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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덕의 불운
보라, 그대의 이 대견스러운 작품의 꼴을! 싸드 연보 |
Donatien Alphonse Francois de Sade,도나시앵 알퐁스 프랑수아 드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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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리에뜨의 생김새에서는 꾸밈과 잔꾀 그리고 교태가 두드러진 반면, 쥐스띤느에게서 풍기는 정숙함, 섬세함 그리고 수줍음 앞에서는 그 누구도 찬탄을 금치 못하였다. 처녀의 순결한 기색, 호의로 가득 찬 크고 푸른 눈, 눈부신 피부, 가냘파 날아오를 듯한 몸매, 듣는 이의 폐부를 찌를 듯 감동적인 음성, 상아 같은 치아, 아름다운 금발 등, 이상이 그 매력적인 동생의 윤곽이며, 그 속에 깃들어 있는 천진스러운 우아함과 감미로운 모습은 너무나 섬세하고 정교한 솜씨의 산물인지라, 그 어떠한 화가의 붓으로도 재현할 수 없을 것이다. --- pp.11-12
「아가씨의 그 어처구니없는 논리가 얼마 안 가서 아가씨를 병원으로 데려가고 말 거예요.」 뒤부와 부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였습니다. 「분명히 말하건대, 하늘의 심판이라든지 천벌, 아가씨가 기다리는 장래의 보상 등 그 모든 것은 학교의 문턱을 나서는 순간 잊어버리는 것이 좋으며, 세상에 나와서도 여전히 그따위 것들을 믿는 어리석음을 간직한다면 굶어 죽기에 알맞을 것이니, 아예 그것들을 내던져 버려요. (……) 쏘피, 당신이 미쳐서 당신의 우상으로 삼은 그 야만스러운 섭리가 풀숲에 기어 다니는 뱀처럼 이 지상에서 굽실거리며 기어 다니도록 단죄한 우리들, 가난하다는 이유로 모두가 경멸하며, 힘이 없다고 하여 모두들 모욕하고, 이 땅 위 어디를 가나 쓰라림과 가시밭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우리들인데, 범죄의 손길만이 오직 생명의 문을 열어 주고 그 생명에 우리를 의탁시켜 주며 우리들을 그 속에 보존시켜 주거나 우리가 그것을 잃지 않도록 하는데도, 당신은 우리들이 범죄를 거절하기를 원하고 있어요!」 --- pp.41-42 그들은 지체하지 않고 원형을 이룬 다음 저를 가운데에다 놓더니, 2시간 이상이나 저를 면밀히 관찰하고 검토하며 만져 본 다음, 그 네 탕아들이 차례차례 각자의 견해를 말하는데, 칭찬하는 놈도 있었고 비판적인 놈도 있었습니다 ─ 이 부분에 이르자 우리의 아름다운 여죄수는 얼굴을 몹시 붉히며 말하였다 ─ 부인, 이 첫 의식에서 행하여진 음란한 세부 사항들의 일부를 부인께 숨기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한 경우에 방탕이 그 난봉꾼들에게 충동질했을 모든 것을 상상 속에서 그려 보십시오. 그들이 저의 동료들과 저 사이를 차례차례 오가면서 비교도 하고, 맞대어 보고, 재어 보면서 떠들어 대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러나 부인께서는 그 첫 향연에서 이루어진 모든 것에 대해 아마 극히 일부분밖에 상상하실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그 모든 것도 제가 그다음에 겪은 끔찍한 일들에 비하면 가볍기 이를 데 없습니다. (……) 그 음험한 사나이는 자기의 추악한 쾌락을 얻기에 적합한 자세로 저를 소파에 놓고, 앙또냉과 끌레망으로 하여금 저를 꼼짝 못 하도록 잡고 있으라고 하더니…… 라파엘, 이탈리아 놈, 수도사이며 변태적인 라파엘은, 저의 처녀성은 건드리지도 않고, 모욕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켰습니다. 오! 방황의 절정이여! 그 더러운 남자들은, 각각 자기의 비천한 쾌락 추구 방법을 택하면서, 자연의 법칙을 망각하는 것을 자신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듯하였습니다. --- pp.114-115 나의 부와 힘으로 내가 너를 지배할 수 있는 처지인데, 네가 네 자의로 내게 도움을 주었다든가 혹은 너의 기본 책략이 너로 하여금 나에게 봉사함으로써 너의 자유를 회복하라고 명령했다 해서, 내가 나의 권리를 너에게 양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야? 도움이라는 것이 아무리 평등한 관계에서 주고받아졌다 할지라도, 고상한 영혼의 자존심이라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비하시키지는 않는 법이야. 무엇을 받는 입장에 처해 있는 사람은 언제나 모멸받는 처지에 있지 않겠어? 그리고, 그가 느끼는 그 모멸감이 이미 그가 받은 도움의 대가를 충분히 지불하는 것 아니겠어? 다른 인간보다 스스로를 높임이 자존심에게는 일종의 즐김 아니겠어? 그런데 은혜를 끼치는 사람에게 또 무슨 보상이 필요하다는 말이야? 게다가 그러한 은혜가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는, 그의 자존심을 모독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무거운 짐이 될진대, 무슨 권리로 그 짐을 계속 지고 있으라는 것이야?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와 부딪칠 때마다, 도대체 왜 나 자신이 번번이 그 모욕에 동의해야 한다는 말이야? 따라서 배은망덕이라는 것도 하나의 악덕이 아니라, 선행이 나약한 영혼의 미덕이듯, 기개 높은 영혼의 미덕이야. --- p.171 오! 이 이야기를 읽으시는 독자 제위께서도, 허영에 빠졌다가 스스로를 추스른 이 여인처럼 우리의 이야기에서 얻은 바가 있기를 바라노라. 그녀와 마찬가지로 여러분 역시, 진정한 행복은 미덕 속에 있으며, 또 미덕이 지상에서 박해당함을 하느님께서 용인하심은, 하늘에서 그에게 더 기쁜 보상을 준비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확신하시기 바라노라. --- p.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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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그대의 이 대견스러운 작품의 꼴을!」
도덕과 종교에 대한 대담한 반항자 싸드, 세상에 던지는 그의 노기 어린 야유 순결과 도덕의 상징이자 모든 미덕의 화신 쥐스띤느. 자신에게 뻗혀 오는 범죄의 유혹과 끊이지 않는 가혹 행위 속에서도 그녀는 하늘의 처분을 기다리며 그 모든 것을 끌어안는데……. 쥐스띤느가 맞이하는 마지막 운명은 과연 하늘의 축복인가, 악마의 비웃음인가. 일체의 윤리적·관습적 금기를 무시한 채 온갖 음행과 잔혹 행위를 거침없이 묘사한 『미덕의 불운』. 쥐스띤느가 겪는 처참한 불행은 종교라는 탈을 쓴 미신의 파렴치한 궤변, 종교 집단의 「경비견」으로 전락한 세속적 권력 그리고 그 전염병에 감염되어 멍청한 위선자들로 변해 버린 대중에게 던지는 싸드의 추상같은 경고이며 싸늘한 야유이다. *내 눈에 비친 이 세상은 단두구를 향한 긴 행렬이며, 우리의 발밑에는 피의 강이 흐른다. -- 싸드 *『미덕의 불운』은 가장 타락한 상상력이 낳은 가장 끔찍한 책이다. -- 나뽈레옹 *싸드는 이전에 존재하였던 가장 자유로운 정신이다. -- 기욤 아뽈리네르 *1997년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읽어야 할 1001권의 책」 선정 *2003년 크리스티아네 취른트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 『미덕의 불운』은 열린책들이 2009년부터 펴내기 시작한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1594번째 책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젊고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 고전 시리즈의 새 이름으로, 상세한 해설과 작가 연보로 독자들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한편 가볍고 실용적인 사이즈에 시선을 사로잡는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현대적 감각을 살렸다. 앞으로도 열린책들은 세계 문학사의 걸작들을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를 통해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낡고 먼지 쌓인 고전 읽기의 대안 불멸의 고전들이 젊고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목록 선정에서부터 경직성을 탈피한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본격 문학 거장들의 대표 걸작은 물론, 추리 문학, 환상 문학, SF 등 장르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들, 그리고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한국의 고전 문학 까지를 망라한다. 더 넓은 스펙트럼,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 소설 문학에 국한하지 않는 넓은 문학의 스펙트럼은 시, 기행, 기록문학, 그리고 지성사의 분수령이 된 주요 인문학 저작까지 아우른다. 원전번역주의에 입각한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으로 정전 텍스트를 정립하고 상세한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를 더하여 작품과 작가에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다. 품격과 편의, 작품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낸 디자인 제작도 엄정하게 정도를 걷는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실로 꿰매어 낱장이 떨어지지 않는 정통 사철 방식,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재질을 선택한 양장 제책으로 품격과 편의성 모두를 취했다. 작품들의 개성을 중시하여 저마다 고유한 얼굴을 갖도록 일일이 따로 디자인한 표지도 열린책들 세계문학만의 특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