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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
편주의 가는 곳 약령기 일표의 공능 옛날 꿈은 창백하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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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정기를 한몸에 지니고 기다랗게 벋어 내려오던 산맥이 한 군데 맺힌 곳- 거기는 봉오리를 구름 위로 솟고 널따랗게 벌여 있는 태백산이 있다.
이 태백산 아래 자리를 잡고 한 개 나라를 건설하고 나라 이름을 동부여(東扶餘)라 한 금와왕 때에 금와왕에게 사랑을 받는 소년이 있었다. 고주몽이라는 소년이었다. 일곱 살 때부터 활쏘기와 말달리기로써 어른이 능히 대적치 못할 기능을 보여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 기이한 소년이었다. 이 소년이 벌에서 말을 달리며 눈을 들어서 멀리 서편 쪽 하늘 닿는 곳의 산야를 바라보며 웅심(雄心)을 기르기 십수 년 드디어 기회를 얻어서 지금껏 몸을 의탁하고 있던 동부여를 등지고 서로 달아와서 거기 새로이 한 나라를 이루고 고구려라 정하였다. --- “편주의 가는 곳” 중에서 낮쯤 해 학교로 전화를 걸고 다짐을 받더니 사퇴하고 집으로 돌아오기가 바쁘게 건도는 자동차를 가지고 왔다. 끌어 앉히다시피 하고는 거리를 내려가 남쪽으로 훨씬 나가더니 뒷골목 한 집으로 다다랐다. 뜰 안의 초목과 조약돌은 저녁물을 뿌린 뒤이라 푸르고 깨끗하다. 낯설은 집은 아니었으나 양실만이 있는 줄 알았던 터에 층 아래에 그렇게 조촐한 자시끼를 본 것은 처음이어서 안내를 받아 복도를 고불고불 깊숙이 들어가니 그 한 간의 푸른 자릿방이었다. 또 한 가지 나를 서먹거리게 한 것은 방으로 들어섰을 때 상 건너편에서 방긋 웃음을 띠인 한 송이 색채가 우리를 반기는 것이다. 그 역 낯설은 사람은 아니었으나 그날 저녁의 그 모든 당돌한 배치가 불시에 끌려나온 내게는 도무지 뜻밖의 일이었다. 건도의 그날의 목적을 짐작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었으나 그만쯤의 목적을 위해서는 지나치게 거창한 행사였다. --- “일표의 공능”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