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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사
구두 2월 창작평 황제 춘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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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 등뒤에도 2, 3장(丈)이 넘는 바위다. 그 바위에 올라서면 무학(舞鶴)재로 통한 커다란 골짜기가 나타날 것이다. 여의 발아래도 장여(丈餘)의 바위다. 아래는 몇포기 난초, 또 그 아래는 두세 그루의 잔솔, 바위 아래로부터는 가파른 계곡이다.
그 계곡이 끝나는 곳에는 소나무 위로 비로소 경성시가의 한편 모퉁이가 보인다. 길에는 자동차의 왕래도 가맣게 보이기는 한다. 여전한 분요(紛擾)와 소란의 세계는 그곳에 역시 전개되어 있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 지금 서 있는 곳은 심산이다. 심산이 가져야 할 온갖 조건을 구비하였다. 바람이 있고, 암굴이 있고, 산초 산화가 있고, 계곡이 있고, 생물이 있고, 절벽이 있고, 난송(亂松)이 있고 말하자면 심산이 가져야 할 유수미(幽邃味)를 다 구비하였다. --- “광화사” 중에서 어둡다 요란하다. 우룃소리 번갯불 바람은 천지를 쓸어가련 건가 구름은 우주를 뭉개 버리련 건가 파도소리 저 파도소리 절벽을 물어뜯는 저놈의 파도소리 수십 길 절벽을 뛰어넘어 이 집을 쓸어가려는 듯 차라리 쓸어가 버려라 집까지 섬까지 한 모금에 삼켜버려라 오늘은 어인 일고 아침부터 이 바람소리 파도소리 오월이라 며칠이냐 날짜까지 까마아득 내 세월을 잊고 지낸 지 오래거니 이 외로운 섬에서 롱웃의 쓸쓸한 언덕에서 세월을 잊은 지 오년이라 육년이라 지내온 세상일이 벌써 등뒤에 아득하게 멀구나 자연이 무심할쏘냐 그대만이 나를 알아주누나 내 마지막을 일러주누나 오늘의 그대의 이 뜻을 내 모를 바 아니요 이 어두운 천지의 조화와 부질없는 대서양의 파도소리가 무엇을 재촉하는지를 내 모를 바 아니다. 오늘이 올 것을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었고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전에 섬 위로 쏜살같이 혜성이 떨어짐을 내 보았으니 옛적 시이 저가 세상을 떠날 때 떨어지던 그 혜성이 이 섬에 떨어짐을 보았으니 내 무엇을 모르랴 그러나 내 무엇을 겁내랴 ‘광야의 사자’인 내 감히 무엇을 겁내랴 차라리 이 불측한 곳을 한시바삐 떠나구 싶다. 이 무례한 고장을 얼른 떠나구 싶다. --- “황제” 중에서 |