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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씨 행장기
나는 보아 잘 안다 조그만 생명 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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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그가 나를 두고 간 지가 벌써 석 달이 차고 네가 세월의 빠름을 한탄한 것처럼 내가 너를 두고 마을께 공동묘지로 온 지가 오늘째 석 달 사흘이다. 사흘하고도 두 시간, 두 시간하고도 이십분이나 지났구나. 사람처럼 간사한 것이 없다는 것을 요새 와서 새삼스러이 깨닫는다. 내나 네나 우리가 서로 갈라서기만 하면 둘이 다 따라 죽거나 실진을 하리라고 생각한 우리였건마는 이렇게 이별을 한 오늘날에 너는 너대로 나는 또 나대로 살고 있구나. 먹는 것도 입는 것도 그리고 목숨도 다함께 가지고 굳게 맹세한 우리건마는 언제 그런 맹세를 했더냐 싶게 너는 너대로 먹고 너대로 입고 너대로 살고 있지 않느냐? 아니 나도 마찬가지다. 네가 먹을 때에는 나도 먹었고, 네가 입을 때는 나도 입었다. 그리고 네가 걸을 때는 나도 걸었고, 네가 누울 때는 나도 누웠다. 만약 너와 나 사이에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네 옆에 응당 누웠어야 할 내가 누워 있지 않았다는 것뿐일 것이다. 거칠기는 하나마 미끈한 팔에 어린것을 눕히고 어지러이 물결치던 머리채도 나의 머리 앞에서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뿐일 것이다. 그리고 나의 토한 피를 씻을 때마다 가늘게 잡히던 이마의 주름살이 펴진 것과 무슨 냄새나 맡아보려고 하루돌이로 귀찮게 따라다니던 사람들이 지금은 너로부터 좀 멀리 떨어져 나갔다는 것뿐이겠지. --- “나는 보아 잘 안다” 중에서 어렴풋이 잠이 들었을 때 중얼중얼하는 소리에 수방이는 가만히 정신을 차려 귀를 기울였다. 그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집안 살림에 대한 걱정인 듯 싶었다. 그래서 그는 포로로 눈이 감기다가 푸루룽하는 바람소리에 그는 또다시 눈을 번쩍 떠서 문켠을 바라보았다. ‘아이 저 바람 저것을 어쩌나!’무의식간에 이렇게 중얼거리며 밤사이에 많이 떨어졌을 사과와 복숭아를 생각하였다. 이 생각을 하니 웬일인지 기뻤다. 무엇보다도 덜 익은 것이나마 배껏 먹을 것으로 알기 때문이다. "이번 바람에 저 실과가 다 떨어질 터이니." "그러니 내 말이 그 말이얘요. 실과도 돈 값어치가 못 되고 채마니 뭐 변변하오. 그러니까 일꾼을 줄여야 하지 않겠수." --- “채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