 흐르는 물 같은 존재다. 수도관은 닳아 버릴지 모르지만, 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스탠리 웰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아무것도 찾지 않아도, 독자는 결국 뭔가를 찾아내게 된다. ―클리프턴 패디먼 ■ 『뉴스위크』 선정 〈세계 100대 명저〉 『소네트집』은 열린책들이 2009년부터 펴내기 시작한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190번째 책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젊고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 고전 시리즈의 새 이름으로, 상세한 해설과 작가 연보로 독자들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한편 가볍고 실용적인 사이즈에 시선을 사로잡는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현대적 감각을 살렸다. 앞으로도 열린책들은 세계 문학사의 걸작들을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를 통해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낡고 먼지 쌓인 고전 읽기의 대안 불멸의 고전들이 젊고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목록 선정에서부터 경직성을 탈피한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본격 문학 거장들의 대표 걸작은 물론, 추리 문학, 환상 문학, SF 등 장르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들, 그리고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한국의 고전 문학까지를 망라한다. 더 넓은 스펙트럼,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 소설 문학에 국한하지 않는 넓은 문학의 스펙트럼은 시, 기행, 기록문학, 그리고 지성사의 분수령이 된 주요 인문학 저작까지 아우른다. 원전번역주의에 입각한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으로 정전 텍스트를 정립하고 상세한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를 더하여 작품과 작가에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다. 품격과 편의, 작품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낸 디자인 제작도 엄정하게 정도를 걷는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실로 꿰매어 낱장이 떨어지지 않는 정통 사철 방식,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재질을 선택한 양장 제책으로 품격과 편의성 모두를 취했다. 작품들의 개성을 중시하여 저마다 고유한 얼굴을 갖도록 일일이 따로 디자인한 표지도 열린책들 세계문학만의 특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