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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트는 사랑
몽유병자의 일기 무딘 연장과 녹이 슬은 무기 우심 범선에의 길 어촌점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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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일기에서
새벽 네 시 - 소스라쳐서 뒤숭숭한 꿈을 깨었다. 눈을 멀거니 뜨고 늘어졌으려니까 갖은 환상이 스러진 꿈의 꼬리를 붙들고 천정에다가 가지각색의 파문을 그렸다 지웠다 하는 동안에 동이 트고 날이 새었다. 나는 아직도 어머니의 품에 머리를 파묻고 ‘콩쥐팥쥐’ 이야기를 듣던 때나, 금시로 대통령이 되고 내일쯤은 대문호가 될 듯이 믿어지던 소년시대에 꾸던 꿈과 그려보던 주착없는 공상이 피곤한 머리 속을 휘저어놓을 때가 많다. 가슴과 다리에 네 군데나 수술을 받고 ‘미이라’ 모양으로 반듯이 누워 호흡만 겨우 할딱할딱 할 때에는 동공이 광선과 마주치기만 해도 신경이 항분(亢奮)해서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이름 지을 수 없는 희멀건 그 무엇만이 나의 전부를 차지할 적이 있다. 그것은 제법 무슨 훌륭한 유토피아를 그려보는 것도 아니요, 불길이 활활 붙어 오르는 가슴 속에다가 불시에 냉수를 끼얹고는 눈물과 정열을 아울러 빼앗은 뒤에 영영 내 마음을 떠나가 버린, 옛날에 소위 애인이라고 부르던 사람들이 애매한 죽음을 한 소녀의 원혼 모양으로 옛 보금자리로 기어들어 ‘지넉이 새남’을 한바탕 하는 것도 아니다. --- “몽유병자의 일기” 중에서 내 고향 일우에 몽금포를 두고도 벼르기만 하고 한 번도 찾지 못하였다가 이번에 귀향하는 기회를 타서야 겨우 찾게 되었다. 그 이름이 전 조선적으로 알려진 그만큼 나는 커다란 기대와 흥미를 가지고 자동차 위에 몸을 실었다. 황막하기 짝이 없는 만주 벌판에서 자연에 퍽이나 굶주렸던 나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내가 조선땅에 일보를 옮겨놓은 그 순간부터라도 ‘조선의 자연은 과연 아름답다’ 하는 감탄을 무시로 발하게 되었다. 오랜 매우(梅雨) 때문에 도로는 상하여 평탄하지 못함인지 자동차는 노상 키 까부질을 하나, 앞에 전개되어 나타나는 전원으로부터 불려오는 구수한 냄새에 취하여 나는 괴로운 것도 미처 생각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우편(右便)으로 불타(佛陀)산맥이 구불구불 흘러서 마치 바다의 파도와 같이 뛰놀고 좌로 찰석(札石)산맥이 높은 듯 낮고, 낮은 듯 높아 그 뫼됨이 자못 기이하게 보였다. 그 위에 솜 같은 구름이 떼를 지어 오락가락 한가롭다. 나는 문득 이러한 노래를 읊어보았다. 청산 위에 구름이요 구름 속에 청산인데 청산이 제 구름을 못 떠나고 구름이 또한 청산을 못 떠나니 만고에 유정함을 사람들에게 보이더라. --- “어촌점묘”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