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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머리말 9 〈제1장〉 도착 13 34호실 26 식당에서 32 〈제2장〉 세례반(洗禮盤)과 두 얼굴의 할아버지에 관하여 43 티나펠 영사의 집에서 그리고 한스 카스토르프의 도덕적 상태에 관하여 61 〈제3장〉 근엄하게 찌푸린 얼굴 77 아침 식사 82 농담, 임종의 영성체, 중단된 웃음 95 악마 112 명석한 두뇌 129 너무 심한 말 한마디 140 물론, 여자야! 147 알빈 씨 155 악마가 무례한 제안을 하다 160 〈제4장〉 필요한 물건 사들이기 181 시간 감각에 대한 보충 설명 199 프랑스어로 대화를 시도하다 205 정치적으로 수상쩍은 음악 214 히페 224 사랑과 병의 분석 241 의문과 숙고 253 식탁에서 나눈 대화들 260 고조되는 불안, 두 분의 할아버지와 해 질 녘의 뱃놀이에 관하여 273 체온계 311 〈제5장〉 영원히 계속되는 수프와 갑자기 밝아지는 방 355 아, 보인다! 396 자유 428 수은주의 변덕 439 백과사전 459 [중] 〈제5장〉(계속) 고전 문학 연구 7 탐구 38 망자의 춤 72 발푸르기스의 밤 140 〈제6장〉 변화들 185 또 한 사람 230 신(神)의 나라, 불쾌한 구원 267 분노(憤怒), 그리고 또 다른 곤혹스러운 일 316 물리친 공격 342 정신적 수련 371 눈 426 [하] 〈제6장〉(계속) 군인으로서 용감하게 7 〈제7장〉 해변 산책 89 민헤어 페퍼코른 103 21점 내기 카드놀이 120 민헤어 페퍼코른(계속) 157 민헤어 페퍼코른(끝) 241 끔찍한 무감각 266 아름다운 음의 향연 288 너무나 수상쩍은 이야기 325 과도한 흥분 상태 383 청천벽력 432 역자 해설 교양의 연금술사 토마스 만 455 『마의 산』 줄거리 481 토마스 만 연보 487 |
Thomas 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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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 너는 벌써 집으로 다시 돌아갈 궁리를 하는 모양이구나.」요아힘이 대답했다.「좀 기다려 봐, 너는 이제 막 도착했잖아. 물론 여기 산 위의 우리들에게 3주란 아무것도 아닌 셈이야. 하지만 이곳에 찾아와서 3주간만 머물겠다는 너에게는 꽤 긴 시간이겠지. 무엇보다 먼저 이곳 기후에 적응해야 하는데, 그게 결코 쉽지 않아. 이제 알게 될 거야. 우리들에게 별난 것은 기후뿐만이 아니야. 넌 이곳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것을 알게 될 거야. 주의해서 지켜보라고! 그리고 너는 내 얘기를 했는데, 그것도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야. 〈3주 후에 집으로 간다〉는 말은 저 아래 세상의 생각이야. 물론 나는 얼굴이 검게 탔어. 하지만 이것은 주로 눈에 그을려서이고, 베렌스가 늘 말하듯 별로 대수로운 일은 아니야. 지난번에 실시한 종합 검진에서 베렌스는 앞으로 반년은 족히 걸릴 거라고 말했어.」
「앞으로 반년이라고? 너 돌았어?」한스 카스토르프가 소리쳤다. (상) 본문 20~21면 「34호실이군요.」그녀는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특유의 꽥꽥거리는 소리로 말했다.「틀림없군요. 댁이 감기에 걸렸다면서요?」이 말을 그녀는 처음에는 프랑스어로, 그다음에는 영어와 러시아어로, 맨 마지막에는 독일어로 말했다.「어느 나라 말로 해야 하나요? 독일어로 해야겠지요. 아, 젊은 침센의 손님이지요, 이미 알고 있어요. 나는 수술실에 가봐야 해요. 클로로포름으로 마취를 해야 할 사람이 있어요. 콩 샐러드를 먹은 환자예요. 정말 잠시도 한눈을 팔 수가 없어요……. 그런데 댁은, 여기에서 감기에 걸렸다는 것이지요?」 (상) 본문 321면 한스 카스토르프는 눈(雪)을 잔뜩 묻힌 두 다리로, 어딘지 모를 흐릿한 산꼭대기를 향해 점점 더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이불을 깔아 놓은 것 같은 그 산꼭대기는 테라스를 이루며 계단식으로 조금씩 높아져 갔는데, 어디로 올라가는지,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었다. 산의 위쪽은 안개처럼 흰 하늘과 맞닿아 있어서 어디서부터가 하늘인지 전혀 분간할 수 없었다. 산봉우리와 산등성이도 보이지 않았고, 모두가 희미한 무(無)이며, 한스 카스토르프는 이 안개에 덮인 무를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 있는 세계, 즉 사람 사는 골짜기도 눈 깜짝할 사이에 닫히고 시야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그곳에선 이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의 고독감, 아니 버림받은 느낌이 더 어울리는 외로움은 부지불식간에 더 이상 바랄 수 없을 정도의 깊이가 되어 공포를 느낄 정도까지 되었다. 이 공포야말로 용기의 원천이었다. …… 그는 계속해서 위로,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중) 본문 443~444면 한스 카스토르프는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무시무시하고 사악한 것, 악마적인 것밖에 없었다. 그는 눈에 보이는 이 현상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시간을 망각한 생활, 아무런 걱정도 희망도 없는 생활, 겉으로는 분주한 것 같지만 속으로는 정체되어 있는 무절제한 생활, 죽어 있는 생활이었다. (하) 본문 272면 10분 후에 박사는 세 여자를 동반하고 옆방에서 돌아왔다. 엘렌 소녀의 겉모습이 달라져 있었다. 그녀는 원래 입던 자기 옷이 아니라 교령(交靈)용 의상, 즉 일종의 모임용 의상이라 할 수 있는 하얀 생사(生絲)로 짠 잠옷 같은 옷을 입고, 허리에는 노끈처럼 보이는 허리띠를 두른 채 가느다란 두 팔을 하얗게 드러내고 있었다. 처녀다운 가슴의 곡선이 옷감에 부드럽고 선연하게 드러나 있는 걸 보면, 옷 속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모두들 흥분하여 활기차게 그녀를 맞이했다. 「야, 엘렌! 정말 매력적으로 보이는걸! 마치 선녀 같아! 잘해 봐, 귀여운 나의 천사야!」 자신의 옷차림이 스스로에게 무척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아는 듯, 엘렌은 이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미소를 지었다. (하) 본문 363면 ---본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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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양양한 젊은이 한스 카스토르프는 폐병으로 요양 중인 사촌 요아힘을 문병하기 위해 알프스의 국제 요양원 〈베르크호프〉로 향한다. 이 호화로운 요양원의 환자들은 자신들이 떠나 온 세상을 〈저 아래〉라고 부르며 그들만의 관습과 시간관념을 기준으로 살아간다. 한스 카스토르프는 3주 예정으로 요아힘을 방문하는 한편, 요양원에서의 삶을 체험해 보고자 한다. 그러던 중 그 자신 또한 폐병 진단을 받고 〈환자〉가 되어 요양원에 계속 머물게 된다. 삶이 더 이상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곳, 오직 죽음만이 절대 가치로 추앙받는 베르크호프에 발이 묶인 〈인생의 걱정거리 자식〉 한스 카스토르프의 〈삶〉은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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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을 지닌 산에 오른 한 청년,
그가 보낸 7년의 시간! 소설의 무대인 알프스 고산지대의 호화 요양원 〈베르크호프〉는 병과 죽음이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는 세계이자, 한 번 발을 들이면 벗어날 수 없는 마(魔)의 산이다. 소설은 청년 한스 카스토르프가 폐병으로 요양 중인 사촌 요아힘을 문병하기 위해 이 요양원을 방문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3주 예정으로 방문한 카스토르프의 하산(下山)은 7년 동안이나 미뤄진다. 이 요양원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폐병으로 진단받은 카스토르프 또한 〈방문객〉에서 〈환자〉로 신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베르크호프에는 인간의 모든 유형을 집약해 놓은 듯한 〈환자〉들이 존재하는데, 그들은 자신들이 떠나 온 세상을 〈저 아래〉라고 부르며 그들만의 관습과 시간관념을 가지고 살아간다. 매일 체온을 재고 발코니에서 안정 요양을 하는 규칙적이고 단조로운 베르크호프에서의 삶에 익숙해지면서 카스토르프는 점점 현실의 삶으로부터 멀어진다. 요양원에는 카스토르프를 둘러싸고 서로 논쟁과 대립을 펼치는 〈교육자〉들이 여럿 등장하는데, 이들에 영향을 받은 한스 카스토르프의 명상이 이 소설 전반에 펼쳐진다. 〈인생의 걱정거리 자식〉 앞에 나타난 네 명의 〈교육자〉 『마의 산』은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가 낯선 영역(베르크호프)으로 편입돼 〈교육자〉들로부터 강력한 영향을 받지만, 결국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자신만의 결론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 있어서 전통적인 독일식 교양 소설이자 성장 소설로 볼 수 있다. 카스토르프가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교육자〉, 이탈리아인 세템브리니는 진보적이고 합리적인 인문주의자로, 베르크호프의 음울한 마력에 빠져드는 카스토르프를 〈저 아래〉 이성의 세계로 되돌려 보내려 많은 노력을 한다. 소설 중반부에 등장하는 예수회 교도이자 반자본주의자인 폴란드인 나프타는, 육체는 타락하고 부패한 것이며 병과 죽음이야말로 찬양해야 할 존재임을 역설한다. 대립할 수밖에 없는 존재, 세템브리니와 나프타는 서로 끊임없이 언쟁을 벌이면서 한스 카스토르프를 〈자신의 방식으로 교육시키고자〉 시도한다. 한편 한스의 마음을 사로잡은 러시아 여인, 방종하고 퇴폐적인 쇼샤 부인은 논리와 이성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난 인물이다. 소설 중반부의 막바지에 등장하는 눈보라 장면은 백미 중의 백미로,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의미를 지닌다. 홀로 스키를 타러 간 한스 카스토르프는 자신을 집어삼킬 듯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맞닥뜨리게 되고, 아무도 도와줄 이 없는 그곳에 갇혀 삶에 대한 애정과 그 중요성을 깨닫는다. 하지만 베르크호프로 돌아왔을 때는 다시 그 단조로움에 잠식되어 모든 깨달음을 잊게 된다. 바로 이때, 마지막 〈교육자〉 페퍼코른이 등장한다. 카스토르프에게 엄청난 혼란을 주는 이 인물은, 이 요양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삶과 건강을 찬미하는 디오니소스적 인물이다. 한편, 애당초 카스토르프를 마(魔)의 산으로 끌어들인 사촌 요아힘은 요양 규칙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며 얼른 병이 회복되어 현실의 삶으로 복귀하게 되기를 끊임없이 소망한다. 도무지 퇴원을 원하기는 하는지 모를 〈환자〉들이 가득한 요양원 베르크호프는 삶과 건강보다 죽음과 병이 더 인정받는 세계이다. 병세가 심각한 이들일수록 특별대우를 받으며 주목받는다. 삶과 이토록 동 떨어진 공간이 또 있을까! 그런데 토마스 만은 이 공간을 통해 도리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환희와 기쁨을 상기시킨다. 무려 한 세기 전에 출간된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우리에게 인류 보편의 가치, 산다는 것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깊은 명상의 계기가 되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