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개
전후 미ㆍ영의 인기배우들 무산계급의 예술 불행한 계승 |
|
'박제(剝製, 동물의 내장을 발라내고 안에 솜이나 대팻밥 등을 넣어 살아 있을 때와 같은 모양으로 만드는 일)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릿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파라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공할 상식의 병이오. 나는 또 여인과 생활을 설계하오. 연애기법에마저 서먹서먹해진 지성의 극치를 흘깃 좀 들여다 본 일이 있는,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 분일자(정신이 제멋대로 노는 사람)말이오. 이런 여인의 반 -그것은 온갖 것의 반이오. - 만을 영수(받아들이는)하는 생활을 설계한다는 말이오. 그런 생활 속에 한 발만 들여놓고 흡사 두 개의 태양처럼 마주 쳐다보면서 낄낄거리는 것이오. 나는 아마 어지간히 인생의 제행(諸行)(일체의 행위)이 싱거워서 견딜 수가 없게 끔 되고 그만둔 모양이오. 굿바이. --- “날개” 중에서 어느덧 취미와 심심풀이로 보고 온 해외 영화, 특히 아메리카, 불란서, 영국의 영화 등에서 나는 하나의 교양과 지성의 영역이 어느 사이에 확대되고 환영처럼 나타나며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어 오늘의 불안한 지구의 사면(斜面)에서 남모르는 향수를 느끼며 고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루이스 마일스톤의 「비」가 줄줄 내리는 폐허의 길목에서 목사의 기도 소리와 함께 가느다란 세인트루이스 블루스의 애조(哀調), 거기에 한없이 죽음의 연기를 풍겼던 존 그리포드의 모습! 모든 것이 떠나고 오고 가는 대로 나는 영화의 끊어진 한 토막에서 또 하나의 기억을 더듬는 것이다. --- “전후 미ㆍ영의 인기배우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