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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노름
궁촌기 O형의 인간 번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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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甲午)년 이후 이 땅을 뒤덮는 풍운이 점점 험악해 가는 것을 보자 불원간 세상이 바뀌일 것을 짐작한 인숙이 아버지 이한림(李翰林)은 선영(先塋)이 있는 과천(果川) 땅으로 낙향을 하였다. 그러나 과연 세상이 바뀐 뒤로는 그곳에서 촌보도 음겨 놓지 않었다. 세상을 론튼 친구까지 끓어지고 내였다.
과천땅은 은둔한 지사가 풍월로 벗을 삼을만치 산천이 명미한 고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매우 한적하고 아직도 고풍이 남어 있었다. 그곳 백성은 양반 상인을 분간할뿐 아니라 볏백이나 하는 전장이 있었기 때문에 과천으로 나려가 여생을 보낼 결심을 한 것이었다. 한림은 천생으로 서화의 특재가 있고 소시부터 음률에까지 출중하야 그중에도 거문고는 명수였다. --- “각시노름” 중에서 이로써 모든 것은 끝났는가 봅니다. 이후부터는 당신도 나를 ‘부양’(당신 말씀대로)할 의무가 없어졌고 나도 당신의 부양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무거운 짐을 벗었는가 합니다. 당신도 후련하시겠지마는 나도 아주 홀가분합니다. 그렇습니다, O씨. 이 순간부터의 나는 당신의 아내도 아니요, 경남이와 경희 두 남매의 어미도 아닙니다. 따라서 당신도 박선희의 의사를 남편이라는 귄위로써 좌우하실 수 없으시게 된 것입니다. 나도 그렇습니다. 벌써 당신의 아내가 아닌 나이고 보니 당신이 나의 뜻을 무시한 그 어떤 명령에도 좇지 않아도 좋게 된 것입니다. 당신과 나는 우리가 고해 같은 인생의 반려로서 손을 맞잡기 전인 그 옛날로 돌아가버리고 말았으니까요. 아니 A박사의 소개로 당신과 내가 백합원이라든가 하는 양식집에서 그 소위 맞선을 보기 전이란다면 당신과 나는 또 그 어떤 인연으로 만나서 남편이 되고 아내가 되고 해볼 기회가 있을 수도 있었겠지마는 오늘 이렇게 헤어진 다음에는 다시는 그런 기적도 영원히 없을 것입니다. 당신도 나도 어린아이가 아닌 바에야 한 번 불에 데어보고도 다시 불장난을 하겠습니까? 당신과의 부부생활이란다면 나도 이에서 신물이 나지마는 나처럼 되양되양한 계집의 남편 노릇이란다면 당신도 되풀이하고 싶어하지는 않으실 것을 잘 나도 알고 있습니다. --- “O형의 인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