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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의 객
벌번반년 죄와 벌 낙엽기 주리면 여이발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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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지금 가장 격렬한 상태였다.
이쪽과 적(敵)이 마주 대치하여, 궁시(弓矢)로 싸우던 상태를 지나서, 지금은 두 편이 한데 뭉키고 엉키어 어지러이 돌아간다. 누구가 이쪽이고 누구가 적인지도 구별할 수 없이, 그저 마주치는 사람을 치고 찌르고 내 몸에 칼이나 화살이나를 얼마나 받았는지, 그런 것을 검분할 수도 없이, 다만 흥분과 난투 중에서 덤빌 뿐이었다. 전쟁이라기보다 오히려 난투에 가까운 이 소란에 엉키어 돌아가면서도, 무주도독(武州都督) 김양(金陽)은 한 군데 목적한 장소를 향하여 나아가려고 애썼다. 저편 한 사오십 간쯤 맞은편에서, 칼을 높이 들고 어지러이 싸우고 있는 중노인(자포(紫袍)를 입은 것으로 보아, 신분 높은 사람임이 분명하였다)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 보려고, 무척이 애를 썼다. --- “청해의 객” 중에서 창기슭에 붉게 물든 담쟁이 잎새와 푸른 하늘, 가을의 가장 아름다운 이 한 폭도 비늘 구름같이 자취 없이 사라져 버렸다. 가장 먼저 가을을 자랑하던 창 밖의 한 포기의 벚나무는 또한 가장 먼저 가을을 내버리고 앙클한 회초리만을 남겼다. 아름다운 것이 다 지나가 버린 늦가을은 추잡하고 한산하기 짝없다. 담쟁이로 폭 씌어졌던 집도 초목으로 가득 덮였던 뜰도 모르는 결에 참혹하게도 옷을 벗기어 버리고 앙상한 해골만을 드러내 놓게 되었다. 아름다운 꿈의 채색을 여지없이 잃어 버렸다. 벽에는 시들어 버린 넝쿨이 거미줄같이 얼기설기 얽혔고 마른 머루송이 같은 열매가 함빡 맺혔을 뿐이다. 흙 한 줌 찾아볼 수 없이 푸르던 뜰에서는 지금에는 푸른 빛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거의 날마다 뜰의 낙엽을 긁어야 된다. 아무리 공들여 긁어모아도 다음 날에는 새 낙엽이 다시 질볏이 늘어져 거듭 각지를 들지 않으면 안된다. 낙엽이란 세상의 인종 같이도 흔한 것이다. 밑빠진 독에 물을 기르듯 며칠이든지 헛노릇으로 여기면서도 공들여 긁어 모은다. 벚나무 아래 수북이 쌓아 놓고 불을 붙이면 속으로부터 푸슥푸슥 하면서 푸른 연기가 모로 길게 솟아오른다. 연기는 바람 없는 뜰에 아늑히 차서 물같이 고인다. 낙엽 연기에는 진한 커피의 향기가 있다. 잘익은 깨금의 맛이 있다. 나는 그 귀한 연기를 가장껏 마신다. 욱신한 향기가 몸의 구석구석에 배어서 깊은 산 속에 들어갔을 때와도 같은 풍준한 만족을 느낀다. 낙엽의 연기는 시절의 진미요, 가을의 마지막 선물이다. --- “낙엽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