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골 나그네
몽롱한 기억 처자 해후 |
|
밤이 깊어도 술꾼은 역시 들지 않는다. 메주 뜨는 냄새와 같이 쾨쾨한 냄새로 방안은 괴괴하다. 윗간에서는 쥐들이 찍찍거린다.
홀어미는 쪽 떨어진 화로를 끼고 앉어서 쓸쓸한 대로 곰곰 생각에 젖는다. 가뜩이나 침침한 반짝 등불이 북쪽 지게문에 뚫린 구멍으로 새드는 바람에 반뜩이며 빛을 잃는다. 헌 버선짝으로 구멍을 틀어막는다. 그러고 등잔 밑으로 반짇고리을 끌어당기며 시름없이 바늘을 집어든다. 산골의 가을은 왜 이리 고적할까! 앞뒤 울타리에서 부수수 하고 떨잎은 진다. 바로 그것이 귀밑에서 들리는 듯 나직나직 속삭인다. 더욱 몹쓸 건 물소리 골을 휘돌아 맑은 샘은 흘러내리고 야릇하게도 음률을 읊는다. 퐁! 퐁! 퐁! 쪼록 퐁! --- “산골 나그네” 중에서 마지막으로 라디오의 지하선을 비끄러매놓고 나니, 그럭저럭 대강 다 정돈은 된 것 같았다. 책장과 책상과 이불 봇짐에, 트렁크니 행담 등속을 말고도, 양복장이야 사진틀이야 족자야 라디오 세트야, 하숙 홀아비의 세간 치고는 꽤 부푼 세간이었다. 그것을 주섬주섬 뒤범벅으로 떠싣고 와서는, 전대로 다시 챙긴다, 적당히 벌여놓는다 하느라니, 언제나 이사를 할 적이면 그러하듯이, 한동안 매달려서 골몰해야 했다. 잠착하여 시간과 더불어 오래도록 잊었던 담배를 비로소 푸욱신 붙여 물고 맛있이 내뿜으면서, 방 한가운데에 가 우뚝 선 채, 휘휘 한 바퀴 돌아보았다. --- “해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